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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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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개인적인 글이 될 예정이라 문제될 시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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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암울한 글을 읽으며 드는 느낌이 있다. 기분 나쁜 느낌은 아니다. 예전의 암울한 기억을 되살려 피곤한 느낌이 들면서도 눈을 떼기 싫어지는 그런 빨려드는 느낌. <사서>를 읽으며 간만에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참 애매하게도 군대에 있을 때의 기억을 되살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련이나 중공의 수용소 문학 등-이를테면,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을 읽을 때 나도 그렇지만 주변에서도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군대에 있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는 점이다. 아마 그건 군대에서 주로 독서가 이뤄지는 한국의 현실 탓일수도 있겠지만, 군대의 경험이 어느 정도 이 수용소들이 일반적으로 수인들에게 강요하는 어떠한 점을 청년들에게 동일하게 부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서>의 화자인 작가가 수용소에서 무의미하고 추잡해지는 생활을 하며 쓰던 글에는 다른 수인을 밀고하는 <죄인록>도 있고, 수용소장을 맡은 아이에 대한 <하늘의 아이>나 수용소 생활을 담은 <옛 길>도 있지만, 이 모든 경험을 함축하는 것은 마지막 장에 붙어 있는 한 철학적 우화다. 시시프스가 돌을 굴려 올리고 떨어뜨리는 형벌을 받은 이후 이 일 자체는 그저 타성에 젖은 일과가 되어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어떤 가치를 찾은 이후 신은 곧바로 그 가치로부터 그를 떨어뜨리곤 일과를 바꾸어버렸다. 신은 시시프스가 이 변화된 일과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그는 이 무작위적인 일과에서 의미를 찾아 다시금 자신의 일과가 변하는 것을 더는 원치 않았고, 아무런 가치도 찾지 못하는 타성 속으로 완전히 잠긴다.



인정하든 안 하든, 군대에 들어갈 때면 우리는 늘 '중간만 가'라는 소리를 듣고, 열과 성을 다해봐야 자기만 손해인 곳에 들어와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기억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최소한 내게는.) 군대를 다녀온 이후, 역시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 낫다는 말을 주변에서 곧잘 듣곤 한다. 그 변화가 과연 내게 얼마나 좋은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사서>는 본질적으로 사람은 그저 환경의 동물일 뿐임을 강도 높고 찐득하게 보여주는 글이다. 사람의 본질이 극한 환경 속에서야 비로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 환경 속에서 사람은 그렇게 완성되는 것임을. (다만 내 기억과 <사서>의 철저한 파국을 병치하는 것 자체가 참 우스운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자신의 문제를 늘 과장적으로 바라보는 모습.)



또한, <사서>를 읽는 동안 감각적인 묘사들이 꿈에 나오곤 했다. 자신의 손을 매일 칼로 베어가며 피 섞인 물을 만들어 밀을 키워나가는 모습, 이미 메마른 몸을 쥐어짜 핏물을 내느라 온 사방에서 피 냄새가 그치지 않던 나날들, 그리고 스스로의 장딴지를 칼로 베어내 자신의 추악함을 어떻게든 지워내보고자 했던 순간까지. 그 끔찍한 상황들은 마치 스플래터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꿈 속에서 재현되며, 섬뜩한 절단의 순간이 오기 직전에 어떻게든 가위에서 풀려나고자 애를 쓰곤 했다. 그러나 이 잔인한 이미지들과는 달리, 진정으로 <사서>의 사람들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몰아세워 모든 것으로부터 무너뜨린 것은 아주 단순하고도 단호한 기아였다. 이것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과 실제로 우리를 두렵게 만들 것이 사실 철저하게 괴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다시 한 번, 부끄럽지만 군대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훈련소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며 (아마도 열악한 위생 때문이겠지만) 훈련소를 수료하자마자 고열로 인해 잠시 병실 신세를 질 때까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의외로 육체적인 피로도 아니고, 정신적인 피로도 아니라, 아주 가끔씩만 식단에 고개를 들이미는 달달한 무언가에 대한 집착이었다. 나는 평소에는 사탕이나 초콜릿과 같은 단 음식을 그리 즐기지 않던 사람이기에 외려 당황스러운 순간이기도 했다. 초코파이에 대한 밈은 희화화되던 것 이상의 진실, 그저, 실제로 그렇기에 그렇다라는 것을 내게서 은닉하고 있었던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때부터 이 육체성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던지도 모르겠다. <사서>는 단순히 글을 읽는다는 이성적 행위만으로 이를 환기시킨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