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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진 도대체 문장 따위가 뭐가 중요하며 독갤러들은 왜 이리 미문에 집착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문장보단 작가의 의도나 말하고자 하는 내용, 또는 작품의 형식이 더욱 중요한 것이 아닌가? 문장이라 하면 생각을 옮기는 단순한 도구역할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책의 종반부로 치달을수록 미시마가 공들여 갈고 닦은 기다란 일본도로 흐리멍텅한 내 생각을 베는 것처럼 정신이 번쩍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문장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문장은 그 문장을 쓴 사람의 사고의 정수를 보여준다. 문장은 그 사람이 이해하고 있는 세계를 드러내고, 무엇을 보고있는지, 무엇을 중요시 여기는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문장은 하나의 도전이자 성과다.
문장이 이렇듯 중요한 것이라면 최고의 문장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사막에 샘물솟듯 솟아난다.
미시마 유키오는 마지막 장에서 고전의 간결함과 단순함을 통한 고전적 미를 통해 격조와 기품을 이룩하는 것이라 자신의 견해를 내비친다.
미시마의 답변은 훌륭한 답변이다. 그러나 미라는 것은 하나의 정답을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상대적이고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답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많은 모범답안들 속에서 공통적인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신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진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문장만이 최고의 문장이 될 수 있는 조건을 가진다. 자신을 반하는 허위와 자신을 부풀려 치장하는 가식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이건 꽤나 쉬운 일으로 보이지만, 사실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한다. 타인에게 과시하고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또는 비위맞추기 위해 내가 생각한 것처럼, 이해한 것처럼, 남들과 일치하는 것처럼 꾸며내는 모든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에서 써내려간 문장이여야만 나 자신을 담을 수 있고 그런 문장만이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생각이 바뀌면 자신이 한때 최고라 여기며 써내려간 문장이라 할지라도 그 문장 자체를 낡고 볼품없는 것으로 경멸하게 되는 그 순간을 맞이할지 모른다.
비록 문장은 낡아버린 것일지라도 문장 속의 과거의 나는 살아있다. 그 때의 그 문장에 담겨있는 과거의 나는 온전한 하나의 진실이다. 문장은 개인의 지나온 역사이자, 철학이며, 개인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미의 총체다.
이런 위대한 미의 업적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지금의 나를 담기 위해 주어진 기회를 소중히 여기며, 나 자신을 오롯이 담는 위대한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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