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의 스포를 그득 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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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전쟁을 피해 조국 헝가리에서 탈출했다. 조국에서 탈출한 대가로 그녀는 모국어를 잃어야 했다. 프랑스로 작품을 써야 했던 그녀가 써낸 중편소설 3편이, 연작으로 묶인 것이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다.
3편의 소설은 원래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연작 소설로 배치한 게 아니며, 시간이 한참 지나 각각 출판됐다. 3편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이름으로 엮은 것은 한국의 ‘까치 출판사’이다. 멋진 3편의 소설을 엮어 같이 볼 수 있다는 점이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읽은 것일까 의심스럽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1부 비밀 노트, 2부 타인의 증거, 3부 50년간의 고독은 전술했듯 연작처럼 읽히기도 하고, 엇박자를 내며 각각 해석되기도 한다.
‘표지를 제외한 모든 것이 완벽한 소설’이라는 칭송을 받듯 이 연작소설은 그러나, 정교한 구성을 자랑한다. 1부에서 마치 한 몸처럼 살아가는 쌍둥이는 참혹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린 쌍둥이 소년의 행동은 전장처럼 기괴하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쌍둥이 중 하나만 국경을 탈출하고, 3부에서는 쌍둥이가 조우한다(표지는 너무나 직설적이고 스포가 가득해 보지 않는 걸 추천한다).
2부와 3부 그리고 1부는 끊임없이 교차되며, 쌍둥이 루카스와 클라우스 중 진짜 ‘나의 존재’를 묻는다. 나는 루카스인가, 클라우스인가. 나는 쌍둥이인가, 아닌가. 모든 것이 헷갈리니 역설적으로 모든 가능성이 열린다. 전시에 모든 도덕과 가치가 무너지고 오로지 생존에만 집착하는 인간 군상을, 작가는 쌍둥이를 통해 그린다.
모든 것이 흔들리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자기 자신을 잡고 사는 인간이 있다. 서점 주인 빅토르가 그렇다. 그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자신만의 책을 쓰려는 의지로 불타는 인간이다. 끔찍한 전쟁 중에도 역설적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책을, 단 한 권의 책을 쓰려한다.
그리고 그는 문학사에 길이 남을 대사를 남긴다.
“나는 이제 쉰 살밖에 안 됐어. 내가 담배와 술을, 그래, 술과 담배를 끊는다면, 책 한 권쯤은 쓸 수 있을 거야. 몇 권 더 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단 한 권이 될 거야. 나는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와, 이거 나도 제일 좋아하는 문장. 반갑네
반가워요. 저도 저 문장 보고 '헉'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