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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오에 겐자부로>


책을 읽는 도중에 작가의 부고를 듣는 흔치 않는 경험을 했다. 


작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단편들을 선별하여 묶는 

꽤나 두툼한 소설집이다. 


약간의 고전적인 느낌이 드는 전형적인 단편소설적인 구성을 하고 있는 초기 작품들과는 달리

장애 아들을 키우게 되는 중반 이후부터는 일본 사소설의 아버지, 일본 사소설의 전형이라 불릴 만큼

작가 자신의 경험과 소설이 중첩되어 있는 허구와 사실의 경계가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그런 작풍으로 바뀐 작가다. 


개인적인 취향은 초기 단편들이다. 

사소설로 스타일이 바뀌면서 작가로서는 평생의 글감과 작가로서의 동인을 얻었겠지만,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자폐적인 성격은 영 내 취향이 아니다. 


차라리 초기 단편들에서는 전범국이자 패전국인 일본 국민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가해자의 이중성이

거기에서 나오는 은근한 열패감과 자신의 이중적인 정체성에 대한 혼돈

그리고 거기서 출발해 결국 인간과 세상의 혐오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들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역시 일본 소설에는 세엑스 이야기가 들어가야 재밌다. 


별세했으니, 다른 주요 작품들도 번역이 좀 될려나

<우리들의 광기를 참고 견딜 방법을 가르쳐달라>가 궁금하다. 


인용문이나 하나 남긴다. 


나는 유럽여행에서 돌아와 처음으로 아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았을 때 

내가 집에 없는 동안 한없이 난폭했다는 아들의 눈이 발정 난 짐승이 충동이 이끄는 대로 

갖은 난음을 다하고도 그 여운에서 풀려나지 못한 혹은 그런 짐승에게 내부를 물어뜯기고 있는 것 같은 

차마 마주 볼 수 없는 눈이었다고 쓴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눈곱 같은 누런 광채가 형형한 그 눈에서 가장 생생하게 드러나던 것은 형언할 수 없는 비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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