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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속이 텅 비어 있음. 읽나 안 읽나 별 차이가 없음.


다른 작가들과는 달리, 작품에 무언가를 꽉꽉 채워서 넣으려는 게 아니라, 걍 텅 비어져 있는 풍경을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재즈음악이 들려오는 것 같이 묘사할 뿐임!


그 텅 비어 있음. 그 빈 여백이 현대인의 불안이 될 수도 있고, 공허감이나 결핍 등등이 될수도 있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저 여백이 있을 뿐임.



이 경향이 하루키의 첫작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나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오히려 하나의 추상적인 시처럼 느껴지더라. 빈 여백. 이러한 결여된 인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다른 모든 걸 포기한 그런 작품으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읽어보면 알겠지만 스토리? 서사? 사건? 좆도 없음. 그저 무언가 결여된 인물들이 등장해서 무어라 헛소리를 지껄이고, 하루종일 맥주나 퍼마시고, 우연히 누군가와 만났다가 헤어지고, 그게 끝임.



근데 난 그게 너무 좋더라고! 그 빈 여백이! 그래서 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일종의 소설계의 평양냉면 같은 거라고 생각함. 좋아하는 사람들은 슴슴한 맛이 좋다고 좋아하는데,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무 맛도 안나는데 왜 좋아하냐고, 맹물맛인데 대체 왜 먹음? 그러잖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도 ㄹㅇ 그런 느낌임. 걍 텅 빈 소설. 좋다는 사람들은 슴슴한 맛이 좋다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은 텅 비어 있는데 왜 읽냐고, 아무 맛도 안난다고 싫어하고.



난 그래서 갠적으로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세계문학을 통틀어 가장 인상 깊은 데뷔작 중에 한 편이라고 생각함!


하루키 작품 중에 첫작을 가장 좋아하고!



하루키가 에세이에서 초기작들은 소설이 아니라고, 습작에 가깝다고 말 한거나,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이 이건 소설도 아니라고 욕 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함!


근데 좋더라고!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하루키의 작품에 대한 인상은 초기작을 기준으로 말하는거임! 후기작들은 아직 안 읽어봄! 마술적 사실주의가 들어간 후기작들은 아직 안 읽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