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말이야. 네가 나보고 마음을 숨기고 있었다고 하는 거 좀 웃기지 않아? 너야말로 지금까지 나한테 고백도 안 하고 있었잖아. 유치원 때부터 시작하면 너하고 알고 지낸 게 10년이야, 10년. 그것도 소원하게 지낸 적도 없이, 일주일에 한 번씩을 꼭 만나면서 이야기도 하고 전화도 하고 문자도 하고 그런 관계로 10년이라고. 사실 어느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지?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아니, 좋아하는 건 아니어도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아니라고 말하지 마. 어떤 여자애가 관심도 없는 남자애한테 먼저 전화 걸고 문자하고 그래? 그러니까 너 같은 겁쟁이가, 변하는 걸 싫어하는 너 같은 겁쟁이가 나한테 고백을 하려고 했지. 그래, 그 고백. 내 참, 웃기지도 않아서.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그런 장소에 따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부르는 것 자체가 뭔가 있는 거고, 내가 나갔다는 거에서 이미 다 끝난 거 아니야? 거기다, 솔직히 어떤 여자애가 시골 도착하면 문자 보내라고 하겠어? 바보 아니야? 너도 세희나 세현처럼 이상한 게임만 하다 보니까 여자라면 그런 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거야? 아니거든? 보통 관심 없는 남자한테 그렇게까지 할 여자애가 세상에 어디 있어? 그리고 서울에 올라와서 연락하라고 한 거. 내 시간 잡아먹은 거 그냥 넘어갈 생각 하지 말라는 거. 그거 내가 돌려서 데이트 신청한 거라는 거, 그때 나한테 고백하라고 자리 마련해 준 거, 눈치 못 챘어? 왜, 내가 너한테 나하고 데이트 좀 해달라고 말해 줄까? 응? 그렇게 말해야 알아들을 정도로 바보야? 아니라고? 그래. 넌 말해도 모르는 바보니까. 세상에, 도착할 시간이 훨씬 지나도 연락이 없어서 문자를 열세 통이나 보냈는데 아무 반응도 없고. 뭐? 나중에 전화해서 하는 말이 친구라서 걱정한다고? 하도 어이없어서 누가 그런걸 하냐고 말하니까 나니까 그런다고? 그래. 나니까 그렇지. 내가 아니면 누가 너한테 그런 정성을 쏟겠어? 그런데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은 안 해 봤어? 생각해 봤냐고. 그래. 안 했겠지. 보나마나 랑이가 알몸으로 돌아다니니까 헤벌쭉하느라 내 생각 같은 건 할 시간이 없었겠지? 그치?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그때 내가 휴대폰 너머에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데? 그리고 와, 그때 생각하면 진짜 어이없어서. 화가 나서 전화를 끊었으면 당연히 네 쪽에서 몇 번이고 전화 걸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문자로 미안~ 하고 끝이야? 내 살다 살다 그런 일은 처음이야. 미안해? 인제 와 미안하다고 하면 끝이야?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마.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왜, 이런 것뿐인 줄 알았어? 너 말이야. 그때 서울에 올라오면 연락하라는 말은 싹 다 까먹었지? 혹시나 해서 신호 찾아서, 알잖아. 아야 때문에 나갔을 때 들킨 거 다 아니까 모르는 척 하지 마. 내가 네 폰에 추적 위치 어플 깔아 놓은 거. 그게 언제 깔렸는지도 모르지? 생각도 안 해 봤지? 내가 그때 너하고 만난 게 단순히 우연인 줄 알았지? 바보야, 세상에 그런 우연이 어디 있어. 너하고 우리 집이 얼마나 멀리 있는데, 내가 우연히 너하고 만났다고 생각한 거야?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네 주위를 계속 맴돌았으니까, 그게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아,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어쨌든 화나서 가 보니까 넌 랑이하고 장 보고 있더라? 그러고 나서 들키니까, 뭐? 조금 전에 왔다고? 내가 무서워서 변명했다고? 