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한 펍(pub: 하급 술집)
1938년 11월
r: 혼자 오셨어요?
j: 그렇지. 하하.
r: 적적하신데 말동무나 되어드리죠.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j: 존. 존 허맨. 모국 발음으로는 요한 헤르만. 자네는?
r: 전 로날드입니다.
j: 로날드? 론이라고 부르지. 영국인 치곤 꽤나 붙임성이 좋구만. 자네 나이가 어떻게 되나?
r: 하하 전 아일랜드인이고 올해 22살이에요. 수잔, 여기 맥주잔이 모자른데!
j: 아 그 웨이트리스 아까 화장실 가는 거 같더만.
r: 그래요? ㅋㅋ 그런게 아니라 아마 담배 피러 나갔을 거에요...
요새 여자들한텐 담배가 일상이니...
j: 그런가 우리 나라에선 상상도 못할 일인데.
r: 어디서 오셨길래요? 독일? 네덜란드?
j: 아니 국적은 오스트리아야. 태어나긴 슬로비키아에서 태어났는데.
r: 아, 그래서 그 팔은...아마.
j: 맞아 대전 때 잃은 거지. 총알 한 발에 사람 팔뚝이 잘리는 건 그 때 처음 알았는데. ㅋ
r: 음... 상이용사시군요.
j: 상이용사는 개뿔 ㅋㅋ
제국이 망하면서 배상받은 게 없어서리... 지금 정부에서도 일일히 참전한 사람들 신경은 못쓰는 것 같더만.
r: 아... 브리튼에는 어쩌다 오시게 됐어요.
j: 말하면 긴데... 그래 오늘 내 썰 한번 길게 들어볼 생각 있어? 이따가 수잔한테 팁 넉넉히 줄테니까. 젊은 주인장.
r: 그냥 저한테 주세요. 여동생이라 문제는 없지만 가끔 팁 떼먹다 저한테 걸린 적이 몇번이라 ㅎ
j: 알겠네. 그래 내 얘기를 좀 하자면...
그래 전쟁 때부터 이야기하지.
내가 전쟁통에 끌려간게 한 23살? 쯤 됐을 때였지.
올해 나이는 불혹을 조금 넘겼고.
아무튼 그 해에 황태자를 그 슬라브인 씹새기가 죽여버려서 내가 끌려간게지. 원래 그 때까지만 해도 자원병이었는데. 나는 지방 지주 집안 출신이라 국가에서 반강제로 데려갔어. 할아버지도 그렇게 강요하셨고. 그 때 막 빈 대학 다니고 있던 참이었는데.
r: 빈 대학이요? 공부 꽤나 하셨네요.
j: 수학은 못하는데, 예술이나 문학, 라틴어에 좀 소양이 있었지.
그 때 이미 집안은 슬로바키아에서 헝가리 쪽으로 이사 와서 도이치인 구역에서 살고 있을 때였어. 우리 집안은 도이치인 집안이었으니까. 그 때 입영할 때 쯤 되니까, 신부님이 묵주를 선물하더군. 카푸친회 출신 늙은이였는데. 뭐 자네도 가톨릭 신자일테니.
r: 맞아요. 아일랜드인들이 다 그렇죠. ㅋ
j: 그래 암튼 묵주를 선물받고 부모님한테 작별인사를 하라고 옆에서 입영 교관이 부추기는데 시발 처음엔 묵주 들고 구구절절히 뭔가 말하려고 했는데. 그냥 멘붕이라...하... 아무 말도 못했어. 약혼녀가 우는 거랑 아버지가 꼭 껴안아주신거. 그것만 기억나.
