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이 마지막으로 쓴 에세이는 '간디에 대한 단상'입니다. 익히 아시다시피 간디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하략)"이라는 말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즉 간디는 상호확증파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더욱 중요하게 파악한 인물이라고할 수 있습니다. 아마 오웰도 그랬겠지요. 미친소리 말라고요?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는 원래 그런 뜻으로 지어진 말이란 말입니다. 젠장, 안 미쳤으면 이런 정신나간 대회에 10만원 +a를 꼴아박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타쿠 문학을 참으로 싫어하던 독갤러가 대회와 무관하지만 어찌되었든 폭파된 것은 어떤 의미로 대회 목표를 완수한 셈입니다.)
이번 대회는 저에게 라이트 노벨(과 원본인 웹소설)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읽었던, 그리고 감상에 등장하는 라이트 노벨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어느 정도 대분모를 공유합니다. 부조리한 세계 혹은 환경 속에서 충돌하면서 주변 인물들과의 소통을 통하여 그러한 세계를 버텨나갈 일종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그러한 이공간은 어쩌면 도피일수도 있고 새로운 이상향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시도가 잘못되었다거나 혹은 미성숙한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목표, 혹은 희망을 투영하는 하나의 대상을 설정함으로서 스스로의 인격을 다시 되돌아보고 새롭게 만들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0년대 후반 이후 라이트 노벨은 여러가지 이유로 쇠퇴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대회는 '한발 늦은' 대회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너무 늦게 열린 대회 또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그것을 즐겼고 향유한 대상들이 존재하는 시점에서 과거의 기억을 반추하면서 그 의의를 다시 생각하는 시도는 지금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회는 참가자들 나이도 짐작할 기회도 제공해줍니다.) 비록 그것이 한 순간에 지나지않았던 잠깐의 불꽃이지만 그 불꽃 또한 엄연히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주는데 기여했으니까요. 이 대회가 참가자들과 독자들에게 무엇이든 이득이 되었으면 저는 바랄게 없습니다. 아니 그래도 후원자는 하나 정도는 있었으면 좋았어!
그럼 이제부터 감상문 소감을 시작하겠습니다.
1. <무스비모노가타리(매듭이야기)>,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간다. -by 퀸리스
https://gall.dcinside.com/reading/494761
라이트 노벨 작가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니시오 이신의 이야기. 그의 대표작인 『이야기 시리즈』의 후일담으로서 먼치9킨 히로인과 수많은 하렘을 꾸미는 비범한 주인공의 스토리입니다. 그야말로 라이트노벨이기에 가능한 설정입니다. 라이트 노벨이 근세, 초기 근대에 유행하였던 통속소설들의 직계 후손임을 증명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감상문 역시 정석적으로 쓰여졌습니다. 모범적인 스토리 요약과 사적이고 적절한 분량을 담은 감상까지 무난하게 쓰여진 독후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라노벨 대회) 근대의 유산과 파편화된 개인, 그리고 저항 : 내청코 리뷰 -by 구칠이
https://gall.dcinside.com/reading/496442
철학적인 단어로 표현하자면 외화(外化), 개인적인 감상으로 표현하자면 투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독자 개인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먼저 밝히고 이러한 개념에 맞추어 라이트노벨을 해석하는 방법을 채택했습니다.
등장인물의 사고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것은 좋았으나 작중 등장하는 사건과 스토리가 설명되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같습니다.
3부에서 독자들이 라이트노벨을 찾는 이유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설 자체에 대한 내용만 보강되었더라면 완벽했을 텐데 아쉽네요. 라이트노벨에 대한 일반론을 소설 하나에 묶어서 표현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3. 비블리아고서당 리뷰-보입니까 독갤 고우라씨..당신에게 바치는 추천작입니다 -by ㅇㅇ
https://gall.dcinside.com/reading/496716
라이트노벨의 확장성, 라이트노벨은 우리의 생각보다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음을 라이트문예를 통해서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순문학과 장르소설의 경계는 우리의 생각보다 상당히 모호한 편이었네요.
그러나 리뷰 자체의 내용이 짧아 상세한 리뷰가 어렵다는 점은 말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독갤러들 책 읽는 미소녀 취향이잖아? (버나드양 가라사대 제외)
4. 리뷰) 티어문 제국 이야기 -by EBS광팬
https://gall.dcinside.com/reading/496761
라이트노벨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이야기. 전형적인 주인공 천재론을 비틀어 완전 멍청한 주인공이 덜 멍청한 주변인물들을 스스로 각성시킨다는 다소 뻔하면서도 한번은 시도될만한 소재라고 봅니다. 딱 한번 이상 시도되기는 꺼려지지만 한번 정도는 최소한 중박은 소재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훌륭하게 찔렀습니다.