세상에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애를 무서워하는 남자애가 어디 있어? 내 성격 알잖아. 사실대로 말하면 내가 이해 못 해 줄 것 같았어? 이건 좋아하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10년 동안 같이 지내 온 친구한테 미안한 짓 아니야? 넌 날 그렇게 봐 왔던 거였어? 랑이가 어떤 애인지도 거짓말로 일관하고! 내가 눈치 채니까 그제야 사실대로 말했지? 네가 사실대로 말하면 내가 안 믿어 줄 것 같았어?! 물론, 요괴가 실제로 있다는 말이 허무맹랑하다는 건 알아. 내가 안 믿어 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내가 네 말을 안 믿어 줄 거라고 제멋대로 생각하고! 거짓말하고! 그런 게 짜증 났다고! 그런 게 한 두 번도 아니고! 아니, 그 전에!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랑이하고 둘이서 소곤거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길 하는데, 내가 너희 둘이서 말을 맞췄다는 걸 모를 리가 없잖아? 그래도 뭔가 사정이 있을 거라고 이해해 주려고 하니까, 하, 랑이하고 세희하고 같이 살겠다고? 와, 진짜! 내가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나! 일부러 아저씨를 아버님이라고 부르면서 나 지금 질투하고 있다고, 짜증 내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것도 눈치 못 채고! 세상에 누가 친구 아버지를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데? 응? 아저씨라고 부르지! 그리고 내가 말했지! 나도 너희 집에서 잘 거라고. 억지 부려가면서, 말도 안 되는 이유 붙이면서 너희 집에서 잘 거라고! 얼마나 더 티를 내야 하는데? 이게 다인 줄 알아? 세희가 너하고 자기가 신혼부부 같다고 말하니까 내가 질투 나서 부엌 들어가서 요리한 거 알아, 몰라? 알지? 그런데 너는 그 동안 랑이하고 놀기나 하고! 그게 끝이면 이런 말도 안 해. 내가 해 준 요리를 말이야. 랑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먹여 줘? 내가 진짜 그거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아서 밥상 집으려다가 랑이가 무지 궈여워서 참았어! 진짜! 내가 그것 때문에 화나서 나중에 지리산 가서 똑같이 한 건 알아? 그런데 내가 부끄러워서 이것저것 핑계 대면서까지 애교 부리는데 하는 말이, 뭐? 신체 공학적으로 무리? 신체 공학적으로 무리이이이? 왜! 나중에 랑이하고 할 때도 신체공학적으로 무리라고 하지 그래? 다시 돌아와서. 너, 내가 네 방에서 잔다고 한 거. 보통 여자애들이 그런 말 하겠냐고.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애가 아니면 그런 말 하겠냔 말이야. 당연히 안 해! 여자애 마음을 좀 알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너는 밖에서 자라고 해도 말이야. 남자애가 살던 방에 들어가서 자겠다고 하는 말이 얼마나 여자애한테 있어서 큰 어필인지 몰라? 그래, 모를 수도 있지. 성훈이니까. 너니까. 그래서 일부러 옷 갈아입는다고 말했잖아. 문 안 잠근다고. 보고 죽으라고. 그럼 봐! 내가 보고 죽으라고 했잖아! 그러면 보라고! 보고 혼나면 되잖아! 내가 진짜 널 죽이겠어?! 거기서 돌아가? 옷 갈아입는 거 이야기하니까 생각났는데, 내가 갈아입은 옷! 내가 여름 내내 입고 있던 그 옷! 너한테 잘 보이려고 입었다는 거 몰랐지? 그래, 모를 것 같았어. ……어떻게 그런 거도 몰라?! 네가 맨날 내 가슴만 보니까! 너 좋아하라고 입어 준 거잖아! 아무리 봐도 그렇잖아! 내가 평소에 그런 옷 입고 돌아다니는 거 봤어? 그런데 여자라면 다 좋아서! 세희가 옷 벗고 나오니까 아주 눈 돌아가더라? 응? 그래. 그때도 그래. 내가 너한테 다른 여자애 알몸 같은 거 함부로 보지 말라고 그랬지? 그러면 당연히, 혹시 나래가…… 같은 생각하고 반응이라도 좀 보여야 하는 거 아니야? 신경도 안 쓰더라? 그러면서 랑이가 같이 놀이공원 놀러 가자는 건 신경 쓰더라? 그래서 네 건강 생각하는 도시락도 싸고, 일부러 자식 계획 같은 말도 하고 그랬는데! 