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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반역자는 매력이 있음. 당장 독갤만 봐도 그럼. 망치의 철학자인 니체는 개같이 빨리지만 논어는 아무도 안읽자너. 그런 의미에서 영지주의는 내용을 차치하고 사실 가장 좆간지나는 사상이라고 해도 무방함. 서양 사상의 근본이자, 억압과 구태의 상징인 기독교가 전력을 다해 지워버리려 했던 위험한 사상. 와 개쩐다. 내용이 뭐가 중요함 저런 타이틀이 중요하지.
문제는 이 영지주의라는 게 사실 정확히 뭐라고 딱 꼭 짚어서 얘기하기가 힘듦. 애초에 영지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기존 헬레니즘 철학에 기독교 스킨을 끼운 거다보니 다양한 분파가 있고, 발렌티누스파가 워낙 유명하지만 다른 종파들도 많았을 게 당연함. 후대 네임드 이단인 아리우스파나 펠기우스주의처럼 어떤 창시자가 정해져 있는 것과는 결이 좀 다른 이단임. 그렇다보니 같은 영지주의 문헌이라도 조금씩 다른 모습이 보임. 그 중에서 유다복음은 가장 급진적 메세지를 담고 있는 이단임. 딱 봐도 그렇자나. 배신자 유다가 쓴 복음이라니.
유다복음은 약간 바가바드 기타 같은 형식을 취함. 기존 복음서처럼 예수의 행적을 쭈욱 서술한 것도 아니고, 나그함마디 문서처럼 예수의 어록 위주로 정리한 것도 아니라 성찬식 파트만 덜렁 실려 있고, 여기서 예수와 유다와의 문답 형식으로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임.
유다복음은 갠적으로 영지주의 서적 중에서는 제일 읽기 편했음. 나그함마디에서 나온 빌립 복음이나 도마 복음 같은 책은 다 시발 아포리즘으로 범벅된 책이라 인스타 업로드 용으론 적합할지 몰라도 뭔소린지 이해하긴 존나게 힘듦. "발견하면 불안해질 것이며, 불안해질 때에 그들은 경탄할 것이며, 모든 것 위에서 다스리게 되리라. 다스린 후에 그들은 안식하리라."" 뭐 어쩌라고 시발. 근데 유다복음은 예수가 유다에게 존나 친절하게 설명해주더라. ㄹㅇ 바가바드 기타인줄. 다만 유다복음은 좀 공수해오는 과정에서 워낙 훼손을 많이 당해서 그런지 글이 좀 많이 끊어짐.
유다복음의 특징으로는 일단 예수가 존나 시니컬함. 물론 이해는 감. 자기 수제자라는 놈이 칼들고 설치는 꼬라지 보면 나라도 시니컬해질듯. 아니 애초에 복음서의 예수가 너무 성인 수준인 거임. 근데 그래도 그렇지 자기 제자들이 하는 말 듣고 비웃는 건 선생 자격이 없는 거 아닌가? 그리고 유다가 제일 정상임. 베드로의 전설적인 신앙고백 장면의 주인공이 여기서는 유다임. 다들 예수 말에 빡쳐서 길길이 날뛸 때 혼자서 "바르멜로의 불멸 세계"로부터 온 분이라 추켜세워줌, 근데 덕분에 베드로는 보편교회의 수장 타이틀 얻었는데 유다는 배신자라는 오명 뒤집어썼으니 손해 아닌가 뭐 암튼.
내용은 좆간지임. 보편교회의 수장들인 12제자들은 무지하고 타락하여 유일한 예수의 가르침을 배운 유다를 핍박하고 박해하며 후에는 그를 내쫓고 대신하는 사람을 세우기까지 하나, 마지막 때에 열세 번째 영은 거룩한 곳으로 올라가 그들을 다스리게 되고, 그러한 약속을 받은 유다는 예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천고의 죄인이자 배신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예수와의 약속을 지킨다... 크으 시발 존나 멋있네
유다복음의 교리는 뭐 그냥 일반적인 영지주의임. 이 세상은 불완전한 신으로 인해 잘못 설계되어 있으며, 가브리엘에게 영생의 영을 얻은 소수의 사람만이 영지를 얻고 진정한 빛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얘기.
그렇다면 유다복음을 다 읽은 지금 과연 이 책이 진정으로 반역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냐? 영지주의는 과연 혁명적인 사상이었을까? 그렇진 않음. 당연히 기독교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중세 시기나 야훼의 신성을 까내리고 십자가 서사가 거짓이라고 하는 사상이 위험한 거지, 현대적으로 봤을 때, 영지주의는 그렇게 특별한 사상이 아님. 이 세상은 고통이 가득하며,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특정한 능력을 기르거나 지혜를 얻어야 한다는 가르침은 사실 정말로 보편적인 사상임. 힌두교, 불교, 도교에서 흔히 보이는 매우 익숙하고 특별할 거 없는 사상임.
오히려 기독교야 말로 이런 고등 종교 중에서 매우 특이하고 독특한 교리를 가지고 있음. 가장 위대한 신이 인간을 위해서 친히 인간의 몸을 통해 스스로를 희생했다는 십자가 서사는 세상에서 가장 반역적인 서사라고 볼 수 있음. 상상할 수 있음? 모든 것 위에 존재하는 왕이자 창조자이자 최고 심판관이, 무능하고 멍청하며 사악하기까지 한 인간들을 위해 죽었다는 게? 그리고 어떤 특정한 지혜나 가르침, 수련 없이 그냥 순수하게 그 사실을 믿는 것만으로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뛰어난 자가 무능한 자 위에 군림하는 것이 당연하며, 약한 자는 짓밟히고 강한 자는 짓밟는 게 정의라는 사상,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는 사상. 이건 사실 기독교 이전에는 매우 보편적이고 당연한 사상이었음. 그리고 기독교는 이러한 사상에 대한 반역이었고. 인간 위에 인간 없고, 인간 밑에 인간 없으며 모두가 신 앞에 선 단독자라는 개념은 그야말로 세상에 대한 반역 그 자체였음.
지금이야 영지주의가 매우 반역적이고 위험한 사상 취급 받고 있고, 데미안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데미안에서 카인에 대한 언급은 요한의 비밀 복음서 등에서 볼 수 있고, 아브락시스 같은 용어는 영지주의에서 나옴) 사실 영지주의야말로 지극히 반동적이고 보수적인 사고방식이며, 기독교야말로 당시 시점에서는 지극히 반역적인 사상이었음.
다만 그 개념이 사실 지루하고 반동적일 수는 있어도, 정통 기독교와는 완전히 대비되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이런 쪽으로 관심 있는 사람은 읽어볼 만한 것 같음. 갠적으로 영지주의 문헌 중에서 가장 술술 읽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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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박해도 후대 이단에 비해선 뭐 딱히 받지도 않았는데. 알비 십자군 맛 좀 봐야지
불교 미만 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