양장본이 내구도가 좋다는 얘기가 가끔 보이던데, 난 오히려 같은 페이지수면 반양장보다 양장본이 묘하게 잘 뜯어지는 느낌임. 두꺼운 양장본 같은 경우엔 1회 완독만 해도 여기저기 뜯어져서 걸레짝이 되고.
어렸을 때부터 하드커버가 보기에만 단단하지 실제로는 쿠크다스라고 생각했었음. 초딩 때 교양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사라는 책 시리즈가 있었는데, 어렸을 때라 험하게 다루긴 했지만 얼마 안 지나서 표지도 날아가고 걸레짝이 됐거든.
또 기억에 남는 건 문명의 붕괴. 고딩 때 읽었는데 종이질이랑 제본상태가 쓰레기인지 800페이지도 안 되는 게 존나 두꺼워서 1500페이지는 넘어가는 책처럼 생겼고,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뚜둑 뜯어져서 걸레짝 됨. 총균쇠는 비슷한 페이지 수에 반양장이었는데, 떨어뜨리고 집어던지고 하면서 문명의 붕괴보다 훨씬 험하게 다뤘는데도 그나마 상태가 나았음. 마찬가지로 걸레짝이 되긴 했지만.
이번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도 깨끗하게 보려고 마음먹고 읽었는데 언제 뜯어졌는지 군데군데 뜯어져서 슬프다. 이번에 주문한 장미의 이름도 이렇게 뜯어지면 슬플 것 같음.
저는 그래서 모든 책을 무세균 지하 벙커에 보관하고 유리판 너머로 로봇팔 가동해서 읽습니다
손 자체가 마이너스의 손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