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1. 햄릿 - 여석기 역본
수년만에 새로운 역본으로 다시 집어든 햄릿은 여전히 충격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왔음
특히 햄릿이라는 작품의 본적이 결국 연극이기에, 실제 연극에 주로 쓰인 판본을 가져왔고, 덕분에 연극적인 어투를 조금 더 살린 역본이라
김재남 해누리 판본 보다 대사가 좀 더 직관적으로 와닿는 느낌이 있었음
같은 책을 다른 역본으로 읽어보는 경험은 아마 이 책이 처음이지 싶은데
고전, 그 중에서도 이 정도 되는 작품들은 판본별로 읽어보는 것도 굉장한 독서 경험이지 않겠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됬음
판본의 비교분석이나 다채로운 즐거움 때문이 아니라, 각 판본을 서로 다른 작품으로 취급하고, 나름의 작품성을 받아들이는 식으로 말이야
이를 테면 하나의 이론에 대해서도 다양한 학자들이 몇몇 분파로 나뉘어 주장을 하고 검증을 하듯이
햄릿이라는 작품적 정체성을 잃지 않은 판본이라는 조건을 세운다면, 여러 판본을 생산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
아무튼 대사가 좀 더 와닿다 보니까 수년 전 햄릿을 읽고 느낀 것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알게 됬는데,
표리부동할 수 밖에 없는 죄인들의 곪아버린 위선을 말이라는 칼로 도려내어 그들의 속내를 낱낱이 파헤쳐버리는 그 모습
그 행위야말로 자아라는 존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방법론이었고,
햄릿 자신 또한 그 행위의 대상으로 포함시킴으로써, 그리고 극중극, 메타요소를 도입함으로써
햄릿이라는 작품을 인간의 자아라는 위치에 깊숙히 밖아넣은 것이었음.
수년 전 나는 그걸 느낀 것이고, 이제서야 그걸 이해하게 됬다는게 이번 햄릿 재독의 가장 큰 수확이었음
암튼 넘 좋았고 또 시간이 지나면 최재서 역본으로 다시 읽어볼 예정임
"죽느냐 사느냐" 라는 번역이 여기서 나온 대사인데,
작품 전체에서 워낙에 직관적이고 창발적인 구성을 가진 대사로 상당히 현란한 장면들을 구사하다 보니까
저 대사는 생각보다 임팩트가 없더라..?
2. 프로파간다
프로이트의 조카인 버네이스 아조씨의 선전 선전물
촘스키가 서문을 썼는데 대단한 학문적인 말솜씨 보다는
그냥 버네이스 아조씨가 이렇게 대단했다 정도의 느낌만 있어서 좀 맥빠진 채로 읽기 시작했음
글고 촘스키가 글을 못쓰는건지, 번역이 이상한건지, 내가 집중을 못한건지 이상하게 너무 안읽히는 서문이었음
본문은 어렵지 않았고 잘 읽히긴 했음
암튼 어떤 책이냐면
전쟁 도중에 사용했던 선전의 기술이, 전쟁 후에는 상품 판매, 마케팅으로 전문화되었으며
그 개념의 선구자가 바로 버네이스였는데, 이 책은 버네이스가 직접 쓴 입문서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음
그렇다고 학문적인 개념을 제시하는 책은 아닌데,
버네이스 본인이 말하길, 전쟁 때문에 인식이 지옥 밑바닥까지 뚫고 내려간 이 선전이라는 개념의 위상을 올바른 위치로 되돌려 놓기 위해 쓴 책이라고 했음
그래서 선전이 무엇이고, 그 예시로는 어떠한 전략이 있었는지, 그 원리는 어떠하였는지를 간략하게 소개하며
선전을 가능한 중립적으로 다루면서, 선전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꼭 필요한 수단임을 어필하고 있음
누가 들으면 발작할 내용이겠지만, 그가 예언한 내용들이 지금은 이미 벌어진 것도 모자라 구시대적 개념으로 떠나가는 것을 보면
싫어도 옳았다. 라고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음
"선전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대중은 늘 음식을 필요로 하고, 오락을 갈구하며 아름다움을 동경하고 지도자를 따르기 때문이다"
몬가 3월 달에 펼친 책은 많았다 생각했는데, 완독한 책은 두권 밖에 없넹..?
담달에는 좀 더 읽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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