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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적어도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보다는 낫겠지"라고 생각했었다. 이게 웬걸, 이 책이 더 심각했다. 작가가 의도를 갖고 쓴 건지조차 영문을 알 수 없는 내용들. 실어증에 걸린 주인공이 다시 말을 되찾았다고 사랑이 솟아난다는 건 또 뭔가. 중세 영웅 서사시는 뭘 어쩌란 건지 모르겠으며, 작중의 내용들은 도대체 왜 이 내용을 쓴 건지 전혀 모르겠다. 지루한 건 덤.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거야?"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나 이 책이나 비교해서 "더 낫다"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 작품들도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으로 분류되어야 하는가?)
『관객모독』을 읽고 눈가가 촉촉해질 정도로 감동받았던 나는 "한트케"에 대한 나의 이미지를 깨고 싶지 않아서 "내가 부족한 거겠지" 라고 생각해본다. 물론 내가 부족해서 이 작품의 진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솔직히 지금도 까마귀고 시인이고 승리자고 스텝지역이고 버섯이고 모험이고 영웅서사시고 나발이고 하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왜 한트케가 이런 책을, 왜 꼭 이런 내용으로 썼는지가 의문이다. 왜 하필 이러이러한 대사를 하는가? 왜 하필 이 전개인가? 왜 하필 이 사물(상징)인가? 왜 하필 이것인가? 읽는 내내 이해도 할 수 없었고 재미라는 것도 없었다.
한림원은 초기작보다 이런 후기작들에 큰 값을 매긴 것 같다. 그러나 나는 한림원의 그 판단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타자와의 화해"고 "일상적 존재방식의 부정"이고 "인간 경험의 특수성과 소외된 측면"이고 나발이고 왜 하필 이런 이상한 글쓰기 방식인가?
과격하게 말해서, 내 마음속의 한트케는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을 끝으로 이미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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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페널티킥, 관객모독은 진짜 재밌게 읽었는데 어두운빔은 진도가 너무 안 나가더라.
한트케가 적은 스토리인데 좀 더 일반적인 걸 보고싶으면 차라리 한트케가 각본 적은 빔 벤더스 영화 보는 건 어떰? 적어도 그쪽은 마일드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