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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재가 사업 접을 땐 접더라도 이동현역 백치까지는 내줬어야 했다.



왜냐하면 이동현역 백치가 정말로 압도적인 명역인지라......



문동판 백치를 가장 낫다고 추천하긴 하는데, 문동판을 살펴보면 여러 면에서 이동현역을 많이 참고했음이 언뜻언뜻 드러나는 듯하다.



이를테면 이동현역은 소설의 첫 번째 대사인 로고진의 "Зябко?"를 "춥소?"라고 번역하고 있고, 문동판도 똑같이 옮기고 있다.



필자는 "Зябко?"를 "춥소?" 라고 번역했다는 데서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나는데, 이 뒤에 이어지는 짤막한 대화를 차선적 선택인 문동판과 비교해 보면 알겠지만, 상당한 언어 감각의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참고로 열린책들판은 "추운가요?"라고 번역)



한국 러시아 문학의 초석을 놓은 동완(1922)과 이동현(1927) 선생님은 두 분 다 이북 실향민 출신으로, 일종의 초인의 범주에 속하는 인물들이었다.



만주건국대학 학생이던 동완 선생님은 소련 포로로 잡혔다가 수용소에서 조선인 대표, 브리가지드(솔제니친 소설에 나오는 작업반장? 정도?)로 약 5년 정도 갇혀 있으면서 "완벽한" 수준의 러시아어를 익혔고, 이후 한국 전쟁 시기에 남한으로 넘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대 노어과 창립 멤버로서 국내 러시아 문학 연구를 정립하였다.



70년대까지 국내에 노어과가 외대 하나뿐이었으므로, 국내 노문학계의 계보는 거슬러 올라가면 통틀어 하나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동현 선생님은 카라마조프 번역 이후 냉전으로 인해 가본 적도 없는, 가볼 수도 없는 나라의 문학을 번역하는 데 회의감을 느끼고, 독자적 기공술인 '약손치료'를 창시해 한국을 떠나 귀국하기까지 약 17년 간 홍콩에서 국제기공학회 대표로 활동했던 기공의 대가였다.



이러한 초인적인 정신력을 지닌 비범인들이었기에 파국적인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여 최고의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올재판 이동현역 <백치>, 동완역 <안나 카레니나>는 영영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언젠가 다른 기회를 통해 만나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