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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 부터 피아노를 쳤다. 이유는 간단하다. 집에 피아노가 있어서다. 우리 엄마가 쓰던 거 물려받았다. 정작 지금 우리 집에서 피아노 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암튼, 지금은 자취해서 못치긴 하지만 피아노는 사실 추억이 많다. 제일 오래 연습한 악기는 바이올린인데, 정작 바이올린은 딱히 남들에게 보여준 기억이 없다. 하지만 피아노는 예전부터 남들한테 보여줄 기회가 많았다. 학창시절에 심심하면 음악실 가서 쭈쭈바 빨면서 친구들이랑 피아노 치면서 놀기도 했고, 대학 다닐 땐 키보드로 밴드 활동도 했으니까. 전여친 꼬실때도 피아노 쳐서 꼬셨다.
하지만, 피아노를 아무리 오래 쳐도 난 여전히 어디가서 자신있게 피아노를 잘 친다고 말하지 못한다. 피아노는 고인물들 천지기 때문이다. 분명 처음 배울 땐 리코더보다 쉬운 게 피아노인데, 이상하게 난이도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피아니스트에 대한 경외심이 점점 올라갔다. 나도 시발 쇼팽 에튀드 저렇게 쳐보고 싶어. 나도 재즈 즉흥연주 저렇게 해보고 싶어. 그러다 이 책이 눈에 띄었다. 피아니스트랑 일반인의 뇌는 얼마나 다를까? 예전에 인터넷에서 체스 선수와 일반인의 지능 차이점 이런 거 보면서 되게 흥미로웠던 기억이 나서 이 책도 한번 빌려봤다.
일단 첫째로 흥미로운 사실은 피아노는 조기교육이 조온나게 중요하다는 거다. 초견, 연주 실력, 절대음감,지구력 등 뛰어난 피아니스트가 필요한 능력들은 어린 시절에 훨씬더 빠르게 익힐 수 있다. 물론 조기교육의 중요성은 다른 분야에서도 절대적이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사실은 피아노를 일찍 배운 사람들은 단순히 "피아노"만 잘치는 게 아니라, 다른 음악적 능력이나 인지능력으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들은 외국어에서의 미묘한 발음 차이를 일반인보다 더욱 쉽게 구별해내고, 목소리에 담긴 상대의 감정을 더 쉽게 파악해내며, 잡음 속에서 정확한 신호를 포착해내는 데 능하다. 또한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운 아이와 연극을 배운 아이, 아무것도 안 배운 아이를 비교하니까 피아노를 배운 아이가 인지능력이 더 높다는 연구도 있다고 한다. 참고로 연극을 배운 아이는 사회성과 협응성이 올라갔다고 한다. 다만, 음악을 들어서 뇌의 각성효과 때문에 일시적으로 IQ가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도 있으니 너무 맹신할 필욘 없다고 한다.
두번째로, 피아노의 음색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실 나도 이거 존나 궁금했다. 왜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내 연주가 다르지? 박자랑 음정은 다 맞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내용이 나오는데, 피아노의 음색은 두 가지 방식에 의해서 변화한다고 나와있다. 하나는 얼마나 "강하게" 타건하는지와, 다른 하나는 "누르는지" 혹은 "두드리는지" 에 대한 타건이다. 숙련된 피아니스트들은 이 음색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 손가락과 손목 뿐만 아니라, 팔꿈치와 어깨까지 이용해서 음색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물론 악보에서는 어떻게 타건하라는 내용이 없다. 다시 말해, 이는 전적으로 피아니스트의 재량에 달려있으며, 이러한 표현 방식을 어떻게 조합해서 매력적인 음색을 만들어내는지가 숙련된 피아니스트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직접적으로 음색과 관련있는 건 아니지만, 템포를 조절하는 것 역시 중요한데, 완전히 칼같은 템포로 연주하면 오히려 음악성이 떨어진다고 사람들이 느낀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연주해도 안되고. 그 미묘한 디테일을 챙기는 게 숙련된 피아니스트의 역할이다. 확실히 이거에 대해서 동의하는 게, 예전에는 빠르고 화려한 곡을 잘 치는 게 멋있었는데, 요즘에 진짜 피아니스트 실력은 베토벤 소나타 같은 기교적으론 크게 어렵지 않지만 표현이 존나게 까다로운 곡에서 나오는 거 같음
세번째로, 피아니스트의 운동방식이다. 피아노는 사실 곡이 매우 길고, 심지어 가끔 미쳐돌아가는 곡들은 손가락을 잠시도 쉴 수 없는 곡들이 많다. 이런 곡을 10분만 쳐도 팔이 얼얼해질 정도로 은근히 피아노 치는 건 고되다. 게다가, 이런 빠른 . 이를 위해 피아니스트들의 신체는 피아노를 치기 적합하게 바뀐다고 한다. 손은 조금 더 유연하고 가동 범위가 넓게 바뀌고, 트레몰로 같은 빠른 타건이 필요할 경우에는 아마추어에 비해 팔꿈치의 움직임이 더욱 많이 들어간다. 또한 왼손과 오른손이 독립적으로 노는 곡이 많다보니 좌뇌와 우뇌의 신호를 전달해주는 교량이 더욱 강해지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정신적인 면에도 많이 영향을 주는데, 피아니스트들은 일반인과 다른 악기 연주자들에 비해 고음을 더욱 쉽게 인식하며, 악보를 보기만 해도 손가락에 자동으로 힘이 들어가는 등 피아노에 최적화된 몸과 정신으로 변해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피아니스트의 질병이다. 사실 이건 프로의 영역이라 생각해서 대충 넘기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은근 손가락 다친 피아니스트들이 많아서 좀 신기하긴 했다. 대표적으로 슈만이 있고, 검색해보니까 쇼팽이나 리스트 연주하다가 손가락 다친 사람이 많다고 한다. 피아니스트의 부상은 테니스 엘보로 유명한 건초염과,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유명한 수근관증후군, 그리고 포컬 디스토니아가 있는데, 사실 맨날 컴퓨터하고 탁구 치는 것도 좋아하는 나한텐 살짝 무섭긴 하다. 물론 지금은 피아노 안치기 때문에 별 상관 없음. 한편, 이 책은 포컬 디스토니아에 대해서 길게 다뤘는데, 나머지 두 개는 사실 피아니스트 외에도 많이 걸리지만 포컬 디스토니아는 말 그대로 피아니스트의 직업병이기 때메 그런듯. 근데 솔직히 말해 손가락 좀 못쓰는 건 피아노치기 말고 그렇게 치명적인 거 같진 않은데?
