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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마음에 싹 트고, 폭력이라는 열매를 맺는다. 혐오는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악의와 똑같이 이 소설을 상징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특정한 타인을 내 삶에서 배제 시키고 싶은 마음. 우리는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한 번씩 하게 된다. 그것이 소설 내용처럼 극단을 달리지는 않지만, 우리는 언제나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자신을 항상 돌아봐야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악의」의 구성은 작가의 수기와 형사의 기록으로 구성된다. 범인은 초반부 일찍 발견된다. 경찰들은 살해 동기를 수사하는데, 작중에서 이 ‘동기’에 반전이 있다. 첫 번째로 밝혀진 동기는 ‘사랑과 전쟁’을 방불케 했다. 피해자와 가해자는 친구 사이였다. 하지만 피해자는 가해자의 작문 재능에 열등감을 가졌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아내와 불륜 행위를 하다 살인을 공모한다. 하지만 그것을 '우연히' 들키고,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소설 대필을 강요한다. 피해자의 아내는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에 죄책감을 느꼈고, 스스로 교통사고로 위장한 자살을 한다. 가해자는 행동하지 않으면 속박된 채로 살게 될 거로 생각했고, 살해를 결심하게 된다.




그러나 이 동기는 사실이 아니다. 이후 형사의 집요한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소설 작문에 대한 열등감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측이 가지고 있었다. 피해자의 아내는 불륜 행위에 일절 관련이 없었고, 그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뿐이었다. 게다가 가해자는 학창 시절, 학교폭력과 범죄에 공모한 적이 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발표한 소설에 대한 법적 분쟁이 자신의 과거를 들춰낼까 봐 두려워했다. 두려움, 시기, 질투, 증오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악의가 되어 계획 살인을 한 것으로 밝혀지게 된다.



첫 번째 동기를 알았을 때는 가해자에게 약간의 동정이라도 갔다. 하지만 두 번째 동기를 듣고 나서, 소름이 끼쳤다. 자신의 치부를 덮기 위해 한 인간의 품성까지 조작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동기가 자신을 위해 만든 거짓말임을 깨달았을 때, 정말 지독한 인물이구나 싶었다. 이야기의 결말 부에 형사가 교사 시절, 왕따 피해자가 가해자를 칼로 찔렀던 사건을 말한다. 그리고 그때 가해자가 했던 말을 한다.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라고. 마음에 안 든다는 그 이유 하나. 그 악의가 사람이 어디까지 악마로 변하게 하는지 알 수 있었고, 수단을 가리지 않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용은 재밌었다. 서술자 2명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 구조, ‘범인’보다 ‘살해 동기’에 초점을 맞춘 점, 무엇보다 그 동기가 밝혀지는 스토리 전개가 흥미로웠다. 이미 작가의 책을 2권 읽어 봤는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가면 산장 살인사건」이 그것이다. 전자는 개별의 사건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내는 점이 재밌었고, 후자는 이야기 전개의 반전에 매력을 느꼈다. 「악의」를 읽고서 제일 놀란 점은 글로 독자의 심리를 조종할 수 있단 점이었다. 상황을 서술할 때 트릭을 둠으로써, 생각의 방향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인상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