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클래스의 희극들과 히스토리아에 대한 얘기를 하려 하는데



음...


사실 저것들이 저평가 되었다고 할 순 없겠고


그 중에서도 먼저 얘기하려하는 오이디푸스는 높은 평가를 받고 또 그만큼 큰 영향력을 가진 작품이다만



오이디푸스에 대한 찬사들이 '원전' '시작' 이란 키워드로 귀결되는 경향에 대해서는 따질 필요가 있고


이 이야기들이 평판을 손해보고 있는건 아니지만 진정한 가치는 숨겨져 있다고 생각함



숨겨진 위대함이라면 범인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심오함 같은걸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오이디푸스가 살아간 기구한 운명'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이리이리해서 얼씨구 저리저리해서 절씨구

뭔가뭔가의 쿵기덕 쿵이 많고 그것들로도 이미 충분히 심오함


비꼬려는게 아니고 오이디푸스의 심오한 가치들에 대해서 보고 들은게 있다만 (물론 내가 못듣고 못본 해설과 평가도 많겠고) 

그 평가들에 대해서 따질 생각은 없고 그냥 기억이 잘 안나지만 

대체로 해석과 평가의 포커스가 그리스 문화속에서의 연결성이라는 맥락과는 조금 벗어나서 다른것들과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고 느꼈달까



암튼 내가 하려는 얘기는 그런 오이디푸스의 기구한 운명과 관련된게 아니라


그 이야기가 시작되게 된 이유 

오직 딱 한줄로 정리되는 설정에 관해서임



그 "위대한" 여정을 떠나기도 전에 

그냥 그런거라고 너무 당연히 받아들여 버리고 마는 전제의 가치를 따질 필요가 있고 오직 거기에 진정하고도 이어서 전해진 가치가 있다는거임




  오이디푸스가 운명의 여정을 시작 했다는것은 "영아살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의미함



이 "영아살해" 라는것은 


왕이 그 스스로를 위한 신탁을 받고 거기에 따라 시행하라 명한 "영아살해"를 말하는 거임



이건 좀만 따져보면 예사로운게 아님



불과 반세기전 차지철이 각하의 정권연장을 위해서라면 미개한 놈들 수천 수만인들 

땡끄로 못밀겠냐고 절대권력의 우산 아래서 스스로를 박정희와 운명공동체로 여기고 한 진심어린 말같은걸 떠올려 보면 됨



그런 차지철인걸, 또한 그런 차지철을 더 예뻐하다가 저격당했다는 이야기를 대중들이 다 알고도 

여전히 박정희를 반인반신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고 공과 과가 뚜렷하다 이상의 얘기는 암묵적으로 금기시 되는 대상임


한국 현대사에 대해서 어떤 가치판단을 하고 정떡을 굴리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고


한번 형성된 신격화는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오이디푸스를 다시 보는데 도움을 좀 받자는것 뿐임



제정일치에 가깝던 (순장과 영아공양도 아직 이상한게 아닌) 시절 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왕에게 속하고 왕의 재산을 관리하는 부속들 그야말로 왕과 운명공동체들이

 

결국 왕을 죽일거라고 하는 존재를 

왕명에 의해 죽여야하는 의무를 받는데


이미 발에 줄을 꿰어달고 고기처럼 매달린채 그 상태를 이름으로 정의받고 (오이디푸스가 부풀어오른 발이란뜻임)

살해하기에 어떤 물리적인 어려움도 없고 저주나 원망을 할 능력도 없는 상태로 배달되는걸 

죽이지 못하는 것으로 시작된 이야기라고 보면


조금은 놀랍지 않나?



그 살인의 중지가 다른 더 높은 위계에 의해 정해진것도 아니고 영향을 받거나 꼬인것도 아니란것도 놀라운거임



어쩌다가 거부할수 없는 운명으로 저절로 그렇게 되는게 아니라(이건 주인공인 오이디푸스에 관한 본 이야기고)

그 시작은 오직 그냥 하찮고 별볼일 없는 인간의 아무런 댓가 없이 치명적인 리스크만 감수한 선택이 깔아준다는거임 



물론 스스로의 꼬리를 무는 형태의 신탁(반드시 이루어지기에 정당한 신탁이고 그 결과로 필연적으로 신정일치를 깨는) 

이 연속되는 패러독스를 이용하고 인간이 스스로 벌하면서 면피의 명분을 확보해 놓고 있고


살인의 왕명이 하청의 하청으로 내려가면서 책임이 희석되고 사건을 시간순으로 연결하지 않으면서

"놀라운" 막장 반전 이야기 밑으로 숨기고 있긴 하지만



여기에서 종교로도 지울수 없는 기억,양심의 존재를

분명한 의도를 갖고 말하고자 했다는걸 확인할 수가 있는거임


오이디푸스의 설정만으로도 그 의도의 두서가 완성되어 들어가 있지만..


음..