암튼 책 자체는 흥미 위주로 써져있어서 재밌게 읽었다. 사실 요즘 너무 어려운 책들만 많이 읽어서(내 자의는 아니다. 교수님 나빠요) 뇌를 약간 리프레시 하고 싶어서 빌린 책인데 간단하게 읽기 매우 좋았던 거 같다. 다만 너무 술술 읽어서 하루만에 다 읽었기 때메 이럴 거면 걍 도서관에서 읽을 걸이라고 후회되기는 한다. 반납하러 가기 너무 귀찮다.
피아노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는데, 피아노를 치는 경험 그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다룬 책이라던지 그런 책 아는 거 있어?? 건반위의 철학자 괜찮던데
몰?루? 오 근데 건반 위의 철학자 재밌어보이네. 담번에 읽어봐야지
피아노는 내가 악기 배우고 싶다는 애들한테 기타랑 함께 강추하는 악기임. 기타와 함께 실용성, 재미, 컨텐츠, 난이도 다 괜찮은 최고의 악기니까 재밌게 배워봐~
[리디]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 뇌는 근육이 아니므로 한 가지 기술을 강화한다고 해서 다른 기술들도 자동적으로 강화되지는 않는다. 인출 연습과 심성 모형의 형성과 같은 학습과 기억 전략들은 연습한 내용이나 기술에 한해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이지만 거기서 얻은 이득이 다른 내용이나 기술을 숙달하는 데까지 미치지 않는다. 전문가의 뇌와 관련된 연구들은 전문 분야와 관련된 축삭돌기의 수초가 증가했지만 나머지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음을 보여준다. 피아노 거장들의 뇌에서는 피아노 기술과 관련된 수초만 증가한 것이 관찰된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 헨리 뢰디거, 마크 맥대니얼, 피터 브라운, 김아영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593000432
오호. 그면 똑똑해지는 건 아니구나.
ㅂㅂ하면 ㅁㅁ능력이 발달되서 ㅍㅍ도 잘한다던가 하는 연구들은 종단연구(ㅂㅂ하기 전이랑 ㅂㅂ한 후를 비교)해보면 ㅁㅁ능력이 발달해서 다 잘한다기 보단 걍 ㅂㅂ랑 ㅍㅍ 둘 다 열심히 해서 잘하는 것인ㄷ
안그래도 책에서 음감이 좋은 애가 피아노를 잘 치는 건지, 아니면 피아노를 잘 쳐서 음감이 길러진 것인지는 아직 논란이 있다고 하더라
오 좋은책 발견했다 싶었는대 첫 댓글이 번역가 죽이고 싶다카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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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뇌과학 쪽에선 지식이 전무하다보니 이 책의 말이 사실인진 모르겠고 걍 흥미 위주로 읽음ㅋㅋㅋ
아조씨는 첼로 조금 깔짝이다 말았는데 학상은 피아노도 바이올린도 잘 하고 멋지네요 아조씨 루틴을 정하고 사는데요 아무튼 퇴근 후 운동하고 샤워하고 프로틴 마시면서 책 보다가 여2 남1 쓰리썸 보고 딸치고 유투브 보는데요 아무튼 유튜브 보다보니까 취미로서 음악 활동을 하면 뇌 발달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그러던데 이 책도 그런 관점이 많나요?
아 그리고 학상 피아노 치면서 여자 꼬시면 정말 잘 꼬실수 있나요?
또 아조씨가 좋아하는 영화중에서 빌 머레이 나온 사랑의 블랙홀에서 주인공 이름이 기억 안 나나는데 아무튼 빌 머레이 아재가 성촉절에 시골 마을에 타임루프로 갖혀서 책도 많이 보고 얼음 조각도 하고 피아노도 배우고 그러는데요 아무튼 중간에 연주 장면이 있는데 라흐마니노프라는데 라흐마니노프 많이 어려운가요?
일단 책은 피아노나 악기 연주를 하면 바뀐다! 보다는 피아니스트는 남들과 이런 점이 다르다! 에 가까워서 아마 기대하는 내용은 안 나올 거 같고, 여자 꼬시는 건 솔직히 말해서 피아노가 휴대가 불편하다보니 상대에게 호감을 갖게 하긴 좀 힘든 편임. 나도 대시할 때 말고 썸탈 때 전화하면서 가끔 쳐주는 정도였음. 글고 라흐마니노프도 곡이 많아서 뭔 곡인진 모르겠는데, 아마 한 3년 정도 치면 따라 치는 정도는 가능할거임. 제대로 칠려면 뭐 한참 더 걸리고. 그리고 난이도는 유명한 클래식 곡(베토벤 소나타, 쇼팽 에튀드, 리스트 에튀드 등) 중에서는 아마 최상위권일듯.
요약 되게 잘하시네용 재밌게 봤어오^^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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