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최고이지 않나...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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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증인 에르밀 르벨에게.
공증인이자 친구는,
쌍둥이 남매를 데려와
저를 나신으로 묻어 주세요.
관을 쓰지 말고 묻어 주세요.
어떤 옷이나, 치장도
기도도 필요치 않으며
얼굴이 바닥을 향하도록.
무덤 깊은 곳에 저를 묻어 주세요.
세상을 등지는 본연의 모습으로.
작별 인사 대신,
저에게 뿌려 주세요.
한 사람씩
시원한 물 한 양동이를.
그리고 흙을 뿌려서 제 무덤을 덮어 주세요.
공증인이자 친구는,
어떤 비석도 무덤에 세우지 말고
제 이름을 어떤 곳에도 새기지 말아 주세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이들에게 묘비명은 필요치 않습니다.
그리고 전 한 가지 약속조차 지키지 못했습니다.
침묵을 지키는 이들에게 묘비명은 필요치 않습니다.
그리고 전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묘비 없이
묘비에 어떤 이름도 없이
부재하는 묘비에 이름도 없으니 어떤 묘비명도
어떤 이름도 필요 없습니다.
잔느와 시몽, 시몽과 잔느에게.
어린 시절은 목에 꽂혀 있는 칼이다.
우리는 그걸 쉽게 빼낼 수 없지.
잔느, 공증인 르벨이 너에게 봉투를 하나 건네줄 것이다.
네 것이 아니다.
네 아버지를 위한 것이다.
그분을 찾아가 봉투를 전해 다오.
시몽, 공증인 르벨이 너에게 봉투를 하나 건네줄 것이다.
네 것이 아니다.
네 형을 위한 것이다.
그 애를 찾아가 봉투를 전해 다오.
그 봉투들이 제대로 전달되었을 때
공증인 르벨이 너희에게 편지 하나를 건네줄 것이다.
그러면 침묵은 깨지고,
마침내 내 무덤에 묘비가 세워질 것이다.
그 묘비에 내 이름이 떳떳하게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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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이건 읽을 때마다 전율이 이는 유언임. 특히나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읽으면 '아 이거지' 싶은 생각이 밀려오는...문장 하나하나에서 피로 적은 듯한 처절함과 동시에 같은 그것으로 적은 듯한 굳건함 또한 느껴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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