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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솔라리스(1961)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

평점: 8점

좋은 예술의 기준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저마다의 기준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때로 사람들은 좋은 예술이란 우리에게 정답을 건네주는 예술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어느정도 동의하는 바다. 애초에 책을 쓰는 작가도, 영화를 만드는 감독도 자신의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작품을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솔라리스는 우리에게 수없이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우주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 질문에 앞서 “인간이라는 소우주부터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가?”

“인간과 완전히 다른 미지의 대상 앞에서 인간은 어떻게 그 존재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내가 솔라리스를 읽으면서, 그리고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1972)를 보면서 떠오른 몇가지의문은 이런데 스타니스와프 렘과 타르코프스키 역시 다른 예술가들처럼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지 않는다. 사실 스타니스와프 렘이 이 책에서 해내고 싶었던 것은 인간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대상을 만나는 방식을 그려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줄거리 대부분이 하레이와 크리스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제목이 “우주의 사랑”이 아니라 “솔라리스”인 것이다. 소설에서 인물들은 솔라리스를 이해하는 것에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솔라리스를 연구하면서 수많은 가설이 있었고 수많은 이론들이 생겨났지만 어느하나 명료한 것이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들이 실패한 이유는 시간이 부족해서도, 자료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인간 중심적인 혹은 지구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지구도 다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구와 완전히 다른 행성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어떻게 솔라리스를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솔라리스를 연구하는 것이 바로 인간인데 인간이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진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솔라리스를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솔라리스가 단순히 이해하기 어려운, 불가해한 행성이 아니라 마치 신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크기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활동들이 솔라리스 내에서 매일같이 일어나지만 매번 변주된다. 그것을 보고서 사람들은 “솔라리스는 사실 고도의 지성체이다.” “솔라리스에서 일어나는 활동들은 인간의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현상 혹은 신진대사 활동과 비슷하다.”라고 주장하는데 그것들에 대해 읽고 있다 보면 마치 정신분석학 초기에 프로이트가 끼워맞추기 식 해석을 한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물론 그들은 수많은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하고는 있었지만 솔라리스라는 거대한 유기체 혹은 생명체 혹은 신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막스 베버는 서구의 근대화를 합리화 및 탈주술화의 과정으로 설명한다. 내 생각에 인간은 이제 2차 탈주술화를 해야할 시기를 맞이한 것 같다. 2023년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발전과 더불어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며 이성 혹은 합리성만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 합리주의는 니체의 등장으로 완전히 무너졌고 그 당시의 합리주의와 지금의 과학,이성 맹신주의는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본다. 이제 인간의 무대는 더 이상 지구만이 아니다. 지구를 벗어나서 우주를 이해해야 할 때가 왔을 때 우리는 인간의 과학과 이성으로 우주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우주의 또 다른 니체가 인간의 사고를 완전히 박살내지 않을까? 적어도 현 세대가 죽기 전에 우리는 인간 중심주의에서 탈피해야할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현 세대 안에 탈피하는 것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렇듯 솔라리스가 던진 질문이 그 당시에는 판타지에 가까웠겠지만 2023년, 머지 않은 미래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될 것이다. 또 다른 탈주술화가 일어나 인류를 한 발 도약할 수 있도록, 미지와의 조우 시 소설 내의 인물들이 겪었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선 말이다.

내가 솔라리스를 읽으면서 좋았던 다른 부분은 이러한 거대 담론를 담아내는 것 같으면서도 인간이라는 ‘소우주’는 과연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솔라리스는 사랑 이야기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크리스와 하레이의 사랑 말이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하레이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현재 알고 있는 과학으로 생각해봤을 때 원자가 아닌 중성미자로만 이루어진 하레이는 인간이 아닐 것이다. 애초에 “손님들”은 인간의 완력과 재생력을 아득히 넘는다. 또한 하레이는 크리스의 뇌로부터 나온 것이지 진짜 하레이가 아니다. 크리스의 관념이 물질화된 것 뿐이다. 진짜 하레이는 10년 전에 죽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하레이를 사랑하는 크리스를 이해하고 응원까지 하게 된다.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30살이어야 할 하레이가 20살이고 크리스의 뇌로부터 나왔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 순 있지만 중성미자로 구성되어있다고 해서 거부감이 들진 않는다. 만약에 이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났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죽은 연인을 만났을 때 그 연인이 중성미자로 이루어졌다고 해서 “너는 원자가 아닌 중성미자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내 연인이라고 할 수 없어!”라고 말할까? 아닐 것이다. 인간은 기억을 먹고 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원자나 중성미자 따위가 아니다. 서로의 기억을 일부분이나마 공유하고 있고 그 기억을 같이 추억할 수 있다면 죽은 연인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는 솔라리스는 물론 하레이와도 소통하는 것에 실패한다. 무언가 근원적인 부분에서부터 시작된 대립점이 있었기 때문인데 대립의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하레이와 자신의 차이점은 단순화하면 자신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하레이는 중성미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말 그것이 그렇게까지 중요할까? 과학자들은 하레이를 비롯한 존재들을 손님이라 부르지만 솔라리스에겐 그들이 손님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하레이는 자신을 이방인 취급하는 크리스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랑하더라도 주위의 과학자들은 자신을 개념의 물질화라고 규정 짓는다. 크리스마저도 자신을 진실되게 사랑하는지에 대해 확신이 없는데 어떻게 그와 온전히 소통할 수 있을까? 이렇듯 인류는 지금까지 인간이 만물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건 지구에서까지다. 미지의 대상에겐 해당되지 않는 사항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스타니스와프 렘이 소설을 썼던 시점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난 시대를 살고 있다. 그리고 이젠 미지의 대상을 단순히 '미지'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에 그치면 안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리고 우린 이제 그들과 소통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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