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성을 가져 고전이 되는 부류, 다른 하나는 어느 장르의 최초 시도로서 의의를 가지는 부류 이렇게 두 가지. <이계의 집>은 후자에 위치한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크툴루 신화로 잘 알려진 하워트 필립스 러프크래프트가 극찬한 <이계의 집>은 우리가 생각하는 코스믹 호러의 규칙을 착실히 따른다. 아니 따른다기보다 만든다는 게 더 어울릴듯하다. 이질적인 장소, 주인공을 공포에 떨게 하는 괴물들,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할 사건들, 거대하고 광활한 우주 등등 장르의 팬이라면 좋아할 요소가 가득하다. 과연 장르의 시초답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책이 그 이상의 의미를 주느냐하면.... 약간 미심쩍다. 물론 못쓴 소설은 아니다. 그러나 코스믹 호러라는 장르명이 무색하게 소설은 우주적 존재에 대한 공포는 잘 드러나지 않는 듯하다.
먼저 주인공이 겪는 여러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단편 소설처럼 뚝뚝 끊긴다. 때론 괴물들로부터 습격을 받고, 동굴을 탐험하기도 하고, 거대환 환상에 잡히기도 하는 등의 일들을 겪는데 이 사건들을 하나의 소설 안에 두는 것이 아니라 각각으로 나누어 단편 소설로 쓰는 게 더 괜찮았을 듯하다.
거기다 이러한 사건들이 어떠한 우주적 공포를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괴물들의 습격은 좀비물 같고 동굴 탐험은 모험물의 느낌을 준다. 환상을 겪으면서 우주에서 끌려 다니는 일을 겪기도 하는데 여기서도 공포보단 신비로움, 경이로움이 더 많이 느껴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상당한 감점요소라 생각하는데 굳이 왜 연인과의 사랑 얘기를 넣었는지 모르겠다. 희망을 살짝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한데 소설의 전체적인 구성에서는 별로인 선택이라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못쓴 소설은 아니다. 코스믹 호러의 시초라는 별명에 관심이 생겼다하면 읽어봄직한 책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걸 읽고 코스믹 호러를 느껴보고 싶다면 권하지 않겠다. 그런 경우라면 차라리 러브크래프트 전집에 수록된 <에리히 잔의 선율>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계의 집, 솔로몬 케인, 오트란토 성... 고딕/호러 문학의 불멸의 고전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실망했던 작품들입니다.
장르 개척자라는 점 빼면 크게 읽을 이유는 없는 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