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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책에서 발췌한 내용들을 참고해서 각주를 달음.
글자수 제한 때문에 잘라서 올림. 양해 부탁
1
왕비 착한 햄릿, 그 어둠침침한 빛을 던져 버리고, 좀 더 다정스러운 눈으로 덴마크 왕을 우러러보오. 항상 그렇게 눈을 내리덮고 큰길 떠나신 아버님을 땅속에서 찾지만 말고, 죽음이 인간의 상사인 것쯤이야 그대 역시 아시지 않소? 생자필명(生者必滅)―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
햄릿 과연 그렇습니다. 어머니, 죽음은 인간상사올시다.
왕비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왕자만이 유별나게 보이오?
햄릿 “보이다”뇨? 어머니, 전 「보이는 건」 모릅니다.
2
햄릿 내 철천지 원수를 천국에서 만났으면.
3
레어티즈 햄릿 왕자가 걱정이란 말이다. 너에게 연신 호의를 표시하는 모양인데, 그런 건 다 한 때의 기분, 청년의 객기라고만 생각해 두어라. 방춘가절(芳春佳節)에 한 떨기 꽃이라, 철기에 앞섰으니 오래가지 못하며, 향기가 달콤하나 계속하지 못한단 말이다. 잠시 마음을 현혹케 하는 향기, 그 밖에는 안 된다.
오필리아 제 마음을 지키는 망군(望軍) 삼아 오빠의 좋은 교훈 말씀을 꼭 지키오리다. 그렇지만 착한 오빠, 은총 잃은 어떤 목사들처럼 나에게는 천국 가는 가파른 가시밭길 보여주고, 자기는 허풍선이 무모한 탕아처럼 환락의 꽃길을 밟으며, 자신의 설교를 저버리진 마세요.
4
폴로니어스 네 생각을 발설하지 말아라. 절도 없는 생각을 행동에 옮기지도 말고, 친절하되 절대로 천박해지면 안 된다. 있는 친구들은 겪어보고 받아들였으면, 그들을 네 영혼에 쇠고리로 잡아매라. 허나 신출내기 철없는 허세꾼들 모두를 환대하느라 손바닥이 무뎌지면 안 된다. 싸움에 낄까 조심해라. 허나 끼게 되면, 상대방이 앞으로 너를 조심할 만큼 단단히 해 대어라. 귀는 모두에게, 입은 소수에게만 열고 모든 의견을 수용하되 판단은 보류해라. 무엇보다도 네 자신에게 진실되거라. 그러면 밤이 낮을 따르듯 남에게 거짓될 수 없는 법. 잘가라. 축복으로 끝낸 말이 네 안에서 여물기를.
51)
혼령 듣고 나면 복수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햄릿 무엇이라고?
혼령 나는 네 애비의 혼귀다. 한동안은 이렇게 밤마다 지상에 나타나서 돌아다니다가 낮이 되면 또다시 지옥 불속에 갇혀서 아귀의 고욕을 보는 것이 나의 운명이다. 내가 인간계에 살아 있을 때에 내 몸에 받은 비열한 범행①이 불에 타서 깨끗이 씻길 때까지는 참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옥의 비밀들은 말 못 하도록 금지되어 있으니 말할 수 없다만, 그렇지만 않다면 너에게 그 내용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데, 그중 가벼운 한 가지만으로도 너의 정신을 완전히 혼란시키고, 너의 피를 얼어붙게 하고, 유성이 천공에서 튀어나오듯이 네 눈방울이 눈구멍에서 튀어나오게 하고, 구실구실 엉클린 네 머리가 갈갈이 풀어져서, 마치 성난 고슴도치의 침처럼 곤두서게 하리라. 하지만 영혼계의 비밀을 혈육을 가지는 인간의 귀에 전하는 것은 못 하기로 되어 있다. 섣불리 듣지 말고, 단단히 정신 차려 들어라. 네가 일찍이 네 아비를 사랑한 적이 있다면―
햄릿 오, 하느님!
혼령 비열하고도 천륜에 벗어나는 살인②의 원수를 갚아다오.
햄릿 살인!
