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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에게 그 이유를 물어본다면 뭐라 대답해야할까
아니, 그 이전에 자문을 할 때조차 그저 재밌으니까라는 근본적이지만 어째선지 허무맹랑한 답을 하곤 했습니다
지금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서 독서에 대해 스스로도 납득할 만한 주석을 달 수 있게 되었습니다
1) 독서는 언어화되지 않고 머릿속을 떠돌던 감정을 날카롭게 벼린 문장으로 만들어준다. 작가에게 감사하며 또 그의 언어능력에 감탄할 뿐입니다
"그(브론스키)는 여태까지 제멋대로 산만하게 흩어져 있던 자기의 온 힘이 한 곳으로 집중되어 무서운 에너지를 가지고 하나의 간절한 목적을 향해 약진하기 시작한 것을 느꼈다."
여기서 '간절한 목적'은 유부녀(안나 카레니나)를 차지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불륜이지만 이 문장에서 저는 열정을 잃어버리고 힘들어 하는 하지만 다시 그것을 찾길 원하는 제 지인이 떠올랐습니다
그 친구가 불륜을 저지를 만한 위인은 아니지만 이런 열정을 품게 된다면 저항할 수 있을까요
2)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현실의 인간군상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아들 역시 남편과 마찬가지로 안나에게는 환멸에 가까운 감정을 일으켰다. 그녀는 아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위해서 자신을 현실의 세계로 끌어내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물론 아들은 있는 그대로도 아름다웠다."
남편에 대한 불만과 아들에 대한 양가감정을 알 수 있네요
불륜으로 치닫는 과정입니다
화목한 가정처럼 보였는데 어째서 불륜 같은 추악한 일이 벌어질 수가 있을까요. 그것도 이상적인 아내이자 어머니로 보이던 여인이 당사자라니...
마치 제가 판사라도 된 듯이 안나의 말(속마음을 포함해)과 이 사건에 관계된 여러 사실들을 보고 듣고 종국적으로는 이것은 아름다운 불륜이라든지 아름다운 척하는 게 더더욱 역겹다든지 판단을 하겠죠
* * *
다시 왜 독서를 하냐는 질문에 답하자면 결국엔 재밌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읽기보단 직접 현실에서 경험하길 원하겠지만 저에겐 이렇게 간접적으로 접하는 게 더 편하네요
더욱이 불륜처럼 극단적인 경험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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