어머니는 기절하셔서 삼촌이 모시고 간 걸로 기억하고. 그 때 약혼녀를 내가 너무 사랑해서인지 아버지가 포옹할 때 그녀 얼굴이 안 보이니까 그 품이 답답하더군. 근데 약혼녀 그 년은...
r: 설마...
j: 그래 전쟁 끝나고 보니 스위스에서 딴 남자랑 살림을 차리고 있더군. 개같은 년... 아니 씨발 지금은 다 받아들이고 있지. 아무튼 그래서 열차를 타고 막 고향을 지나갈 참에 시발 그게 군 훈련이 아니라 당장 전쟁터에 끌려가는 거 잖아. 애국심 그딴건 모르겠고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그 생각만 나더라고.
r: 그렇겠죠.
j: 일단 한 일주일 훈련 아닌 훈련을 하고 전쟁터에 끌려갔는데. 동부 전선이었지. 거기서 루스키 병사들이랑 싸우게 됐는데.
첫 날에...(침묵)
r: 첫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j: 빈 대학에서 날 가르치던 전임 교수가 적군 사령관이라는 거야. 알고보니 유명한 귀족이로더군. 조금 상황 자체는 우습더군. 세상일은 모르는 거야. 전쟁이란게 그런 일도 있더라고.
r: 신기하고 슬픈 일이네요.
j: 딱히 관심은 없었어. 전쟁 끝나고 나서 어차피 그 양반은 처형됐다더군. 물론 뉴욕 타임즈인가 에서 캅카스에서 처형된 백군 사령관 중 하나로 지목되어 있었거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한 거였어. 난 말단은 아니지만 분대장급이었으니까, 딱 봐도 총알받이 되기 좋겠다 싶었거든.
근데 막상 분대를 이끌고 생판 모르던 슬라브 유대 놈들 하고 같이 있다 보니까, 걔네에 대한 책임같은게 생기더군. 다 어린 것들이었는데.
r: 원래 그런 편견같은 건 없었죠?
j: 있었지. 소수 도이치인이 지배하던 제국 출신 이니깐. 지금은 그딴거 없어. 전쟁 때도 그랬지만 영국 미국에서 패전국민 취급 당하면서 여러 나라 놈들을 만나면서 또 변했지.
r: 그래서 슬라브 유대 친구들도 잘 제대했나요?
j: 아니, 나 빼고 다 죽었네. 그 놈들 살아온 역경을 내가 다 아니 지금도 죄짓는 기분이야.
r: 아...
j: 전쟁 때 가장 맘에 안드는 녀석이 약간 여자같이 생긴 유대 병사였는데... 성격도 그 짝에 맞아서 처음 맡았을 때는 죽빵 날리고 싶었지. 근데 그 녀석이 죽을 때 머리가 다 깨진 상태로 엄마... 엄마.... 막 이럴 때는 전쟁통에 안나던 피눈물도 나더군. 피 아깝게.
r: 허 참...
j: 제일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분대원 한 명을 죽인 일일세.
r: 예? 무슨 말도 안되는...
j: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오발이었네. 전쟁통에 혼자 달려나가는 거야. 애꾸눈이 된 헝가리 녀석이. 그 때 옆에 루스키 놈을 죽여서 그 놈을 살리려다 루스키 총알과 내 총알이 동시에 그 헝가리 소년의 몸을 꿰뚫었지. 가장 유쾌한 녀석이었는데. 퉁퉁한게 의젓하고.
r: 그래서 분대 내에서 무슨 얘기가 있었어요?
j: 사실 그게 거기선 일상이야. 내가 의도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걸 분대 전원이 본 것도 아니고, 다들 살의에 차서 싸우는 중이었는데. 그러다보니 아무도 뭐라 하지 못했고. 오히려 내게 코코아를 선물하더군. 그 사촌동생 녀석이.
r: 정말 슬픈 일이네요.
j: 그 밖에 약간의 휴지기에 대대에서 루스키 포로를 끌고 오더니 후방에 안 맡기고 우리 분대에 던져준거야. 잘 감시하라고. 그 때 그 루스키 녀석이랑 포커도 하고 타로점도 치고 그랬지. 극동에서 왔다 그래서 썰 좀 풀어보라 그랬더니 중국인가? 조선이라고 일본 월경지 중 하나였는데 거긴가? 아무튼 동양인 유부녀랑 매일 밤 통나무집에서 떡친 얘기를 했지. 이반. 그 새끼 정말 미친 놈이었는데 ㅋㅋ
r: ㅋㅋㅋㅋ
j: 근데 시발 그 새끼는 내 손으로 죽였어.
