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입니까?"
누가 이렇게 물으면 나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계속 곡을 쓰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세계이다. 음악 장르로 말하면 대중음악인 팝에 속한다. 그러면 많이 팔리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내 목적은 히트곡을 많이 만드는 것일까? 그것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맍 많이 팔리는 것에만 가치를 둔다면 음악가로서의 인생이 너무도 서글프지 않을까.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완성도 높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작품만 만들기 위해서는 그 분야를 직업으로 삼지 않는 편이 좋다. 만약 내 목표가 순수하게 만들고 싶은 음악만 만드는 것이라면 작곡가란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랬다면 학교 음악선생으로 일하면서 1~2년에 걸쳐 교향곡 하나를 만들지 않았을까?
창조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한두 가지 만들어서는 안 된다. 평생 한 작품이라면 누구라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좋은 소설을 쓸 수 있고, 좋은 영화도 찍을 수 있다. 그 방면에 필요한 기술을 배워서 진심으로 도전하면 어떤 사람이라도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은 '점點'이 아니라 '선線'이다. 집중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작업을 끊임없이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작곡가나 소설가,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살아갈 수 있다.
프로란 계속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프로로서 일류이냐 이류이냐의 차이는 자신의 역량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냐 없으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령 이류 오케스트라가 있다고 하자. 그 오케스트라에 대단히 유능한 지휘자가 나타나서 모든 단원의 마음을 장악했다. 그 이후 힘든 훈련을 거듭하면서 최고의 오케스트라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다. 집단이 결속해서 힘을 모으면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따라서 이류였던 그들도 얼마든지 찬사를 받을 수 있는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곧바로 이류에서 탈피해 일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일 년 내내 언제 어디서든 그런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아닐까? 지휘자가 바귀었을 때 연주 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항상 똑같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없다면 그들은 역시 이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레스토랑이나 초밥가게, 라면가게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안정된 좋은 맛을 제공할 수 있는 식당은 일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때는 대단한 맛이지만 어느 때는 그렇지 않은 이류 식당은 결국 문을 닫게 된다. 일류란 언제 어디서든 높은 수준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작곡가의 기본 명제는 '좋은 곡을 만드는 것'이다. 일정한 수준의 곡을 계속 만들기 위해서는 그 순간의 자기 기분에 의존하지 말아야한다. 인간인 이상 당연히 컨디션이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다. 그리고 컨디션과 몸의 상태, 주변 환경 등이 어우러져서 그 날의 기분을 만든다. 그런데 기분에 몸을 맡기면 어떻게 된까? 기분이 내키면 좋은 곡을 만들 수 있고, 반대로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좋은 곡을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창작하는 사람에게 기분은 자신을 맡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재즈 연주가의 일은 매일 라이브로 즉흥 연주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흥이 나느냐 나지 않느냐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날, 객석에 있는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기분이 좋아져서 멋진 연주를 할 수 있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다음 날에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기분은 감정의 핵심이 아니다. 그것을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일정한 수준의 곡을 계속 만들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기분의 파도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내 머릿속에는 항상 이런 의식이 깊숙히 뿌리내리고 있다.
프로는 창조적이어야 하고 동시에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영화음악은 보통 영화 한 편에 거의 20~30곡을 만들어야 한다. 기간은 보통 한 달 정도이다. 영화음악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 나는 우선 마감 기한 내에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매일 어느 정도의 페이스로 일을 해야하는지부터 생각한다. 대부분 주어진 시간이 짧기 때문에 오늘은 기분이 내키지 않아서 곡을 만들 수 없다는 식으로 느긋하게 대처할 수 없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음악을 만들 때는 작곡에 집중하기 위해 고부치사와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 당시 일과는 다음과 같았다.
아침 9시45분, 알람소리에 일어난다
커피를 마시고 10시부터 약 한 시간 동안 주변에 있는 산들을 산책한다
11시 반 정도에 브런치를 먹는다
샤워를 하고 12시가 지나면 스튜디오로 들어간다
오후 6시까지 작업에 몰두한다
오후 6시에 저녁식사를 한다. 배고 고프든 고프지 않든 억지로 저녁을 먹는다
7시 반에 다시 스튜디오 안으로 가서 밤 12시나 1시까지 작곡에 몰두한다
예민해진 신경은 알코올로 풀고, 몸의 긴장은 스트레칭으로 푼다
침대에 들어가서 책을 읽다가 새벽 3시반이나 4시경에 잠든다
마음만 먹으면 저녁 식사를 하지 않고 밤을 꼬박 새운 뒤 다음날 아침까지도 일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그렇게 하면 몸에 무리가 가서 다음 날의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마라톤 선수와 마찬가지로 장거리를 달리기 위해서는 페이스를 무너뜨리지 말아야한다. 일정한 페이스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마음가짐도 갖추어 놓으면 기분의 파도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일 할 수 있다.
<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중에서
개늦게자네
일본은 소설가도 다작이 미덕인 느낌 장인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가봐
아마추어가 영감을 찾을때 프로는 일어나서 일하러 간다
루틴 정해서 매일 꾸준히 작업하는건 소설가랑 똑같네
스티븐 킹이 한 말이랑도 비슷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