혼령 살인이란 동기가 충분한 때에도 가장 비열한 짓이다. 허나, 이건 가장 비열, 기괴, 비도(非道)한 살인이다.
햄릿 빨리 내용을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일순에 십만억토(十萬億土)를 가는 상념처럼 빠른 날개를 타고 복수③2)에 돌입할 것입니다.
혼령 너는 그 일을 능히 감당해 낼 줄 믿는다. 이 판에 네가 거동을 아니한다면 너는 망세천(忘世川) 개울둑에 눌어붙은 게으른 잡초보다도 더 둔한 인간이 되리라.3) 자, 햄릿아, 이야기할 테니 들어 보아라. 금원(禁苑)에서 내가 잠들었을 때에 독사가 와서 나를 물었다고 세상에는 전해지고 있다. 이래서 덴마크의 전 국민이 나의 죽음에 대하여 조작된 말로써 터무니없이 속고들 있다. 너를 귀동자(貴童子)로 알고 토설(吐說)하니 잘 알아 두어라. 너의 아비를 독살한 뱀은 지금 너의 아비의 왕관을 머리에 쓰고 있다.
햄릿 내 어쩐지 무슨 예감이 들더라니! 삼촌이다!
혼령 그렇다! 저 상피를 붙어먹고 유부녀를 강간하는 짐승 같은 놈이 요술 같은 지레와 음험한 재주로써―그렇게까지 유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니 참으로 놀랄 만큼 간악하고도 음험한 지혜와 재주다. 이 세상의 숙녀처럼 보이던 왕비의 지조를 그 수치스러운 욕망 앞에 굴복시켰다. 아아, 햄릿아, 이런 변절 배반도 있을 수 있느냐? 내 사랑은 혼례식날 내가 부른 엄숙한 맹세를 꼭 그대로 지켜 나아갔건만, 그러한 나를 버리고 그러한 못된 놈하고 배가 맞다니! 그러나 순결은 색욕이 천국의 모습으로 구애하더라도 결코 동요되지 않듯이, 욕정은 빛나는 천사와 맞붙어 있다 해도 천상의 침대에서 물리도록 만족한 후 쓰레기를 포식하리.
1)햄릿의 아버지는 살해되었다. 살해된 자의 혼령이 나타나 복수를 해달라고 아들을 채근한다. 이로써 복수라는 아주 오래된 주제와 복수극의 전형적인 시초 상황이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시초 상황에 속하는 또다른 요소가 있다. 햄릿의 어머니가 남편의 살해자와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관례에 맞지 않게 수상쩍을 정도로 서둘러, 살인이 일어나고 채 두 달도 되지 않아서. 햄릿의 어머니가 살인 행위와 살해자를 복권시킨 셈이었다.
2)“원죄는 자범죄(Aktualsünde)의 불씨(Zunder)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스콜라적 죄 개념은 하느님이 아담의 과오를 모든 이어지는 인간들에게 동시에 전가했다는 관점에서 고찰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그들이 죄에 죽어야하며, 죄를 통해서 구원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은 우리의 이중적 죽음과 우리의 이중적 부활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우리는 죄에 죽어야만 하며 새 생명으로 부활해야 하고, 고통과 죽음을 죄에 대한 형벌로서 우리가 육적으로 부활하기까지 짊어져야 한다(로마서6장). ①②③을 보면 각각의 상이한 입장에서 자신들의 죄 개념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서로 얽혀있으며, 반대물의 복합체를 형성한다. 햄릿의 결말은 모두가 원죄에 죽게 되면서 마무리가 되는데, 이는 반대로 그들이 모두 구원을 받았다는 해석으로 귀결된다.
3)영적 시련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영적 시련을 지나간 것으로 그리고 이제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안전하여 영적 시련 저 건너편에 놓여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망각이다. 신앙과 교회는 오히려 영적 시련을 겪어야 하며, 그것이 없이는 여기 이 땅에서 결코 평안에 이를 수 없다. 영적 시련에 대한 인지 속에서 교회는 끊임없이 십자가 아래 있게 되며, 신앙인은 여기 이 땅에서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하여 나아간다. 이러한 구절은 내적인 신앙의 약함을 채찍질하는 영적이며 신학적인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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