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희곡, 시, 단편소설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명대사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희곡: 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Tomorrow, tomorrow, and tomorrow,

Creeps in this petty pace from day to day

To the last syllable of recorded time,

And all our yesterdays have lighted fools

The way to dusty death. Out, out, brief candle.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내일, 또 내일, 또 내일,
날에서 날마다 살금살금
정해진 시간의 마지막 음절까지 기어오는구나.
그리고 우리의 모든 어제는 바보들에게
먼지같은 죽음으로 향하는 길을 비추었다. 꺼져라, 꺼져라, 짧은 촛불아.
삶은 걸어다니는 그림자요, 불쌍한 배우라.
그가 무대에서 있는 동안에는 자랑하고 뽐내지만
그 뒤로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이것은 바보가 말해주는
소음과 광란으로 가득찬 이야기이거늘, 
아무 것도 의미하지 않는구나.

<맥베스>에서 가장 유명한 독백입니다.
그리고 제가 날마다 원어로 외우는 독백입니다.

마치 크리스토스교도들이 주기도문을, 무슬림들이 알파티하를 외우듯 말이지요.

오늘은 부활절이었습니다.

부활절이니만큼 특별히 새벽에 나가서 교회를 갔습니다.
어머니께서 교회 전도사로 일하시는데, 그 교회를 간 것입니다.
새벽기도에서 부활절을 기념해 신도끼리 촛불을 나눠 붙였습니다. 
저는 그 초 심지에 불을 붙이고, 이 독백을 나지막히 낭송했습니다.
그리고 기도회가 끝난 뒤 촛불을 꺼트리기 전에 또 말했습니다.
"Out, out, brief candle."(꺼져라, 꺼져라, 짧은 촛불아.)
그만큼 이 독백은 제 영혼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권력을 위해 손에 무수한 피를 묻혀온 맥베스가
부인이 자살했다는 보고를 듣고 나서 읊는 독백입니다.
자기와 함께 권력을 추구하고 적극적으로 나선 부인은
앞서 맥베스 부인은 발광하여 "모든 아라비아의 향수로도 자기 손의 피비린내를 지울 수 없다"고도 했고,
그보다 훨씬 앞서 맥베스 본인부터가 덩컨 왕을 시해한 직후에
"위대한 넵튠의 바다로도 자기 손의 피를 못 씻고 되려 광활하고 푸른 바다를 시뻘겋게 물들일 것"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권력을 추구하면서 손에 더 많은 피를 묻히고, 결국에는 피할 수 없는 파멸로 이르게 됩니다.
맥베스 자기가 그 불가피한 죽음을 직감해서 한 독백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렇게나 많은 죄를 지어온 자신의 인생이 무상하다고 느껴서 저런 독백을 했다고, 저는 해석합니다.
"죄"와 "파국", "운명"에 대해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대사입니다.


서정시: 장구령(張九齡) <망월회원>(望月懷遠)

海上生明月,天涯共此時。

바다 위로 밝은 달이 떠오르니, 하늘 끝도 이 시간을 함께 하리.


이 시의 제목을 풀이하면 "달을 바라보며 멀리 계신 님을 그리워하다"가 되겠습니다.

한국에서 보든, 중국에서 보든, 브라질에서 보든, 

오스트리아에서 보든, 세르비아에서 보든, 팔라스띤에서 보든......

달은 어디에서 보아도 같은 달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리움을 달빛에 싣는다는 표현, 또는 그 정서를 참 좋아합니다.

설령 지구 반대편에 계신 님이 제가 달을 볼 때 햇살 아래 계실지라도

언젠가는 달빛이 찾아가서 그분께 제 마음을 전달할 것이라는 상상 때문입니다.

하물며 아무리 멀어도 밤을 함께하는 정도의 거리에 계신다면 더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그리고 침대로 가면서 꿈에서 만나기를 기대하는 것도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본 정서일 것입니다.


단편소설: 반디, <지척만리>

으드득- 조롱이 두 쪽으로 흩어졌다. 명철은 그 모든 동작을 미리 생각해두었던 것처럼, 그렇듯 거침새 없고 태연하게 하였다. 종달새가 방 안으로 한 바퀴 빙 돌더니 쏜살같이 창밖으로 빠져나갔다.


<지척만리>는 반디 단편집 <고발>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단편집 제목은 북조선 체제가 얼마나 인간성을 죽이는 폭압적인 정권인지를 '고발'하는 단편들의 성격을 잘 드러냅니다.

"지척"과 "만리"라는 상반된 어휘 둘을 결합한 제목의 소설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통행의 자유를 전면 부정하고 억압하는 려행증 제도를 비판합니다.

검덕산 광부로 일하는 주인공 명철은 모친이 위독하니 어서 오라는 전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려행증을 발급받으려고 했으나,

그 지역에 일 호 행사(=김일성 방문)가 예정되어 있어서 발급을 받지 못합니다.

안 그래도 려행증 자체가 뇌물이라도 바치지 않는 이상 발급받기 어려운데,

'일 호 행사'까지 겹치니, 할 말 다한 셈이지요.

그럼에도 몰래몰래 어머니 계신 곳으로 가지만, 결국 중간에 려행증이 없음이 발각되어 어머니를 뵙지 못하고

1992년 7월 2일부터 1992년 7월 24일까지 노동단련소로 보내진 다음 귀가조치를 당합니다.


원래 명철은 조롱에 종달새 한 쌍을 가두어 두고 있었는데,

려행증 발급에 실패한 뒤로 그 종달새들을 자기와 동일시하여

조롱 문을 열어젖히고 그것들을 내보냅니다.

그리고나서 려행증 없는 상태로, 배낭을 메고 길을 훌쩍 떠납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도중에 체포되고 어머니를 뵙지도 못한 채 돌아와야만 했지요.

그런데 종달새들이 돌아와 있던 것입니다. 그래서 명철의 아내 정숙이 다시 조롱을 달아주었지요.

명철은 길들여진 종달새들을 불쌍히 여깁니다. 

그리고 종달새들의 울음소리를 '당신도 길들었기에 그렇게 그냥 돌아왔죠'라는 반박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명철은 자기도 지척도 천리 밖으로 살아야하는 조롱속의 짐승이라는 처지를 깨닫고,

그 울분으로 조롱을 잡아당겨 흩어버리고는 종달새들을 다시 내보냅니다.

찢어야하니까 찢었을 뿐이라면서.


사람이 새만도 못한 처지에 있다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자유가 소중함을 저는 늘 느끼고, 이 세상에서 억압이 없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이 대사가 저에게는 크게 와닿습니다.


이상이 제가 좋아하는 명대사였습니다.

거칠고 서투른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