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펑크 명작 <뉴로맨서>를 읽는데 번역이 너무 심각하다.

내용이 어색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원문과 비교해봤는데 온갖 오역 투성이었다.


1.


원문: The antique arm whined as he reached for another mug. It was a Russian military prosthesis, a seven-function force-feedback manipulator, cased in grubby pink plastic.

번역: 그가 또 다른 머그잔을 향해 손을 뻗자 고물 팔이 윙윙거렸다. 러시아에서 군용으로 제작된 그의 기계 팔은 일곱 가지 기능에 앞뒤로 움직일 수 있게 조작된 장치로, 겉은 더러운 분홍색 플라스틱으로 덮여 있었다.


포스 피드백(force-feedback)이란 게임 컨트롤러 등에 사용되는 진동 조절 기술을 의미한다.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는 '역감 제어'라고 한다. '앞뒤로 움직일 수 있게 조작된'이라는 번역은 틀린 번역이다.


수정: 그가 다른 머그잔에 손을 뻗자 골동품 팔이 윙윙거렸다. 그것은 러시아 군용 의수였다. 7가지 기능을 지닌 역감 제어 조작기로, 지저분한 분홍색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겨 있었다.



2.


원문: A year here and he still dreamed of cyberspace, hope fading nightly. All the speed he took, all the turns he’d taken and the corners he’d cut in Night City, and still he’d see the matrix in his sleep, bright lattices of logic unfolding across that colorless void. . . .

번역: 이곳에서 일 년을 지냈건만 케이스는 여전히 사이버스페이스를 꿈꾸었고, 그 희망은 밤마다 희미해져 갔다. 이 '밤의 도시'에서 그는 수많은 각성제를 삼켰고, 여기저기에서 차례를 기다렸으며, 이리저리 잔머리를 굴리며 살았다. 그러나 꿈 속에서 그는 여전히 매트릭스를 보곤 했다. 색깔 없는 공허 속에 펼쳐진 그 환한 격자들.......


이 부분이 너무 이상해서 원문을 찾아 읽어보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읽어봐도 'the speed'는 동명의 각성제가 아니라 우리가 아는 '속도'라는 의미로 쓰인 것 같다. 'the turn' 역시 '차례'가 아니라 '회전'이라는 의미로 쓰인 것 같다. 'the corners he'd cut' 역시 '잔머리를 굴리며 살았다'가 아니라 '규칙을 어기며 운전하다'라는 의미로 쓰였다고 생각한다.

'logic'은 왜 빼 먹었는지 모르겠다.

뉴로맨서 속 사이버스페이스는 바로 뒷문장에서 묘사된 것처럼 밝은 격자로 가득한 공간이다. 뉴로맨서의 주인공 케이스는 바로 이 격자로 가득한 공간을 빠르게 달렸을 것이다. 이를 고려해서 다음과 같이 수정해보았다.


수정: 이곳에 온 지 1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사이버 공간을 꿈꾸었다. 그러나 희망은 밤마다 희미해졌다. 나이트 시티에서 속도를 내고, 방향을 바꾸고, 곡예 운전을 했지만, 여전히 그는 잠 속에서 매트릭스를 보았다. 무색의 공허에 펼쳐진 밝게 빛나는 논리 격자를. . . .



초반부에 좀 심각하다 싶은 것 두 가지만 골라서 수정해보았다. 어려운 용어가 많이 사용된 탓인지 번역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좀 더 신경을 써줘서 번역을 해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다면 <뉴로맨서>를 더 쉽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내가 읽은 이 황금가지 번역본이 나온지 거의 20년이 되어가니,

기회가 된다면 다시 새 번역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