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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를 독학 중인 게이인데, 내가 사용하는 교재에서 거의 끝에 가니까 저자 센세가 이젠 니가 해석해보라고 로마 고전시대 시인들 작품 몇 개를 그냥 적어두었더라. 번역문은 당연히 없고 단어 풀이도 없고, 착각하기 쉬운 부분만 라틴어로 힌트를 짧게 적어두었어.

그러니까 내용 해석을 하려면 책을 공부하며 익힌 문법과 단어로, 모르겠으면 사전을 더 찾아보든지 해서 어떻게든 자기 혼자 라틴어 원문을 읽고 해석해야 해. 라틴어는 안 그래도 문장요소를 여기저기 흩뿌리는 경우가 많은데, 시에서는 운율을 맞추는 문제 때문에 정말 뒤죽박죽 해놓은 구절이 많아.

저자 센세가 유명하면서도 쉬운 작품을 엄선해서 교재에 수록했지만, 그래도 시라서 해석이 어려움. 그래서 ㅅㅂㅅㅂ 하면서 읽고 해석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네? 시라서 해석이 어렵긴 하지만, 라틴어라는 언어의 특징을 활용한 대가들의 언어의 맛이 일품임.

교재에서는 오비디우스와 카툴루스의 작품을 많이 수록했는데, 그래봤자 몇 수 안 되지만.... 이래서 옛날 서양 사람들이 사랑 시를 쓰고 했구나 싶음. 오비디우스와 카툴루스의 사랑 시는 우리가 흔히 사랑 시, 연애 시라고 하면 떠올리는 그런 뻔한 묘사가 아님.

카툴루스는 싯구 속에서 레스비아라고 부르는 여자를 사랑했어. 레스비아가 애완참새를 길렀는데 참새가 죽어서 매우 슬퍼하면서 울었나 봐. 그러니까 카툴루스가 '오 불쌍한 참새여!' 하면서 시를 썼는데 이게 또 명시임. 참새 한 마리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하면서 연심을 드러내는 시를 쓰는데...

시를 해석하다 보니 하도 궁금해져서 구글질을 해봤어. 카툴루스가 사랑한 '레스비아'는 시에 쓰느라 사용한 가명이고 실제 이름은 클로디아인데 유부녀였음. 클로디아는 자기에게 푹 빠진 카툴루스에게 당신 말고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막상 결혼하지는 않음. 그래서 카툴루스는 클로디아를 미워하게 되었으면서도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 집착을 벗어버리는 못했음. 자기도 그걸 알아서 시에서 '나는 미워하면서 사랑한다.'라고 적었어. 그 양반이 클로디아를 오직 사랑만 할 때 쓴 시를 먼저 읽고 애증하게 된 뒤의 시를 나중에 읽으니까 참 기분이 이상하더라.

오비디우스는 재기발랄함. 교재에 나온 오비디우스의 사랑 시는 내용이 이래. 화자가 의자에 앉아서 소녀에게 말해.

"저리 가, 부끄러우니까."

그러니까 소녀가 냉큼 화자의 품에 앉아서 눈물을 글썽이며 물어보지.

"부끄럽다니요? 당신이 (저를) 사랑한다는 게 부끄럽나요?"

이러더니 두 팔로 목을 끌어안고 천 번의 키스를 날리고, 화자는 그만 격침되었다는 거임. 이렇게 글로만 쓰면 별 거 아닌데, 막상 원문을 따라 읽으면 요 소녀의 요망함이 생생하게 느껴짐.

이런 사랑 시 말고도 웃기려고 쓴 시도 있고, 잘 나가는 시인이 자기만 못한 다른 시인들을 조롱하는 시도 있음. 실명을 거론하며 조롱하는데 웃기면서도 내가 조롱당하는 당사자였다면 정말 머리 끝까지 빡쳤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롱이 짧으면서도 두 줄로 사람 눈 뒤집히게 하거든. 명색이 시인이라 상대를 조롱해도 이 바보 멍청이, 너네 부모님 뭐하시노 같은 싸구려 드립은 안 침. 시인의 자존심이 있지... 잘 정제된 언어로 상대방 자존심의 가운데를 대바늘로 꾸욱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