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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1권 독후감 (22.02.26~22.03.25)

 

아마 중학교 3학년 때쯤 처음으로 십자군 이야기를 읽었다. 아무래도 중학생이 집중해서 읽기에는 분량이 많아 그때도 첫권만 읽었다. 2권은 읽다가 지루해서 그만 뒀었다. 그 이후로 종종 다시 읽어볼까 생각을 하다가 한창 책을 읽으며 이제야 다시 1권만 사서 읽어본다.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 왜곡 논란에 시달려 왔고, 그 논란의 대부분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시오노 나나미는 여전히 역사 교양서(에세이)의 베스트셀러 자리에 놓여있다. 그녀의 책이 재미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일전에 몇몇 역사서들을 사서 봤고, 역사를 통사적으로 있는 그대로 다루는 책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던져버렸다. 너무 무미건조했고 졸렸다.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낯선 이름들에 혼란스러워져서 감이 잡히지 않는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을 그렇게 쓰지는 않았다. 역사적 인물들에게 한 명 한 명 자신이 생각하기에 매력적인 캐릭터를 붙여놓는다. 그리고 그 인물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 캐릭터를 잃지 않는다. 의리를 중요시 생각하는 캐릭터가 그와 정반대되는 행동을 하더라도, 캐릭터성에 어긋나지 않도록 무슨 짓을 해서라도 변호해준다. 덕분에 그의 역사 에세이(를 가장한 역사 소설)에는 인물들이 살아 숨쉰다. 그녀가 붙여놓은 캐릭터성이 너무도 극명해서, 다른 역사책에서는 두루뭉술하고 혼란스러웠던 이름들이 살아 움직인다. 인물에 대한 서술을 단 몇 페이지만 읽어도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이미지가 생생히 떠오른다. 이 책을 예로 들자면 레몽은 짧은 머리에 깡마른 마치 돈키호테 같은 노인, 탄크레디는 각진 턱에 총명한 눈, 보에몬드는 새까만 머리칼에 눈이 이글거릴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시오노 나나미는 꾸준히 역사 왜곡 논란에 시달린다. 그러나 어찌됐든 그녀의 역사적 상상력이 보탬이 된 일종의 역사 소설이 재밌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특히 1권에서 다루는 1차 십자군 전쟁이란 역사적 배경은 더더욱 시오노 나나미에게 적합한 소재이다. 십자군 이야기 1권을 기대하며 같은 작가의 로마인 이야기 1권이나 베네치아의 통사를 다룬 책을 샀던 적이 있다. 둘 다 기대에 못 미쳤다. 전자는 아득히 먼 고대 로마이고 후자는 베네치아의 통사를 다룬다. 아무래도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살아나기 힘든 점이 있다. 그러나 십자군 전쟁, 특히 1차 십자군 전쟁은 영웅의 시대이다. 동기야 어찌됐든 인물들은 모두 기사도 정신과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똘똘 뭉쳐있다. 영토 확장과 성도 해방이라는 두 가지 대의명분이 대립한다. 이슬람권과 서유럽, 동유럽이라는 전혀 다른 세가지 문화권이 충돌한다. 척봐도 먼 서유럽에서 팔레스티나까지의 원정은 보급에서든 병력 보충 측면에서든 전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은 예루살렘 원정을 성공해낸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좋은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장점이 가감없이 드러나는 역사적 배경인 것이다. 실제로 1차 십자군 전쟁은 많은 기사도 문학의 소재가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