세희가 끼어드니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은근슬쩍 넘기기나 하고! 너무한 거 아니야? 너무한 게 그게 끝인 줄 알아? 랑이가 위험해졌을 때. 지리산으로 갔을 때 네가 또 얼빠진 생각하는 게 눈에 보여서 등 밀어 줬더니……. 세상에. 다음 날 전화를 해? 나중에 물어보니까 네가 그날 정신 못 차린 것도 아니고, 밤에 깼다면서? 왜 그때 전화 안 했어? 내가 그때 얼마나 마음 졸이면서 네 연락 기다렸는지 알아? 내가 너한테 전화 올 때까지 한숨도 못 잤어! 그래. 전화, 전화 하니까 또 짜증 나네. 내가 내가 전화나 문자 할 때마다 바로 바로 반응 보이는 거 보면 뭐 이상하지 않아? 내가 네 연락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도 않아? 내가 목욕할 때도 폰은 들고 가! 폰도 일부러 방수 폰으로 산다고! 내가 화가 나서 무시한 적은 있어도 네 연락을 나중에 아는 경우는 없었다고! 그러면 좀 눈치 좀 채 달란 말이야! 그런 사고방식 자체를 기대하면 안 되는 거야? 너, 나 좋아하는 거 맞아? 나,열심히 성격 고치다 보니 부끄러움도 잘 타게 된 거 너도 알지? 그런데 내가 지리산에 내려갔을 때,내가 어떻게 했어? 아무리 너하고 랑이를 위해서라도 보통 여자애가 그런 짓까지 할 것 같아?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하겠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말이야, 아무리 소꿉친구라고 해도 그런 짓은 안 해! 맨날 자기 좋다는 랑이하고 있다 보니까 보통 여자애가 그런 거에 대해서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모르지? 누가 사귀지도 않는 남자애한테 그런 짓까지 하냐고! 완전 싸 보이는 짓이잖아! 그래, 너는 그럴 수도 있겠다. 옆에 있는 애들이 다 너한테 그런 식으로 했으니까! 내가 이상한 것처럼 생각될 정도로! 정미 누나는 정미 누나대로 너한테 꽂혀서 섹시 어필이나 하고 있고! 너는 거기에 홀딱 넘어가고! 그때 뭐라고 했더라? 그래. 사춘기 소년으로서 어쩔 수 없는 신체의 반응으로 반사적으로 일어난 현상이라고 했었나? 웃겨서, 정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리고 그 비디오 찍을 때. 내가 왜 기분 나쁘다고 말했는지 조금도 눈치 못 챈 것 같더라? 그런 거 당연히 기분 나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좋아하는 사람하고 알콩달콩하게 지내는 거, 그런 걸 찍어서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는 거 당연히 기분 나쁘잖아! 그런 건 우리 둘만의 시간이어야 하는데! 우리가 무슨 야동 배우야?! 그런데 넌 그때도 랑이 생각만 했지? 내 기분 같은 건 생각도 안 했지? 아니, 아니야. 넌 그냥 아무 여자하고나 그런 짓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게 틀림없어. 안 그랬으면 그때 아무런 말도 안 했을 리가 없으니까. 아니면, 그건가? 그때부터 나를 좋아하는 여자애로 의식을 안 한 걸지도 모르겠다. 응. 그게 더 그럴싸하네. 그때는 랑이한테 고백도 했었고! 치이하고도 좋은 관계가 됐었으니까! 그러니까 단순히 웅녀님이 랑이한테 신경 끊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만 생각했겠지! 그때부터 나는 너한테 있어서 그저 친한 친구였을 테니까! 그러면서 나한테 한 말이 랑이가 귀여워서라고? 절대로 다른 사심 같은 건 하나도 없다고? 그러면서 네가 한 짓 기억하고 있어? 랑이한테 온갖 스킨십이라는 스킨십은 다 했던 거? 내가 그때 얼마 나 질투 나고 화도 났는지 알아? 상황이 그러니까 이해는 했지만, 그래도 너무하잖아! 나한테 말 한 마디 해 주는 게 그렇게 힘들었어? 아니면 눈치라도 주는 게 그렇게 무리였어? 나는 너를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게 그렇게 힘들었냐고! 눈만 돌리면 랑이, 랑이! 나도 봤다고? 그래, 그랬겠지! 네 소꿉친구인 서나래 양도 보셨겠지! 하지만 빈도의 차이는 있잖아? 한 그래? 랑이를 한 열 번 보면 나는 세 번 정도 봤겠지. 왜 그렇게 말하냐고? 나는 너만 봤으니까! 너만 봤다고! 하루 종일, 네가 어디에 있나 보고! 