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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독후감 (23.03.06~23.3.13)
솔직히 이 책의 초중반부는 지겨웠다. 주인공이 스스로에게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않겠다고 다짐한 바와 같이 그의 미학은 어느 한구석도 공감은커녕 알아들을 수조차 없었다. 물론 그에게 몇가지 동질감을 느꼈다. 불구로써의 동질감이다. 신체 한군데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만으로도 세계에 대한 인식은 극명하게 달라진다. 그리고 나는 스물여섯을 먹도록 섹스를 해보지 못했다. 마치 그가 앓고 있는 말더듬증처럼, 온전한 기관을 가지고 있음에도 온전한 사용을 못한다는 사실은 극심한 상실감, 박탈감을 불러온다. 그리고 그 장애는 ‘금각’ 으로부터 나왔다. 내가 삶을 살아갈 때 분명히 금각이 나를 가로막았다. 언젠가 A와 단 둘이서 술을 먹은 적이 있었다. 나는 ‘금각’을 핑계로 그녀를 걷어찼다. B와도 술을 먹었다. 헤어지고 5분도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새벽 3시. 그녀가 사는 기숙사의 통금은 새벽 5시까지였다. 나는 자취를 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또 다시 금각이라는 데카당스가 내 눈 앞을 가로막았다. 금각이 나를 실명시키고 말더듬게 한 것이다.
그렇기에 금각이 불에 타기로 결정된 순간 나 또한 달아올랐다. 금각이 완전히 타기 직전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금각사 안의 불상들의 얼굴이 불의 일렁임으로 빛나는 장면을 보고 전율했다. 불은 파괴인 동시에 삶이다. 자유다. 모든 헛소리같은 미학이 그 화염의 압도적인 미학에 가려지고 잊혀졌다.
나는 불을 사랑했다. 나만 불을 사랑하는가? 누구든지 매료될 수밖에 없는 매력을 불은 가지고 있다. 어디선가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는 어린애처럼 이빨을 환히 드러내놓고 당장에라도 달려갈 것이다. 불을 기다리는 마음은 메시아를 기다리는 마음과도 같다. 누군가에게는 비극의, 참사의 현장이다. 그렇지만 불이 덩어리져 검정색, 검붉은색, 붉은색, 주황색으로 층층이 쌓여 하늘로 비상하는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다. 자유롭고 웅장하고 위대하다. 그가 한번 춤짓을 선보일 때마다 사람을 죽이는 검정색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우리 학교의 도서관 앞에 15m나 되는 거대한 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그것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 너무 거대한데 풀빛이 없다. 봄이 다 되가는데도 이파리는 달릴 생각을 않는다. 그 목도 못 매다는 기괴한 흉물에 불을 지르고 싶다. 그렇다면 저 불길한 나무에도 단풍이 매달리고 씨앗이 흩날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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