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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신사답지 않으면 살아갈 자격이 없다.]


발췌한 글들이 텍스트파일로 몇 메가씩 쌓이면 그때부터는 실질적으로 그 글들을 기억하는 건 물론이고 정주행도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대회 공지를 보고 나서 곧장 켜본 텍스트파일을 이번에도 몇 줄 읽고 포기했다.


그래서 위의 문장이 내가 읽은 모든 문장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명대사인지는 알 수 없다. 잊어버렸을 뿐, 텍스트파일 어딘가에 이보다 더 좋은 명대사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건 저 문장이 대회 공지를 읽은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임은 분명하다.


챈들러. 나는 사실 그의 소설을 싫어한다. 그와 관련된 작품이라면 에세이가 가장 재밌고, 그 다음이 영화고, 마지막에 소설을 놓을 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몇몇 문장은 머리에 맴돈다. 그리고 챈들러의 문장 중 내 머릿속에 가장 깊이 새겨져있는 문장이 저것이다.


원점회귀. 비록 대표작으로는 꼽히지 않는 작품이지만, 말년의 작품이라서인지 저 문장에는 지금까지 쓴 모든 작품이 함축되어 있는 듯이 느껴진다. 감히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모든 작품은 저 한마디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챈들러 자신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저 문장을 원점회귀의 문장이 아니라 챈들러의 문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챈들러의 어느 작품에나 저 말을 인용해도 어울린다. “빅슬립? 그 작품에서의 필립 말로는 그야말로 작가가 말년에 다른 작품에서 적은 ‘거칠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신사답지 않으면 살아갈 자격이 없다.’라는 말을 체현한 듯한 캐릭터이지. 갑옷 대신 후줄근한 양복을 입은 현대의 기사도랄까.”


사족이다만 저런 구조로 되어 있는 문장들을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편이긴 한 것 같다.

[남자의 지조는 모든걸 가졌을때 드러나고

여자의 지조는 남자가 모든걸 잃었을때 드러난다.]

[쌀쌀맞게 하려면 처음부터

상냥하게 하려면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