참가자의 독특한 방백이 이 리뷰의 가장 큰 특색으로 개최자의 마음에 가장 와닿았습니다. 가장 라이트노벨다운 리뷰로, 고닉만 팠으면 수상권이었을텐데 안타깝게도 공주님이 최애캐이신 이유가....
그런데 첨부한 곡... 이거 2000년대에 나온거잖아...
5. [라노벨 대회]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리뷰 -by ㅇㅇ
https://gall.dcinside.com/reading/496933
개최자 의도에 가장 부합되는 리뷰글입니다.
구닥다리 라이트노벨과 오늘날의 독갤을 절묘하게 연결하는 발상과 필력이 감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스즈미야 하루히라는, 소설계의 이단아이자 라이트노벨계의 고전은 누군가가 해야하는 리뷰인데 그것을 캐치했다는 점에서 개최자는 (기준따위는 없지만) 높은 점수를 주는 바입니다.
6. [라노벨 대회] 미얄의 추천 리뷰 -by ㅇㅇ
https://gall.dcinside.com/reading/497147
대회 참가작 중 유일한 한국산 라이트노벨입니다. 이제는 아예 안보이는 유물이 이렇게 나오는군요.
그만큼 낯선 주제일 수 있음에도 등장인물, 작품의 세계, 그로 인한 사건과 주제를 세세하게, 훌륭하게 설명하는 것은 참가자의 애정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한 시대의, 한 국가의 라이트노벨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유일무이한 리뷰라고 할 수 있습니다.
7. [라노벨 대회]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 간단한 요약과 후기 -by 서소현
https://gall.dcinside.com/reading/497601
개인적인 스토리와 책의 소감, 그 이후의 스토리를 적절하게 소화해내었습니다.
짧은 엽편들의 연결고리를 부드럽게 이어주면서도 소설의 단점과 한계를 솔직하게 서술해주는 것도 언급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교보문고의 유명한 어구인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책을 만든다'라는 글을 떠오르게 만들었습니다.
번외로 참가작 중에서 유일하게 여성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없군요.
8. [라노벨 대회] 라이트노벨 작품 '데이트 어 라이브'에 대한 추천사 -by one1
https://gall.dcinside.com/reading/497688
가벼운 소설이라는 라이트노벨에 적절하게 가벼운, 그러나 심상과 주관이 분명하게 표현된 감상문입니다.
장르소설의, 그리고 참가작의 특징을 분명하게 캐치함으로서 라이트 노벨과 참가작의 장점과 지향점을 명료하게 이해시켰습니다.
또한 그것에 그치지 않고 라이트노벨이 문학의 고유성과 확장성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는 점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이 대회의 또 다른 걸작이라고 봅니다.
만약 참가자가 책의 한 페이지를 넣는 참사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점수가 조금 더 높았을 것입니다.
9. [라이트노벨 대회] 보아라! 이 하찮고 추잡한 글을! -by ㅇㅇ
https://gall.dcinside.com/reading/498069
독자들은 왜 '저급한' 라이트노벨을 찾는가에 대한 모범적이지는 않더라도 솔직한 답변입니다.
라이트노벨은 일종의 환상입니다. 니즈,허영,망상,쾌락을 충족시키는 상업적 작품입니다. 바로 거기서 역설적으로 라이트노벨의 가치는 드러납니다. 작가가 아니라 독자가 좋아하는 작품이니까요.
그것이면 족합니다. 세상에서 버림받고 실망하더라도 기대고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 있다면 라이트노벨은 결코 헛된 장르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해주었습니다.
다만 유럽 희곡에서나 쓰일 방백류가 독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은 씁쓸함을 안겨주네요.
10.[라노벨대회] <3일간의 행복> 이딴 것도 문학임? -by 그대자신이되어라
https://gall.dcinside.com/reading/498474
라이트문예와 노벨의 경계선은 모호하지만 보통 현실적인 세계관과 묘사, 사건의 부재를 꼽습니다. 하지만 이 라이트문예는 정반대입니다. 더할나위 없이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극적인 사건과 설정이 그것을 비틀어놓습니다. 평범하다못해 이름조차도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의미없는 것을 소비해 그것에 강제로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는 분명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한 장치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독자는 그러한 주인공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만들어냅니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등장인물)을 기원하기 위해서요.
비록 그것이 속류적 가치와 무관한 일종의 망상일지언정 독자가 그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에 둔다면 그 자체로도 라이트노벨은 문학이 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쁘지 않은 감상이었습니다.
11. 폭파참가)'임기 첫날 게이트가 열렸다' 리뷰 -by 기선나무
https://gall.dcinside.com/reading/499382
한국형 라이트노벨의 발전형?
