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레이븐으로 유명한 에드가 앨런 포우의 단편집이다. 포우의 작품들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기괴함과 우울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그의 공포 소설들(굳이 분류를 하자면)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어셔 가의 몰락>, <적사병의 가면>같은 작품에서 그러한 경향이 잘 드러나는데 유럽풍 귀족 저택들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은 중세의 그로테스크한 기괴함을 불러일으키며 음울한 정서를 가져다준다. 특히 <적사병의 가면>은 이러한 소설들 중 가장 내 마음에 든 소설이었다.


한편으로는 그의 대표작 <검은 고양이>나 <배반하는 심장>, <심술궂은 꼬마> 등에서는 인간의 광기에 대한 표현이 드러난다. 등강인물들이 살인 등 비인간적인 행위 이후에 압박감이나 긴장감에 의한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은 그의 탁월한 인간 묘사를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까지는 내가 만족스러웠던 소설들인데 그 이후의 추리 소설들이나 풍자 소설들은 앞에 작품들에 비해 실망스러웠다.


오귀스트 뒤팽이라는 탐정이 등장하는 3연작 추리 소설들은 대체로 뒤팽의 끊이지 않는 말 때문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그냥 적당히 말해도 될 내용을 굳이 사실 인간의 마음은 주저리주저리 그렇기에 이 일은 주저리주저리 이런 식으로 늘여놓으니 지루함만이 느껴졌다. 또한, <잃어버린 편지>라는 소설은 그 내용이 어딘가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어 더 실망하기도 했다.


풍자가 주를 이루는 소설들은 그 내용면에서 만족스러웠다. 동화스러운 아기자기한 맛이라 해야하나. 그러나 포우 특유의 기괴함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크게 맘에 들지는 않았다.


“그의 소설은 이전까지의 일반적인 소설과는 달리 도덕, 교훈 등에 그 목적을 두지 않았다.” 역자 서문에서 나온 포우의 작품에 대한 설명이다. 과연 그 말 그대로 포우의 작품들은 무슨 교훈을 주거나 도덕적 가치를 찬미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그저 인간의 광기를 보며 소설에서 흘러나오는 기괴함을 즐기기 만하면 되는 그러한 소설들인 것이다.





여담이지만 내가 읽은 책은 중역본이라고 하던데 혹시 괜찮은 번역본이 있다면 추천해주길 바람. 나중에 그 버전으로도 읽어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