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슬픈 기분으로 불길한 하늘과 메뚜기 떼가 휩쓸고 간 지난여름의 잔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홀연 그는 환영처럼 아카시아 가지 위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마치 시간이 움직임 없는 영원의 원 속에서 유희를 벌이고 혼돈의 와중에 귀신이 재주를 피우듯 기상천외한 망상을 진짜로 믿게 하려는 것 같았다


그자들은 여전히 더러운 의자에 주저앉아 저녁마다 감자 요리나 먹으면서 세상이 왜 이 모양인지 의아해하고 있을걸. 의심에 가득 차 서로를 감시하고 조용한 방에서 큰 소리로 트림이나 하고. 그리고? 기다리는 거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끝도 없이 기다리다가, 누군가 자기들을 속인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겠지. 돼지를 잡는데 혹시 뭐 주워 먹을 거라도 떨어질까 싶어 바닥에 배를 댄 채 도사리고 앉아 기다리는 고양이처럼 말이야. 그자들은 옛날 성에서 시중을 들던 때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어. 주인은 벌써 머리에 총알을 박고 자살했는데, 저자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시체 주위에서 우왕좌왕하는 거야….”



우리나라 신촌문예지의 실린 작가들은 이 소설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