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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삼요소가 사라지면 모든 소설가들이 기피하는 것들이 나타난다. 실패, 언어의 상실, 두려움,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거나 작가가 없는 글 등등...

만약 평범한 소설에서 저것들이 등장한다면 그 소설은 완전히 가치 없는 쓰레기 작품이다. 그러나 만약 어떤 소설이 언어의 상실, 두려움, 작가를 배제한 글과 같은 총체적인 실패를 위해 쓰여진 글이라면 그 소설은 명실상부하게 걸작이다.

그리고 베케트의 초기 삼부작은 위에서 말한 총체적인 실패의 글에 정확히 부합한다. 그도 그럴것이 몰로이에서는 소설의 전통적인 주제가, 그니까 우리가 알고있는 주제들이 파괴되고. <말론 죽다>에서는 구성이 완전히 흐지부지되고. 마지막 작품인 <이름 붙일 수 없는 자>에서는 문체가 사라지고 무의미에 가까운 활자만이 남는다.

이런 일련의 해체의 과정을 통해 베케트 본인이 말했던 '광기와 실패, 무능과 무지와 같은 내면의 어두움'이 글쓰기를 통해서 온전히 드러난다. 이를 직면하는 독자들은 '소설이란 무엇인가?', '어디까지가 글이고 무엇이 글인가?'와 같은 소설과 텍스트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된다.

이는 어떤 글이든 어떠한 목표를 추구해 목표를 글 속에 구현시키는데 성공해야지만 글에 가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베케트의 초기 삼부작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실패'를 통해 독자 스스로가 수많은 물음을 던지게 만들고, 계속 실패함으로써 내면의 어둠을 들어낸다.

'실패'를 통해서 다른 걸작 소설들이 그렇듯이 독자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져주고, 소설의 구조를 근본적인 면까지 파고들어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글을 재정립한 베케트의 초기 삼부작은 그 누가 뭐라하던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