이 이야기는 당시의 그리스 대중에게도 크게 인정받았었음


말하자면 그 한낱 범인에 의한 살인의 중지가 

"그럴만한, 이야기를 듣는 청중이 자연스럽게 납득할만한" 것이라는거지 


물론 기교와 트릭의 도움을 받곤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고

이게 현대인이 아닌 그 당시 그리스인들에게도 아주 공감을 못할 이야기가 아니고 아주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란거임



오이디푸스의 배경이 된 테베는

에우로페를 찾기 위해 카드모스가 델포이의 신탁을 받고 그걸 관철하는 과정에서 세운 도시인데


델포이의 신탁이란 건

아폴론이 나를 대신해서 죽어줄 사람을 만들지 못하는 착한 인간부부에게 감화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그 사건 이후로 그 사건의 영향으로

신탁을 청구하는 대상에게 너 자신을 알라고 경고한 후 애매하게 주어지는 "변화된" 신탁임


카드모스는 그 애매한 신탁(위치만 알려준)을 명분으로 자신의 필요를 관철하기 위해 드래곤을 죽이는데

그게 신 아레스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그 죄과를 짊어지고 사죄와 배상을 지불하는 과정과 결과로

세우게 된 도시가 테베임


말하자면 오이디푸스는

그 도시가 탄생한 비화(신탁은 이뤄져야한다는걸 꼬아놓은)와 겹치는 이야기이고

아들(드래곤)을 죽인 선대의 업보로 인한 저주의 연장이기도 한거임


고로 "신탁은 이뤄져야한다"라는걸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당부하는 성격의 전승도 아니라는거고

(그건 이미 델포이의 신탁단계에서 시대착오적이고 개선되고 극복되어야할 인식이라고 마패가 박혀있음)


오히려 자신의 필요로 신탁을 이용하는 권력을 신의 이름으로 벌하는 척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권력에 속한 한낱 무력한 인간이 스스로의 양심으로 한 선택으로 징벌하고 있는거지


그게 너무 급진적이라서


여러 도시국가들이 그리스 문화로 묶여서 많은것들을 공유하려면 

이웃도시랑 반목하고 귀족들끼리 서로 죽이는것에 대한 당연히 필요했던 금기까지 끌어와 쓰까고

이야기의 구조를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한건 아닐까




소포클래스는 오이디푸스 이전에 그 뒷이야기인 안티고네를 먼저 썼는데


안티고네 역시 그냥 인물의 이름에서부터 의도가 드러남


안티고네는 거슬러 걷는다라는 뜻인데

그녀는 거스를수 없는 운명의 결과(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 사이의 딸)인데도 그런 이름을 갖고

본인의 의지로 왕명을 거스르고 죽은자들을 위해 장례를 치뤄줬다는 이유로 닉값하고 죽은 존재임


 그 다음에 쓴 오이디푸스도 시간순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게 아니라

이미 아비의 신탁이 실현되며 죽고 다음 왕이 된 성인 오이디푸스에서부터 시작해서 또 그 자신이 스스로를 죽이게 되리란 의도를 감춘 신탁을 또 받고 

그것을 실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과거 출생의 비밀을 알아가는 형태로 이야기를 써서 그 충격적인 설정을 마지막에 배치했거든 


그럼 이야기의 구조가 이런거임



"반복되는 신탁(스스로를 죽이게 되리라는)이 두 번 있었고 그 신탁들이 모두 이루어졌다" 가 이야기인데


그 과정을 시간의 역순으로 가면서 시간적으로는 마지막인 '이루어진 신탁'에 방점이 찍히는게 아니라 신탁으로 희생된자의 비극적인 결과들 에서부터

그 이야기속 인물은 돌이킬수 없는 과거로 과거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서 처음 미천한 인간의 선택에까지 가서 그게 밝혀지면서 이야기가 비로소 맺어진다는거임



종교로 지울수 없는 기억 즉 양심의 존재에 대해서 말하는 이야기들이 이렇게 몇천년전부터 이미 있었지만


 그것의 존재로 인해서 그러니까 그 공급이 또 사라질수 없는 종교적 인간에 의해 

그것과 일치하는 믿음 혹은 다시 시켜주는 착각과 망각에 대한 수요라는게 발생하고


그것이

절대적인 존재,지켜져야하는 운명이라는 맥락 그러니까 종교적인 맥락 이 이야기를 가두고 

그 맥락으로 이걸 서양의 정신의 원전이니 어쩌니 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뺏긴 이야기라고 써봤움


말하자면


 놀라운 반전, 정말 재밌는 기구한 오이디푸스의 운명과 비애라는 부가적인 가치에 쏠리는 공감과 관심에

절대적인 숙명,종교적인 엄숙함같은걸로 엮어 아우라를 만들고 이걸 시작이라고 규정하는 그 종교적 맥락이 

히스토리아나 이전의 그리스신화로부터 오이디푸스를 격리하지만


 이 이야기는 특별한 시작이 아니고 돌밭에 뜬금없이 핀 꽃같은 존재가 아니라

작자가 직접 먼저 쓴 이야기는 물론이고 다른 저작에 영향받고 영향을 주면서 살아있던 이야기고

그런 방해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르네상스로 이어졌던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