네가 날 신경 쓰고 있으면 단순히 그게 정말 정말 좋아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행복했단 말이야! 그런데, 그걸 알고서 기껏 한다는 말이……, 자기는 나하고 랑이,둘 다 좋아한다고? 둘 다 나하고 결혼하자고? 미친놈! 이 미친 새끼! 그게 나한테 할 말이야? 그게 할 말이냐고! 그게 10년 동안 자기를 좋아했던 여자애한테 할 말이냐고! 너무하잖아! 차라리 차 버리면 말을 안 해! 둘 다 좋아하니까 둘 다 사귀고 싶다, 아니, 결혼하고 싶다는 말이 미친 소리가 아니면 뭐가 미친 거겠어?! 넌 도대체 좋아한다는 감정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걸 그렇게 쉽게 말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고 보니까 그랬지? 보충 수업 이야기 했을 때, 아무렇지 않게 보충 수업 이야기를 한 걸 내가 널 만나러 온 거에 대한 핑계라고 말했잖아.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내가 널 좋아한다고 말했고. 그게 얼마나 짜증 났는지 알아? 나는 정말 미칠 것 같은데. 널 좋아해서 내 거로 하고 싶어서 죽겠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내 거로 하고 싶은데! 거기다 바로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하룻밤이 지났다고 다 까먹은 것처럼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네 무신경함에 내가 얼마나 미칠 것 같았는지 네가 아냐고?! 물론 그때 이미 미쳐 있었던 것 같지만! 널 잃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도 네 곁에 있고 싶으니까, 결론을 뒤로 미루고 일단 네 곁에 있기로 생각했던 내가 제일 미친년이지! 더 웃긴 건 뭔지 알아?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거야! 난 그때 어떻게 해서든 너를 다시 나만 바라보게 만들 생각이었어. 세희야 네 관심 밖이고, 정미 누나는 너를 귀여운 장난감 보듯이 가지고 싶어 하는 거였고 나한테 죄책감도 있으니까 랑이에게서 내 쪽으로 관심만 돌리면 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다른 아이들도 널 좋아하더라? 그래. 치이하고 폐이 말이야. 둘 다 너무 귀엽더라. 너무 귀여워서…… 문제였지. 여자로서 미워할 수도 없으니까. 알아. 네가 아직 치이하고 페이를 여자애로 보지 않는다는 건. 하지만 말이야, 성훈아. 너는 이미 전적이 있잖아? 랑이라는 전적이 말이야. 너도 처음부터 랑이를 여자로서 좋아한 게 아니잖아말이야. 그런데 내가 훤히 보고 있는데도 며칠 헤어진다고 뽀뽀하는 닭살 커플로 변했다고! 그때 생각하니까 또 화나네. 너, 서울 올라올 때 기억나? 오랜만에 둘이서 차 안에 있었던 때 그때 네가 나한테 어쨌는지 알아? 모르지! 모르겠지! 아무 기억 안 나겠지! 넌 계속 랑이 생각하느라 거의 아무 말도 안 했으니까! 결국에는 꾸벅꾸벅 졸기만 하고 말이야! 도대체 무슨 사람이 그래? 왜! 나하고 있으면 졸리다 는 거야? 할 게 없다는 거야? 심심하다는 거야? 그러면서 어깨에는 왜 기대는 건데?! 기대해 버렸잖아! 자는 척 하고 은근슬쩍 작업 거는 줄 알았잖아! 그런 데 진짜 자더라? 내가 진짜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어! 하지만 그것도 별거 아니지. 너, 집에 들어갈 때 나한테 뭐라고 했어? 자고 가라고 했지? 어떻게 그런 말이 그렇게 쉽게 나와?! 아니, 그런 말을 하려면 적어도 좀 단계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서울 왔으니까 같이 카페라도 가서 이야기라도 한다거나! 어디 놀러 간다거나! 같이 저녁이라도 먹는다거나! 그런 다음에 나와야 하는 말 아니야? 그래야 나도 좀 못 이기는 척 하면서 넘어가 주지! 그런데 다짜고짜 하는 말이 같이 자자고? 같이 씻자고? 너한테 웃긴 소리 들은 게 바로 전날이고! 내가 화 아직 안 풀렸다고 눈치 준 게 그날 지리산에서의 일이었어! 그런데 그런 말이 나오는 게 말이나 돼? 넌 도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 하는 거야? 내가 널 좋아한다고 하니까, 왜! 하반신이 욱신욱신하기라도 했어? 널 좋아하니까 그런 짓까지 아무렇지 않게 할 것 같았어? 