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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marble nor the gilded monuments

Of princes shall outlive this powerful rhyme,

But you shall shine more bright in these contents

Than unswept stone besmeared with sluttish time.

대리석도, 왕후(王侯)를 위하여 세운 도금한

기념비도 이 강력한 시보다 오래 남지 못하리.

오랜 세월 더럽혀지고 쓸지도 아니한 비석보다

그대는 이 시 속에서 환하게 빛나리라.

-셰익스피어 소네트 55번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책의 빛줄기를 찾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어둠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재능 있는 자가 걸인으로 태어나고,

공허함이 화려하게 성장하고,

순진한 신의는 불행하게 기만당하고,

찬란한 명예가 잘못 수여되는 것을 보고,

올바른 완성이 부당하게 욕을 당하는 것을 보고,

예술이 권력 앞에 혀가 묶이는 것을 보고,

바보가 박사마냥 기술자를 부리고......

셰익스피어 소네트 66번의 말마따나, 세상은 부조리로 가득 차 있어

가끔은 죽음의 안식으로 이것들로부터 벗어나면 합니다.


게다가 Vita incerta, mors certa라는 말처럼 인생은 불확실하나 그만큼 죽음은 확실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돈키호테처럼 흥미진진한 모험을 한다더라도

그 결말은 알론소 키하노의 죽음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독서는 이것을 바꿀 수 없습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 독서마저 헛되다." 

그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직 내가 읽어야할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다 읽고 가지 못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나?

내가 아직 보지 못한 빛, 아직 보지 못한 풍경이 그렇게나 많은데?"

그렇습니다.

우리는 아직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우리에게는 책을 읽으면서 깨달음과 느낌을 얻어서

내면에 체험과 사색의 세계를 구축할 여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의 뜻으로 책을 읽으면서 세계를 그려나가는 것입니다.

그 세계는 대리석보다도 아름답고 도금한 기념비보다도 아름다우나,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가장 안전한 아름다움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독서는 가장 헛되면서 가장 헛되지 않은 행위이고,

그렇게 우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셰익스피어 소네트 66번의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 모든 것에 싫증 나 죽고자 한다네.

죽는 것이 사랑을 두고 가는 것이 아니라면."


오늘 4월 23일은 녹음이 무르익은 봄날입니다.

좋은 책이라는 반가운 손님이 찾아올 예감이 들면서

또 두보의 시 客至가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 책이라는 손님을 맞으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어떨까요?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같은 유쾌한 손님이 오셔서 여러분을 즐겁게 해드릴지 모를 일입니다.

손님이 누가 되었든 간에, 즐거운 만남을 즐기면서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을 쌓으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책을 사랑하는 자들의 마음가짐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독서 마이너 갤러리

부관리자 게오르기오스 삼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