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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저자가 적은 심리/정신학 책은 종종 읽는 편이다.
캐쥬얼한 표지를 보고 별 기대 없이 읽었다가
예상을 뛰어넘는 전문성에 감탄한 적이 많아서다.
이 책도 내가 최근에 느낀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책의 내용과 나의 감상
이 책은 사람들이 왜 거짓된 자아를 만들게 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지,
마지막으로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자세하고 실제적인 방법으로 알려준다.
왜 과도하게 자기방어적인지, 혹은 왜 과도하게 Yes를 말하는지,
왜 자신을 해하는 사람에게 그다지도 의존하는지.
페이지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수없는 얼굴들이 떠올랐고
그 중 가장 많이 떠오른 이는 바로 나와 우리 가족이다.
초고속 성장하는 나라에서 인간을 길러낸다는 것의 무게를 배울 기회조차 없이
(옛날엔 오은영이 없었고, 우울증은 커녕 홧병이 만연했음을 떠올려보자)
사회의 강요로 가족을 꾸리고 자식을 길러온 세대.
그 세대의 맹목적 희생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은 나.
무지를 면죄부 삼을 수는 없다는 것도 알고
타인에게 그들을 용서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내 부모와 그 세대를 이해하게 됐다.
용서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마음이 편안해지려고 하다보니 그렇게 되어버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는 내가 왜 상처를 받았고,
그걸 어떻게 왜곡된 방법으로 극복하려고 했는지, 그게 왜 실패했는지 알았다.
다만, 이 책은 다정한 방식으로 위로를 해주지는 않는다. 이래라저래라 잔소리가 많다.
그래서 이런 류의 서적을 많이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너무 기술적이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위로해주는 책은 이미 많이 읽고 가지고 있어서 이 책이 생각정리에 많이 도움이 됐다.
내가 불안할 때마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가이드북으로 이 책을 요긴하게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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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
‘마커스처럼 트라우마를 겪으며 자란 아이는 뇌줄기의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해진다. 스트레스에 관한 대응 체계가 대부분 이 부분에 위치해 있어서, 계속되는 자극은 두려움이나 불안, 화, 충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릴 때 겪은 반복적인 트라우마는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추론하고 개념화하는 능력에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자신에게 가해지는 위협을 확대해석하고, 표정 같은 시각적인 신호를 잘못 이해함으로써 정신적인 고통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회복 과정 초기에 과거의 상처를 떠올리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보라. 만약 남자 상사가 마커스에게 화를 내면 마커스의 뇌는 화를 표출하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수치심은 죄의식과 어떻게 다를까? 수치심은 자신이 결함투성이고, 나쁘고, 불완전하고, 형편없고, 가식적이고, 무능하고, 실패자라는 생각이 들 때 느껴지는 괴롭고 불편한 감정이다. 죄의식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드는 불편한 감정인 반면, 수치심은 자신이 뭔가 문제가 있거나 결점이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 때 느껴지는 감정이다. 따라서 죄의식은 바로잡거나 용서받기가 비교적 쉽지만, 수치심은 벗어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생각이 확고해질수록 행동도 극단적으로 하게 된다. 따라서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사고와 행동은 스스로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고, 불필요한 고통을 안겨준다. 가끔 전부 아니면 전무 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끌릴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 주변에 있으면 곤란하고 고통스러워지기만 할 뿐이다.’
‘감정이 곧 우리 자신은 아니다. 감정은 무척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감정에 끌려가거나 지배를 당해서도 안 된다. 감정의 피해자처럼 굴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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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보면 좋을 책
불안이 어떻게 우울이나 분노가 되는지, 개인이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볼 수 있다.
- 당신의 특별한 우울, 린다 개스크
- 배부른 나라의 우울한 사람들, 가타다 다마미
마치며
요 몇년간 철학 서적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그들의 빛나는 통찰력 덕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되었다고 느끼면서도,
막상 현실의 삶에서 그것을 어떻게 적용하며 헤쳐나가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만큼 그렇게 똑똑하진 않아서 어쨌든 나의 평범한 삶에 적용할 삶의 지침이 필요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일종의 모던철학을 읽는 것이라 스스로 정당화 해보았다.
정신분석학의 초기 토대가 근대 철학에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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