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청소년기인 중고등학생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비관적인 태도를 갖춘 애들이 몇몇 있다. 나 스스로도 그랬고 내 주위 친구들도 물론 그랬다. 대체로 어른들에 대해 부정적이고 사회는 쓰레기고 인간은 병신이고 등등... 그런 소리를 해댔었다.(지금은 나 같은 경우는 그렇게 생각하는 애들도 싫어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나이대의 자연스러운 태도가 아닌가 싶다.


 책에 나오는 홀든도 이러한 태도와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 그는 불만이 가득하다. 학교도 싫고 친구도 싫고 선생님도 싫고 자기 주위의 모든 요소 하나하나를 다 싫어하고(피비 정도가 예외 인 듯하다. 피비 정말 귀엽다. 동생하고 싶다.) 씨발씨발거리면서 속으로 욕을 해댄다.


 소설의 줄거리는 크게 복잡하지 않다. 홀든이 퇴학 처분을 받고 학교를 떠나서 뉴욕을 떠돌아다니다 다시 집에 돌아오고 그 정도 내용이다. 그렇기에 줄거리는 크게 중요치 않다. 중요한건 떠돌아다니는 홀든이지.


 사람들을 보면 가식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많다. 서로 시답잖은 얘기만 하고 비위만 맞춰주다가 뒤돌아서면 서로 흉보기 시작하는 그런 부류들 말이다. 홀든은 그런 사람들을 보며 구역질난다고 말을 한다. 그의 눈에 세상은 온통 추악함과 위선으로 가득하며 역겨울 뿐이다.


 때론 옛날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생각을 얘기 해보려 할 때도 있다. 물론 퇴짜만 맞을 뿐이다. 소설 속에서 홀든은 그런 식으로 외롭게 떠돌아다닌다. 자신에게 좋게 보일 리 없는 세상을 씹으면서.


 많이들 경험해봤을 것이다. 나 혼자만 정상이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맘에 안 드는 그런 상황. 나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멍청이만 가득한 세상이라고. 한창 예민한 시기, 민감한 시기인 청소년기, 사춘기에 그동안 깨끗했던 세상이 껍질을 까고 그 사악한 내용물을 드러냈을 때 우리가 받는 충격은 세상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난다. 홀든처럼 말이다.


 아직 미성숙한 존재의 눈에 세상은 너무나도 불완전하고 불결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순수한 세계와 반대되는 장소를 극도로 혐오하고 기피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는 이런 내용이 가득하다. 청소년기를 대표하는 홀든의 눈을 통해 작가는 우리의 세계를 그려낸다. 그래서인지 읽으면서 마음 한쪽이 쿡쿡 쑤시고 무겁게 짓누르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소설이 남의 얘기가 아니니까.


 어쩌면 지금 사춘기를 겪는 존재들에게 가장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 공감하면서 마음껏 마음 아파하는 것도 그 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생각한다. 처음 이 책이 출판됐을 때 수많은 젊은이들로부터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그들의 부모님들로부터는 혹평이 가득했다고 한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모습을 보여주는 단적인 모습일 듯하다. 그 나이대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책으로서의 모습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