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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게 내 인생 소설인 이유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읽어서였다. 엄마랑 동네 서점 갔다가 우연히 보고 재밌어 보여서 사달라고 징징 거려서 얻었다. 내용은 초6이 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중간중간 번역의 질이 안좋은 게 눈에 보였지만 크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암튼 학교에서도 읽었고 집에서도 읽었고 카페에서도 읽었다. 아르티옴의 모험, 칸의 노련함, 헌터의 강한 생존의식 등 볼 만한 요소가 많았다.
이 작품을 읽으면 핵전쟁으로 망한 인류의 최후의 도피처인 지하철에서도 정치가 지속되는 것을 표현한 것을 당연히 알 수 있다. 그러나 한 발 더 나아가자면 오늘날의 러시아 정치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한자동맹, 붉은 라인, 제4제국 모두 실제 러시아에서 등장하는 정치세력들을 표현한 것이며 이들은 통합러시아당(실로비키, 올리가르히), 연방 공산당(쥬가노프), 자유민주당(지리놉스키)로 연결된다.
메트로와 실제 러시아 정치 속 이 셋의 관계는 얼핏 보기에 서로 죽일 듯이 증오하는 듯 해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보여지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적대적 공생 관계라는 것이다. 한자동맹과 이에 대항하는 붉은 라인, 제4제국은 여야의 관계로 보일 것이고 메트로 소설 시작 이전 시점 붉은 라인과 한자동맹의 전쟁이 벌어질 시기에는 적어도 그랬다. 그러나 이미 서로를 부술 수 없음을 알게 된 시점에서 이 셋 사이에는 암묵적 룰 하에 메트로의 질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세력으로서 서로를 인정한 것에 가깝다.
러시아 정치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 통합 러시아당은 사실상 1당 독재를 하고 있고 연방 공산당과 자유민주당이 이에 대항하는 야당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야당은 러시아의 정치를 바꿀 의지도 능력도 없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적대적 공생으로 자기 세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최소한의 대치만을 하며 기존 질서를 바꾸는 세력이 나오면 찍어누르는 것을 묵인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나도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메트로 2035에 가서는 아예 멸망한 줄 알았던 방공호 속 러시아 정부가 감시자로써 메트로의 질서를 유지시키고 있던 것으로 나온다. 결국 한마디로 메트 속에서 수많은 생존 주민들이 전쟁에서 죽어나가는 것도 당장 내일이 있을지도 모르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정치질만 하는 메트로 속의 세력들도 전부 러시아 정부의 농간에 놀아난 셈이다. 결국 멸망한 인류 문명 속에서 지속되는 추악한 것들을 지켜본 아르티옴은 아내 안나와 함께 메트로를 떠나며 작품은 끝난다.
그리고 검은 존재에 대한 것인데 이들은 다른 돌연변이들과는 달리 인류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인류였기도 했고. 단지 음성이 구사되지 않아 전달 방법이 인간의 정신에 고통을 주는 방식이었던 게 문제였다. 오로지 그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었던 건 아르티옴 뿐으로 나머지 인간들은 검은 존재의 몰살시켰다. 하지만 그러면서 인류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검은 존재가 아니라 같은 인류이며 러시아인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다만 그럼에도 나는 검은 존재를 죽이는 것이 틀렸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틀렸다고는 못하겠다. 마치 진격의 거인에서 아르민이 세계를 향해 총을 겨누는 에렌을 향해 아직 대화를 해보지 않았잖아...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 말 자체는 옳다. 그러나 검은 존재가 대화가 가능했던 것은 아르티옴 뿐이었고 헌터도 진실만 알고 있었지 대화는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검은 존재는 인류에 분명 선의를 가지고 접근했었던 자들이기도 한지라 이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갈릴 것이라 본다.
이처럼 메트로 2033은 러시아를 넘어 최종적으로는 인류에 대한 고찰까지 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현재 한국에는 2034까지만 나와있는데 그럼에도 읽은 가치는 충만하다고 하고 싶다.
(예전에 읽은거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틀린 정보 있을 수 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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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존재 신인류인데 왜 음성 대화 안 통한다고 고통을 주는 거 존나 웃기네 손짓 휘적 휘적 거리던가 ㅋㅋㅋ
예전에 읽은 건데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쓴다고...?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