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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악평을 퍼부을 거다. 본작의 흡인력 넘치는 첫 페이지에 매혹되어 읽기 시작해, 첫 페이지를 제외한 모든 페이지로부터 배신당했다. 본작의 결함을 철저히 분석해 창작의 반면교사 삼고, 읽을 이들에게 경고하며 읽은 이들의 분을 해소하고자 한다. 앞으로의 비판은 맹목적인 비난이 아님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가능한 본작의 가치를 옹호해보려 했다. 그러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론에 다다를 수 밖에 없었다. 『고독사 워크숍』은 작가가 가질 수 있는 최악의 태도로 집필한 끔찍하리만치 조잡한 책이다.

고독사는 혼자이고, 워크숍은 함께이다. 다른 두 단어가 만나, 독존할 때 없던 새로운 의미가 창발(emergence)한다. 『고독사 워크숍』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고독사를 준비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각 챕터에서 등장한다. 인터뷰에서 저자는 별개의 이야기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큰 이야기로 만들고자 했다 한다. 제목처럼 개개인의 서사들이 모여 의미가 창발하길 의도한 것이다. 의도대로 창발했을까? 애초에 연결이 유기적이기나 했을까? 아니라 본다. 이어지지 못한 이야기들이 창발하지 못하고 그저 산발한 채 널브러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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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챕터의 중심인물들 간의 관계도이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거의 만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야기들이 너무 긴밀해지면 고독이라는 주제를 훼손할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 챕터, 30여 쪽을 할애한 인물이 다신 등장하지 않는다. 나오더라도 접점이 너무나 약하다. 둘이 가족관계가 있다거나 지나친 사람이 알고 보니 그 사람이더라, 라는 식이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자. 5분 남짓 대화하고 헤어질 사람에게 우리가 정을 붙일까? 이와 마찬가지로, 본작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전혀 궁금하지 않다. 다신 안 볼 사이니까. 매번 중심인물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인물에게 새로이 몰입을 하느라 피로하기만 하다. 이를 조악하게 해결하고자 저자는 인물들에게 독특한 특징을 부여했다. 하지만 특징들이 작위적일 뿐인데다 주어진 분량, 즉 설명이 부족한 탓에 납득시키지도 못했다. 따라서 조잡한 설정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주제 의식, 그에 따른 구조가 서사의 힘을 매몰해버린 것이다.

다른 문제는 궁금하지 않은 인물들의 궁금하지 않은 얘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것이다. 찰나의 생각을 집요하게 쫓아 묘사한다. 나쁜 방향으로 자폐적이게 된 묘사는 등장인물에 대해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구구절절한 얘기를 들어도 등장인물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깊게 고찰한 척하기 위해 생소한 어휘를 사용하고 어휘를 생소하게 사용했지만 어쭙잖다. 낯선 문장이 전하는 감수성은 얄팍하기 그지없고, 잘 안 읽히기까지 한다. 곳곳에서 다양한 예술 작품을 언급⋅인용하는데, 부족한 인문적 기반, 사람에 대한 이해를 남의 것으로 채우고서 안주하는 태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쓸데없는 얘기는 그만두고 충분한 설명이나 했음 좋겠다 생각했다. 핵심 소재인 고독사 워크숍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150여 쪽에 이르러서야 파악했으니 말이다.

다시 관계도를 보자. 직접적인 연결이 하나뿐인 챕터가 「워크숍1」, 「워크숍3」, 「워크숍4」, 「워크숍5」, 4개나 된다. 「오리엔테이션」과 「워크숍2」는 연결고리가 없어 관계도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필요 없는 이야기들이다. 고독한 6개의 챕터들만 삭제해도 이 지루한 책이 절반은 짧아진다. 앞서 말한 쓸데없는 얘기들도 없애면 책 쪽수는 본래의 388쪽에서 100여 쪽이 될 거다. 그게 『고독사 워크숍』의 이상적인 분량이었으리라.

나는 아쉬운 만큼 분노한 거다. 본작은 장점도 분명히 있다. 고독사라는 무거운 주제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잘 살려냈고, 등장인물들의 사연들은 때때로 무척 흥미로웠다. ‘고독사 워크숍’이라는 제목, 소재부터가 매혹적이다. 고독에 관한 깊은 고찰과 이야기의 매력, 둘 모두를 놓치지 않는 『고독사 워크숍』의 이데아, 본작이 다다랐어야 할 참모습이 존재했을 터다. 그러나 본작은 이를 추구한 흔적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되는대로 썼다는 모양새다. 소설가로서의 직무 태만이다. 때문에 나는 저자가 최악의 태도로 집필했다 한 것이다. 본작의 치명적인 결점들을 파악하고 보다 나은 작품으로 저자가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