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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본가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니 택배가 와 있었다
잠시 뭔가 싶었다가 바로 이벤트 신청했던 더숲 신간이라는걸 기억해냈음 판형이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것 보다 좀 컸다. 만화책이라 그런가
더숲 출판사와는 독갤하면서 책이며 티켓이며 꽤 도움을 받은 편인데 요즘 책값이 비싸다 보니 감사하기도 하고 이번에 연휴도 하루 있고 해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는 읽었을때 그냥 그런 편이면 인증만 하고, 괜찮거나 그 이상이면 감상을 써보기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독붕이들은 지금 이 글의 말머리를 다시 살펴보면 대충 감이 올 것 이다.
출처 : 교보문고 미리보기 제공
현대사회를 뒷받침하는 톱니바퀴는 이미 평범한 사람의 인지를 뛰어넘은지 오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에 익숙해진 상태다. 알고 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으며, 몰라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게 대부분의 생각일 듯 하다. 나 또한 무의식중에 수돗물을 사용하고 늦은밤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길을 걸으며 여름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덥혀진 바닥에 몸을 기대니까.
작가 댄 놋은 현대사회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받침하는 네트워크와 시스템의 복잡한 모습을 삽화의 모습을 빌려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다.
자세한 연구와 레퍼런스, 지루함을 탈피하기 위한 스토리텔링과 깔끔한 삽화를 통해 자칫 잘못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책에서 흔히 나타나는 설명충이 되기 쉬운) 위험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들이 보통 잘 깨닫지 못하지만 우리의 삶에 중요한 혜택을 제공하는 "숨은 시스템"을 보여준다.
이전에 더숲에서 제공받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생물진화 강의"에서는 같은 만화로 쓰여진 과학책이지만 성인 대상이라기보다는 저연령층 아이들을 위한 생물진화 입문서 같은 느낌이었지만(사실 그래서 그때는 간단하게 인증만 했던 것 같음...), 숨은 시스템은 좀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하게 만화를 통해 설명만 늘어놓는게 아니라 딥 웹에서 비밀 프로젝트와 기업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과학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면서도 독자들의 흥미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수수께끼 같은 시스템을 탐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걸 알 수 있다. 단순히 현대사회를 뒤에서 구성하는 시스템 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권력과 통제, 감시(O_O)의 거미줄을 살살살 풀어내며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출처 : 교보문고 미리보기 제공
삽화가 나름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개인적으로 과학계 비문학은 소위 말하는 '지루함의 구간'을 넘기가 대단히 어려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당연히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게다가 최근에 읽었던 '화석맨'에서도 후반부는 굉장히 흥미진진했지만 중반부에 화석뼈를 가지고 뇌절에 뇌절을 거듭하는 모습에 심히 중도하차가 마려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ㅜㅜ
글로 읽었을 때는 자칫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삽화와 시각자료를 통해 직접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만화나 삽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과학 관련 책에는 삽화가 꽤 괜찮다고 느끼게 됐다. 문학에 삽화나 그림이 들어가는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상상력을 제한시키기 때문인데, 과학이나 건축 등 비문학은 이미 팩트가 있으니 정확한 형태를 아는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삽화나 사진, 그림이 있으면 비교적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문학에 들어가는 것과는 정 반대의 의미에서 편하다.
그냥 흔한 과학만화로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작가가 과학책의 본질을 놓지는 않으면서 인본주의적인 내용 또한 적당히 첨가했다는 점에서 꽤 좋은 점수를 주고싶다. 독자가 작가의 인도를 통해 이런 숨겨진 시스템을 깊게 탐구하는 동안 작가는 이러한 시스템이 불평등을 확대하고 특정 집단을 소외시키며 취약성을 악용하는 방법을 동시에 보여주며 이러한 숨겨진 '힘'에 의해 우리 사회가 형성되는 방식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자칫 잘못하면 정치적이거나 'PC'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민감한 소재인데, 잘 풀어낸듯.
그냥 후루룩 읽고 넘겨버려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나름 괜찮은 편이라 리뷰까지 쓰게 되었다.
요즘 책값이 비싸다 보니 그래서 책을 18,000원 주고 살만하냐? 라는 소리가 당연히 나올 법 한데, 출판사 눈치 안보고 딱 잘라 말해주겠다.
- 거의 대부분의 책을 문학 위주로 읽는 사람에게는 솔직히 그저 그렇다... 그냥 돈 조금 더 얹어서 세문집 두권 사는게 나을 수도 있다.
- 그냥 문학 비문학 골고루 읽는 평범한 독붕이다 = 서점가서 앞부분 읽어보고 괜찮은 느낌이면 사라.
- 과학에 관심이 많은 급식/학식이다 = 사라.
-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다 = 두권 사라.
**중요**
- 본인이 미터법이 아닌 야드파운드법을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기분이 더러워지는 경향이 있다 = 절대 사지 마라
이거 표지부터 재밌어보이긴 함 ㅋㅋ
좋타
오 후기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