사실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개최자가 라이트노벨을 거의 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즉홍적인 서술과 강력한 묘사에 기대는 웹소설과 라이트노벨간의 격차는 라이트노벨과 평범한 서적보다 더 괴리감이 크니까요. 음... 웹소설도 이외로 순문학의 특징을 일부 간직한다 외에는 할 말이 없네요.
12. 라이트노벨을 방패로 때리기 : 『모노가타리』 비평 (1~3) -by 구천이
https://gall.dcinside.com/reading/499865
https://gall.dcinside.com/reading/500210
https://gall.dcinside.com/reading/500767
대회의 다른 참가작들처럼 단일한 작품에 대한 리뷰가 아니라 라이트노벨은 물론 이 대회 다른 참가작들 전체에도 적용될 수 있는 신선한 비평입니다. 실제로도 작중에서 대회의 다른 참가작들을 인용하고 있고요.
참가자는 라이트노벨의 수요층이 주로 청소년층이며 또한 라이트노벨이 근대 문학이 종언을 고하는 시기임을 파악해 라이트노벨의 근본적인 특성이 틈새에서 자라난 기묘함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주었습니다. 즉 라이트노벨은 탈근대주의를 추구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여전히 근대적 리얼리즘을 간직해 독자의 수요를 간접적으로 채워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통해서 라이트노벨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명쾌하게 말해준 것은 이 대회가 거둔 최대의 성과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라이트노벨이 진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성격이 아니라 오히려 목적성을 강하게 띈다는, 근대문학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다는 점은 굉장히 흥미로운 담론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양질의 글이라 개최자의 주관없이 내용의 요약에 그치고 말았네요. 여하튼 분명한 수작입니다.
12. 라노벨리뷰) 반쪽달이 떠오르는 하늘 -by EBS광팬
https://gall.dcinside.com/reading/500147
누구나 기억에 남는 작품 하나 정도는 있습니다. 그 작품이 어떤 것이든간에 그것이 진실된다면 그 결과물도 진실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슬픈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것. 그것은 꼭 '자기 앞의 생'과 같이 극적이어야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마음을, 영혼을, 정신을 사로잡는 경험은 그 자체로도 소중한 경험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이 글은 빼어난 리뷰입니다. 아주 좋아요.,
(사실 반쪽달이 떠오르는 하늘은 라이트문예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의 작품이라 2020년대의 기준으로는 그냥 순문학에 들어가도 되는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해보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니겠죠. 근데 잠깐, 이걸 10대 시절에 읽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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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상자 공개입니다.
원래는 "서열화 방지를 위해 수상작만 공개할께요." 라는 드립으로 상금을 절약해볼까 생각했지만 언젠가 고로시될 것같아 그냥 솔직히 공개하겠습니다.
1위는《라이트노벨을 방패로 때리기 : 『모노가타리』 비평 (1~3) -by 구천이》입니다. 아마 대부분 납득할 선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작품의 리뷰에 그치지 않고 대회 전체의 감상과 라이트노벨 전체의 분석까지 시도한 이 참가작은 그 자체로도 걸작임이 분명합니다.
2위는 《[라노벨 대회]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리뷰 -by ㅇㅇ》입니다. 상당히 이외의 선정이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으실겁니다. 하지만 개최자가 진짜 보고싶었던 것은 이런 종류의 패러디 리뷰였습니다. 그리고 라이트노벨 대회인데 스즈미야 하루히를 빼먹는다는건 예외가 아니라는 개최자의 의도도 반영되었습니다.
3위는 《라노벨리뷰) 반쪽달이 떠오르는 하늘 -by EBS광팬》입니다. 사실 1,2위를 제외하면 3위 후보작들은 모두 엇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복수 선정도 고려해보기는 했으나 "솔직히 여기서 돈 더 쓰기 싫다."는 개최자의 의도 때문에 결국 그 중 마음을 다했다는 느낌을 준 작품을 선정했습니다.
그 다음은 특별상 선정입니다. 수상자는 《라노벨 대회) 근대의 유산과 파편화된 개인, 그리고 저항 : 내청코 리뷰 -by 구칠이》입니다.
근대 사회에서 소외된 개인의 저항이나 도피라는 주제가 특별상의 주제와 통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 선정 이유입니다.
부상은 반(半)자전소설인 『엽란을 날려라』를 증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것도 로맨스 코미디니 어느정도 통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총 4명의 수상자가 선정되었습니다. 수상자분들은 상금을 받을 계좌, 특별상은 택배를 수신자/주소/연락처를 방명록에 남겨주세요.
지금까지 부족한 라이트노벨 대회였습니다.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드디어 끝났노
즐거웠다!
제 2회 라노벨 리뷰대회 개최 기원 1일차
소감들 개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 재밌는 글들 볼 수 있어서 좋았고 하루히를 잊지 않은 개최자님 덕으로 감사히 상금 받겠습니다
머지 내가 저런 말을 했었나
아 5만원 개꿀 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