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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유명한 책이라 언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쉬운 점이 많았던 책이다. 책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단지 대중교양서의 한계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내가 이 책을 너무 늦게 읽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서두에서 언급하는 아랍의 봄은 뜨거운 반응과는 달리 처참한 결과를 맞이했고, 세상을 단순히 권위주위와 민주주의라는 이분법으로 바라보기에는 너무나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많다는 결론만이 나왔을 뿐이다. 권위주의적 정권이 민중을 탄압하는 데에 실패하거나(동독 붕괴) 성공한다(천안문 사태)는 단순한 결론 대신 세계에 미묘한 냉소주의와 정치적 풍파를 일으킨 아랍의 봄의 추후 진행 과정들을 보며 <국가>를 보고 있자니 뭔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국가>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대체로 맞는 말이다. 착취적 경제 제도는 착취적 정치 제도와 늘 발을 맞추며 그 둘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소위 포용적 경제 제도가 주는 혜택은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가>에서도 몇 번이고 언급하듯 이러한 변화는 늘 아주 미묘하고도 결정적인, 우연에 가까운 역사적 순간들에 의해 발생하며 그것은 언제든 뒤집힐 수도 있고, 유지될 수도 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핵심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국가>의 저자는 그것을 잘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대중교양서적의 용도에 맞게 수많은 디테일들을 어느 정도 무시하고 이론을 포장해 내세운다. 다시 말하지만, 그건 단지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아쉬운 문제일 뿐이기는 하다.



<국가>는 어디까지나 아예 다른 생각을 갖고 있거나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의 본질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인 책이다. 해외 원조에 대한 순진한 접근이나, '무지'로 인해 성장할 수 없는 국가들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 다만 아쉬웠던 점은 <국가>가 어떤 의미에서는 "포스트모던한 접근"을 한다고 비꼬듯 비판하는 토머스 프리드먼보다도 순진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는 것이다. <국가>에서 제시하는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는 프리드먼이 "황금 구속복"으로 표현한 세계화에 순응하는 제도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개념이고, 이는 대부분의 국가에게 거의 들어맞지 않는다. 어째서 이것을 "구속복"이라고 표현했는지를-현재 세계 시장에서 황금을 얻을 수는 있지만 국가를 그 규격 밖으로 뻗을 수 없게 만드는-생각해보면, <국가>는 결국 다시금 세상은 영국과 미국을 본받는 데에만 집중해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나아갈 뿐이다.



한국은 <국가>에서도 몇 번이고 북한과 대조되며, 이러한 제도들이 잘 자리잡아 급격한 성장을 잘 이뤄낸 국가의 예시로 등장한다. 그것은 사실이지만, 이따금 우리의 이러한 풍요가 맞지 않는 옷을 입어 얻어낸 황금이며, 그 옷이 헤라클레스에게 그랬듯 우리에게도 고통스러운 죽음을 안겨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미 이 옷을 벗기에는 너무 늦었고, 사실 그럴 이유도 없는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읽으며 문득 생각이 나 찾아보니 현 대통령이 이 책을 추천도서 중 하나로 선정했다고 한다. 왜 그리했을지도 짐작이 가면서, 추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립적인 생각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