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더’라는 이 말을 가장 먼저 발명한 인물은 확실히 천재라고 할 수 있다. 비열한 천재이기는 하지만.
-루쉰 <'타마더'에 대하여(论"他妈的") >
'타마더(他妈的)'는 중국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욕설인데, 직역하면 "그의 어머니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의 욕설이 대부분의 그렇듯, 이는 어느 완전한 문장에서 동사와 목적어가 생략된 형태이다. 한국어에서 이와 비슷한 표현을 찾아보자면, 용도로 보나 형식으로 보나 '느.금마'가 이와 가장 잘 대응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 차이점이 있다면, 타마더는 3인칭 형용 사고, 느.금마는 2인칭 명사라는 정도가 있겠다. 중국인이 좀 더 예의지신을 알기 때문에 좀 더 완곡한 표현을 쓴 것인가, 아니면 한국인이 좀 더 호방한 까닭에 더 시원한 표현을 쓴 것인지에 대해서는 내 미천한 경험으로는 아직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번역가들이 '他妈的'를 '느.금마'라고 번역하지 않고 이를 음역해서 '타마더'라는 고유명사로 변역한 것은 큰 패착이 아닐까 싶다. 첫째로는 독자들이 그동안 대문호, 계몽가, 투사로 알고 있었던 루쉰이 '느.금마'라는 천박한 욕설을 주제로 글을 썼다는 것을 처음 접하고 느껴지는 황당함을 반감시켰기 때문이고. 두번째로는 원문의 제목이 '어떠한 욕설에 대한 분석'이란 함의 이외에도 '논하기는 개뿔'정도의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 '타마더'로 변역을 하면 후자의 의미가 날아가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론 어그로를 끌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사실 이게 가장 큰 이유이다. 유튜브도 배속으로 보는 시대에 어그로 끌 기회를 발로 걷어차 버리다니, 참 young 하고 MZ 하지 않은 번역가들이다.
따라서 나는 타마더 대신 느.금마를 사용하겠다.
<'느.금마'에 대해서>는 겉보기에는 그냥 재미 삼아 읽을만한 잡문에 불과하다. 이 글은 <광인일기>처럼 미친 사람의 입을 빌려 유교 전통을 맹렬하게 고발하지도, <아 Q 정전>처럼 중국인의 무기력함을 비꼬지도 않는다. 그저 '느.금마'라는 욕설의 유래와 사용을 독자들에게 유머스럽게 소개할 뿐이다. 하지만 이 보잘것없어 보이는 잡문 속에서도, 계몽 가이자 투사로서의 루쉰의 면모는 여전히 드러나는데, 그중에서도 이 "비열한 천재"라는 문장에는 그의 사상이 농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느.금마'를 발명한 사람은 천재다. 한나라부터 나타나 위진남북조에 전성기에 다다른 문벌 귀족들은, 그저 가문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관직을 돌려가며 세습했고, 명문 호족 밖의 사람들은 아무리 재능이 있더라도 출셋길에서 배제되었다. 훗날 이민족 왕조들이 중원에서 과거제를 시행하며 이러한 현상은 완화되었지만, 이번에는 벼락출세한 양반들이 과거의 귀족들을 선망하며 자신들의 족보를 세탁하고 과거 귀족들의 행동거지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이때 '느.금마'는 시대를 불문하고 단 3글자로 소위 상류 인사들의 본질을 들춰내고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만드는 마법의 단어였고, 민중들이 자신의 불만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하지만 음서제를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닌, 그저 남의 아비가 되려 하는 고약한 심보에 찬동하기는 좀 그렇다. 또한 '느.금마'라는 욕설에서 생략된 동사와 형용사를 진정 실천에 옮긴 용자들은 드물고, 대부분은 그저 상상 속의 '금마'를 범하는 정신승리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느.금마'를 발명한 사람은 비열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열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정신의 승리를 현실의 투쟁으로 바꿔야 한다. 물론 남의 모친을 범하라는 말은 아니고, '는 금마'가 욕설로서 성립하는 사회적인 기초, 혈통에 의거하야 부와 지위의 세습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실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가 혁명가라면, 무슨 사건을 쓰고 무슨 자료를 다루든 간에 그것은 혁명 문학인 법이다.
다음 주 목요일은 중국 현대문학이 시작된 5.4운동이 일어난 지 104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루쉰전집을 한번 읽어보는 건 어떨까?
에그머니나
역시 대문호는 다르다...
진짜 존나 아름다운 글이다.. 실베 갔으면.....
명문... 명문이요... - dc App
이왜진?
ㅋㅋ
재밌게 읽었는디 그래서 느,금마가 어떻게 상류사회의 콤플렉스를 건든다는건진 모르겠네. 그냥 역사적으로 유구한 부모욕 아닌감. 이건 그냥 루쉰이 자의적으로 만든 논리인거지? 아님 님이 뽑아낸 로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