r: 네에?
j: 다시 전쟁이 재개됐으니 그 자식을 죽이라는 거야. 근데 나는 봐줄라 그랬지. 그래서 참호 막사 밑에 꼼짝 말고 있으라고 했는데
우리가 루스키 놈들을 쏴재끼는 소리를 계속 듣더니 갑자기 미친놈마냥 '루씨야 우라' 막 이지랄 하는 거야. 일단 내가 포로 숨긴 것도 알려지면 다 좆되는 거고, 저 새끼도 결국 좆같은 루스키 새끼다 싶으니까 결국 내가 달려가서 피스톨로 머리를 뚫어버렸지.
r: 아, 이제 그만. (살벌한 인간이네.) 그래서 그 팔 얘기로 넘어가봐요.
j: 이 팔은 그리고 나서 3일 뒤에 루스키 쪽에서 온 총알 맞고 다친 거야. 그리고 결국 후방으로 넘겨졌지. 처음엔 내 동생 자식 같았던 분대원들 어쩌지 했다가 후방으로 가니까 해방감이 들더군. 근데 결국 잘랐어. 손을 쓸 수 없다 그래서.
r: 영국엔 어쩌다 오시게 된거죠?
j: 전쟁 끝나고 빈 대학에 다시 들어갈려고 하다가 그게 안되서 아예 미국으로 가라고 삼촌이 말씀하셔서 일단 뉴욕 보스턴 등등에서 일자리를 구했지. 근데 시원찮더라고. 10년을 거기서 사실상 노숙인으로 지냈지. 딱 7개월 정도 과일장사 도운 거 빼곤.
그러다가 영국 오게 된 건 세계적으로 공황 올 때 쯤 되서 빠진거지. 지금은 다행히 스위스에서 알던 사람한테 도움 받아서 조그만 과일가게 하고 있어. 요 근처에서 말이지.
r: 그 지인이 설마...
j: 아니 그 년놈이 아니네. 대학 때 교수님 말하는 거야.
r: 집안에서 도울 수 없었나요?
j: 돌아와보니 집이 저당 잡혀 있더군. 그새 삼촌이 군수 사업한다고 쇼하다가 남들이랑 다르게 말아먹은 모양이야. 아무튼 패전했으니.
r: 헐.
j: 지금은 시발 오스트리아 국적이지만 독일 놈들이 합병해가지고 독일 국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귀찮아서 안 하고 있어.
r: 음... 차라리 영국으로 바꾸시죠.
j: 안되지. 나같은 걸 누가 이민을 받아주겠냐.
r: 세상 참 좆같네요. 허맨 씨.
j: 자네도 혹시 아나... 요새 다시 전쟁 분위기인데. 제길.
r: 글쎄요 아일랜드가 이젠 완전 독립해서... 모르겠네요.
j: 아 얼스터 사람이 아니고?
r: 네 공화국 사람이에요. 굳이 거짓말은 안해요. 차별받을 지언정.
j: 그래 힘내시게. 자네 정도면 성공한건데.
r: ㅋㅋ 아저씨가 더 힘내셔야죠. 나중에 과일 사러 들를게요.
j: 그랴 씨유레이터!
r: 네, 수잔! 여기 아저씨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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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만 좀 바꾸면 좋겠다
일부러 비속어랑 요샛말을 좀 섞은 거에여 푸하핫 - dc App
뭐 비속어는 좋은데 세계대전 시대상이랑 국적 고려하면 요샛말은 좀 그런거 같음. 그냥 하는말이니까 신경쓸 필욘 없고
넹;; ㅇㅇ - dc App
ㅈㅅ 좀 오타쿠같내요
역덕 티가 좀 나나여; ㅠㅠ - dc App
대화 잘 쓰네 ‘ㅋㅋ’ 이런 거만 빼면. 난 대화체를 너무 못 써서 이런 거 보면 부럽다 - dc App
감사합니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