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닌 구절인데 좋네
[일반] 플라톤 저 크리톤 중에서
익명(aptx4869s)
2023-03-2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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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의 주적 소크라테스
칼 포퍼의 주장을 말하는 거면 그가 열린 사회의 적이라 주장한 사람은 플라톤인데요. 포퍼는 소크라테스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런가요? 플라톤의 소크라테스는 스파르타식의 완고한 엘리트주의자인데다 플라톤의 주저 국가의 주인공이죠 그가 그린 이상국가를 현대의 민주주의에 비추어서 보면 주적이라 할 만하지 않을까요 이건 높게 평가하고 낮게 평가하고완 다른 문제죠
그걸 쓴게 플라톤이니까요. 물론 소크라테스를 화자로 내세우긴 하지만 플라톤이 자기 주장을 한거죠
그래서 제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라고 했잖아요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이고 특히 그의 정치적인 신념도 공유했습니다 플라톤의 중기저작까진 어디까지가 소크라테스고 어디서부터가 플라톤이냐는 경계가 그리 명확하지 않다고 알고 있어요 소크라테스를 어떻게 보느냐는 그 자신의 저술이 없음으로 플라이나 크세노폰에 의한 것일 수밖에 없어요
플라톤 철학을 전공한 이종환 교수가 쓴 '플라톤 국가 강의'라는 책을 보시면 국가를 비롯한 플라톤의 중후기저술은 플라톤이 소크라테스 철학의 영향을 받거나 전해듣고 저술한 것이 아니라 플라톤 자신의 사상을 문학적 형식을 통해 창작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로 미루어볼 때 소크라테스에 대해 우리가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것은 플라톤의 초기 저술인 변명, 크리톤 등인데, 해당 저술들에서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 무지를 깨달아가는 산파술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민주정 아테네의 배심원들에 의해 내려진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등 완고한 엘리트주의자라고 보기 어렵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전 역사속의 실제 인물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작품속의 인물 소크라테스를 생각하느라 당신과 같은 엄밀한 구분을 가지고 말하진 않았어요 초기의 저작 역시 저한텐 플라톤의 사유가 깃든 창작이라고 보고 싶고요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인 건 철학자로서 주어진 자기의 죽음을 회피할 수 없는 자기에 대한 존중이 앞서지 민주정에 대한 존중이란 관점에서 보면 반대로 그들의 어리석음에 대한 자기만의 야유나 조소라고 볼 수도 있다고 봐요 그는 빤스런 하는 걸 수치라고 생각했지 판결을 받아들이는 걸 명예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왜냐면 재판도 판결도 잘못된 것이었으니까요
옙 그러나 초기 저작의 경우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친구나 지인 제자들이 아직 많이 살아있을 때 출간되었기 때문에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자기 사상를 말하는 목적으로 저술했다면 심한 질타를 받았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기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것들은 소크라테스 본인의 생각이었다고 보는게 주류의견이고, 무엇보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회피할 수 없는 자기에 대한 존중 혹은 빤스런이 수치라는 생각 때문에 탈옥하지 않은게 아니라 비록 개별 판결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아테네 공동체의 법률과 제도 자체는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죽음을 맞은 겁니다. 크리톤이 바로 그 내용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대화편이고요.
솔직히 크리톤 파이돈 같은 중기 대화편이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담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음 아테네의 독단주의자들을 반박하고 다니던 소크라테스가 과연 혼의 회귀설을 믿었을까?
민주정에 대한 플라톤의 결정적인 반감이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큰 원인으로 할 테니 따지고 들어가면 당신의 구분이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플라톤의 지자에 의한 철인정치의 모토는 스승의 가르침으로부터 온 것이 맞다고 보여서 좀 고집을 부렸네요
사려 깊고 분별력 있는 사람 (없음)
나는 할 말이 없네, 소크라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