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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중2때 과제라서 수레바퀴 아래서 읽고
황당했던 기분이 아직도 남아있어
그러니까 아주 오래된 리뷰라고 할 수 있겠다

줄거리는 검색하면 금방 나오고 단순한 편이야


작가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헤르만 헤세 자체는 나도 좋아하는데
작가 특유의 불교적/초월적 느낌이 중2라는 어린나이엔
좀 허무주의로 와닿았어

내가 데미안을 살면서 3번정도 다른 시기에 읽었고
그래서 전혜린(국내에서 데미안 처음 번역한 사람) 알게되었어.
그래서 데미안을 읽을 때 쯤엔 항상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를 읽음
어릴 땐 그 쓸쓸함이 아름다웠고, 성장해서는 공감이 됐는데
지금 읽으니까 그녀가 너무 청승맞고 자아도취적으로 보이더라고.

그걸 알고 데미안을 다시 읽으니까,
헤세 작품 전반에서 느껴지는 어떤 쓸쓸하고 고달픈 마음과
그것을 초월적 성장(혹은 초인적?)으로 극복하고
그 과정에서 이상적인 조력자가 등장하는 그런 형태가
전혜린에겐 희망이고 이상적으로 보였던 게 아닌가 싶어

그래서 지금 보니 무슨 말을 하는 진 알겠거든?
근데 난 이제 자아가 형성된 성인이란 말임


나도 취미가 독서였던 청소년이었지만
삶의 경험치가 부족하고 레퍼런스가 없으니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읽으면서 고독하고 쓸쓸하고
마음이 황폐하게 부서지는 것 같았음

나의 감상평
결국 나는 독후감에
“나는 중학생인데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한스의 입장이라 수레바퀴를 들어올릴 수 없다.
이건 선생님들이나 부모님들이 읽으셔야 하는 책인 거 같다.”
라고 썼었음.

아직도 이게 왜 청소년 필독서인지 잘 모르겠는게
사실상 어리고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한스를
그 누구하나 지지해주고 보호해주지 않잖아
쉽게 말해서 바퀴 밑에서 깔리도록 방치했잖아?
거기서조차 그 굴레에서 스스로 벗어나라고 말만 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학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다시 작가로 돌아가서
나는 헤세가 이상적으로 그리는 구원자는
현실적인 사랑과 격려, 지지를 하는 인물보다는
비현실적이고 초월적(데미안, 싯타르타)이라고 생각했어.

내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인물을 예를 들어볼게.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라는 책을 근래 읽었는데
오히려 난 거기서 정말 현실적이고 살아있는 조력자를 봤어.
대단한 존재가 깨달음을 전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같이 존재해주고, 상처를 이겨낼 마음의 힘을 심어줘.
보통의 인간이지만 유약하지 않고
두 다리 단단하게 현실을 딛고 살아가고 있어.

분명 초월적 구원자들은 현실에도 존재하고
그들에 의해 도움을 받는 사람들도 아주 많아.
하지만 그게 보편적인 체험은 아니라고 생각해.

결론으로
그래서 수레바퀴 아래서를 청소년한테 읽히는 게
권장할만한가 하는 생각은 여전히 들어.

모든 텍스트 독해는 어느쪽으로도 경험치를 주지만
청소년에게, 같은 청소년이 학대당하는 텍스트를 읽게 하는 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