내가 너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 같아? 좋아하는 성훈이가 날 꼬셨으니 바로 다리를 벌려야겠다, 라고 생각할 줄 알았냐고! 그래! 나도 그런 거 관심 많아! 사실대로 말하면, 나도 너하고 하고 싶어! 하지만 순서라는 게 있잖아! 그 과정이라는 게 중요한 거 아니야? 세상에 어떤 여자가 너같이 구는 남자한테 허락하냐고! 입 닥쳐! 아직 할 말 많아! 너보다 내가 더 쌓인 거 많으니까! 그래, 엄청 많지. 너, 우리가 학교에서 어떻게 보이는 줄 알아? 이미 선생님 공인 커플이야, 커플. 반 아이들은 이미 우리가 갈 데까지 갔다고 생각하고 있고. 넌 내가 왜 학생회에 들어갔는지, 귀찮은 반장까지 하고 있는지 모르지? 그냥 내가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갔다고 생각하지? 아니, 생각도 한 적 없지? 너, 학교에서 불순 이성 교제가 금지인 건 알아? 그런데 그런 식으로 소문이 났는데 지금까지 별다른 소리 안 듣고 지낸 게 이상하지 않아? 해 봤자 정현 선생님이 놀리는 것 밖에 없었잖아. 그거, 나 때문이라는 거 모르지? 놀라지 마. 너무 예상대로니까, 넌 당연히 모르겠지. 네가 모르도록 했으니까. 회장이 이사장이라는 거 들었지? 학생회 들어가서 잡무 도와주면서 선생님들이 나하고 너한테 뭐라고 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부탁한 거야. 말할 생각도 없어.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네가 말하라고 했으니까 말해야겠네. 그런 표정 짓지 마! 아직 할 말 많이 남아 있으니까! 내가 보충 수업 때 싸 온 도시락. 너하고 같이 먹으려고 직접 싼 거라는 건 알고 있어? 그 바보 같은 세현도 눈치챘는데 너는 끝까지 모르더라? 치이가 도시락 싸 줬으니까 내 도시락 같은 건 상관없다는 거지? 너는 그런 애니까. 상대가 누구든 관심만 받으면 좋은 애니까! 그러니까 폐이한테도 호감을 사기 위해 열심히 했겠지. 아니라고 하지 마. 아니라고 하지 말라고! 내가 모를 것 같아? 난 너에 대한 모든 걸 알아! 내가 모르는 건 없어!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네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다 안단 말이야! 그러니까 이해해 줬어. 그러니까 넘어가줬어. 네가 폐이를 위해서 하는 일을 아빠한테 손을 빌리면서도 도와줬어! 맞아. 나는 착하고 상냥하기 때문에 그런 일도 할 수 있어.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야! 내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백화점을 통째로 사용하는 게 얼마나 금전적인 손해가 일어나는지 알면서도 그런 짓을 왜 했는지에 대해서 너는 생각도 안 했잖아! 했어도 폐이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거기서 끝났겠지! 다른 애들한테는 그렇게 속마음을 알아내려고 열심이면서 나한테는 왜 안 그러는 거야? 응? 성훈아. 나, 지금 화내는 거 아니니까 말해 봐. ……아, 그런 이유였어?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네가? 나를? 재밌는 말이네. 이해하고 있다면서 그래? 이해라는 건, 내가 너한테 한 걸 말하는 거야. 그거 이해가 아니야. 그냥 자기 생각일 뿐이지.자신의 생각을 기반으로 남을 판단한 거지. 이해라는 건, 그래. 우리가 냥이의 요술 속에 있었을 때. 내가 양호실에서 네가 아무 말도 안 해 주는걸 넘어가 준 것 같은 거나, 네가 속내를 말해 줬을 때 네 선택을 인정해 준 걸 말하는 거야. 자기 안에서 판단해서 그걸 상대방의 마음이라고 믿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아, 물론 그때 화가 나서 때린 건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옛날에 한 약속이 있다고는 해도 나도 도가 지나쳤으니까. 그런데 그때 내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 그때까지도 넌 계속 나한테 중요한 건 숨기고 말 안 하고 상담도 잘 안 하려고 하고 그랬잖아? 나한테 미움 받는 게 싫다고, 무섭다고, 걱정 끼치기 싫다고, 이런저런 이유로. 그런데 그거. 내 입장에서 생각해 봤어? 성훈아. 나는 네가 정말 나쁜 아이일 때부터 알고 지내 왔어. 아니, 너에 대한 내 첫인상은 최악중의 최악이었어. 알잖아. 너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좋은 면만 보이고 싶다고, 날 걱정하는 척 하면서 자신의 좋은 면만 보이고 싶다고, 날 걱정하는 척 하면서 자신의 좋은 면만 포장해서 보여 주려는 널 보면 내가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다른 생각 드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생각해보면 웃기지 않아? 누가 자기한테 손을 대는 여자애를 좋아해 주겠어? 폭력이잖아. 아프잖아. 그래도 나는 했어. 네가 원했으니까. 네가 나한테 그런 걸 원했으니까! 남들이 보기에 폭력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걸 각오하고! 랑이한테 왜 그렇게 너한테 손을 대냐는 소리를 들어도! 계속해서, 계속해서! 네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면 해 왔다고! 네가 하는 행동이 질투 나서 과했다는 건 알아! 변명을 안 하겠어. 네가 날 싫어하게 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했다는 걸 아니까. 하지만 성훈아. 난 그래도 네가 날 싫어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서 그랬어. 네가 나한테 부탁한 거고, 그건 우리의 약속이니까. 그래서 나는 너를 믿고 있었어. 그런데 네 눈에는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였어? 네 병신 같은 고백에도 남아 줬던 내가, 겨우 그런 일로 떠날 사람처럼 보였냐고. ……아니야? 응. 알아. 아니라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말 안 했잖아? 너도 나한테 말 안 했잖아? 그래서 내가 무슨 생각까지 했는 줄 알아? 네가 단순히 내 몸만 보고 날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어. 즐길 거 다 즐기면 버리려고 옆에 두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아니라는 거 아니까 입 다물어! 정말 그랬으면 예전에 끝났을 테니까! 내 손으로 죽여 버렸을 테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네가 자꾸 그렇게 대하니까 그런 생각밖에 안 들잖아! 머리로는 이해해도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그래도 참았어! 나는 널 아니까! 누구보다도 잘 아니까! 네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10년이 넘게 알고 지냈고 어떻게 자라 왔는지 옆에서 계속 지켜봤으니까! 그러니까 네가 아야의 일로 랑이를 추궁했을 때 달래 줄 수도 있었던 거고! 그런데 너는 아닌 것 같잖아. 너무 아닌 것 같잖아! 우린 서로를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아는 사람 아니었어? 어렸을 때, 내가 돈 가지고 널 비참하게 만들었던 적도 있었지? 네가 맨날 돈 없어서 부모님이 바쁘다고, 그래서 나는 나쁜 짓 하고 다녀도 된다는 것처럼 지내니까, 내가 돈 가지고 못되게 군 적 있잖아. 그래서 네가 나를 때리기도 했고, 내가 아끼던 인형을 버리기도 했고, 리본을 잘라 버리기도 했고. 그렇게 남들한테 말하기 부끄러운 일까지도, 우리 둘은 같이 했잖아. 그 후로 좋은 일은 더 많이 있었고. 내가 너희 집에 놀러 가서 같이 논 것도, 네가 우리 집에 와서 논 것도, 같이 밥을 먹은 것도, 소꿉놀이를 한 것도, 수영을 한 것도, 같이 씻은 것도, 의사 놀이를 한 것도, 같이 노래방도 갔고, 쇼핑하는 데 같이 가고, 수많은 일을 같이 했잖아. 그렇네 왜 몰라? 왜 나를 몰라? 넌 도대체 내 어떤 면을 봐 온 거야? 나를 어떻게 생각해 온 거야? 내가 어떤 여자라고,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아니, 됐어. 솔직히 말이야. 네가 날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이제 하지를 않아.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네가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조차도 안 해.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단순한 이유 하나뿐이야. 그래. 내 마음을 정리하려고 그래. 난 아직 너에 대한 마음이 정리가 안 됐거든. 웃기지? 웃어도 돼. 웃어 줬으면 해. 난 아직도 널 사랑해. 널 좋아해. 하지만 그래서?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나하고 넌 안 맞아. 맞을 수 없어. 넌 랑이를 좋아하고, 치이를 좋아하고, 폐이를 좋아하고, 아야를 좋아하고 성의를 좋아하는걸. 나는 나를, 서나래만을 좋아하는 남자를 원해. 나만을 좋아하고, 나만을 신경 써 주는 남자를 원해. 하지만 너는 아니잖아? 네가 신경 써야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잖아? 나만을 좋아할 수 없잖아? 나는 그걸 견딜 수 없어. 내가 너만을 바라보듯 너에게도 내가 전부였으면 좋겠어. 나만 바라봐줬으면 좋겠어. 그때 랑이가 운 것 때문에 타협한 게 잘못일지도 모르겠어. 그래. 우리는 그때 끝냈어야 했어. 그때,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만 했어. 하지만 그러지 못했지. 그런 얼굴 하지 마. 나는 네가 잘못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니까. 말했잖아? 나도 그때는 미친년이었다고. 그건 나한테도 잘못이 있는 거였어.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슬퍼하지 마. 너 혼자 끌어안으려고 하지 마. 나도 잘못한 거니까. 하지만 말이야, 성훈아. 너, 정말 몰랐던 거야? 내가 그 말을 하기 전까지, 정말 몰랐었어? 내가 무슨 생각으로 네 곁에 있었는지 몰랐어? 내가 왜 말을 못 했는지 정말 몰랐어? 성훈아. 네가 말했지? 왜 나한테 말을 안 했냐고. 그래. 나는 말을 못 했어. 말을 할 수 없었어. 그거 알아? 네가 지금의 상황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얼마나 행복해하고 있는지. 너는 몰랐을지 몰라도 나는 알았어. 계속 쭉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랑이, 치이, 폐이, 아야, 세희, 냥이, 바둑이. 다들 지켜보면서 네가 얼마나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는걸. 부정하지 마. 아니라고 하지 마. 나는 알고 있다고. 바보야, 내가 모를 줄 알아? 너는 뭐라고 해도 결국 자기가 사랑 받을 수 있다면 모든 게 상관 없는 애정 결핍증 환자야. 왜 그렇게 잘 아냐고? 나도 그러니까.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고, 아버지 대신에 너한테 관심을 돌렸던 바보니까. ?. 나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다른 게 있다면 단 하나. 나는 너한테 집착했고, 너는 나를 대신할 게 생겼다는 거야. 이제 너는 성격 나쁘고 질투심 많고 폭력 휘두르는 소꿉친구에게 그만 집착하고 너만을 좋아해 주는 귀여운 아이들에게 가서 행복하게 살면 돼."
소꿉친구 히로인이 그동안 서운했던 점을 무려 15페이지에 걸쳐 징징대는 익스트림 장광설
한국 라노벨 얘기 안 나오는 건 좀 아쉽넹. <나와호랑이님> 이건 좀 그렇고 <손만 잡고 잤을텐데> 얘 좀 재밌음
+) 나와호랑이님을 본 할배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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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는 재밌긴 한데 너무 페도 스멜이 강해서 좀 그럼...
그래서 어디가서 추천 못함
나호는 시대가 변하면서 점점 읽기 힘들어지더라... 저런 류의 주인공은 뭔가 좀 그래
나도 오타쿠지만 이건 좀 빡세더라
텍본 복붙한거임? - dc App
나무위키에 있음
K-프루스트 ㄷㄷ - dc App
(대충 할배가 속표지에 낙서한 짤)
추가함 - dc App
ㅋㅋㅋㅋㅋㅋㅋ
저 기나긴 장광설도 읽히는 대문호의 필력도 능력이란 걸 일깨우고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