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24b0d121e09c28a8699fe8b115ef046c63f22f4f9ce8



<원더풀 라이프>를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하니 추천 받은 책이다. 실제로 저자 역시 이 책을 <원더풀 라이프>와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나 또한 독자로서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 책은 생명의 진화라는 소재를 통해 어떻게 우리가 세상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가를 지적하며, 직관과 다소 어긋나지만 보다 더 현실적인 모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아마 <풀 하우스>로만 따지자면 <신호와 소음> 같은 확률/통계 관련 책에 더 가까운 책일지도 모르겠다. 그 사고관이 어떻게 현실의 다른 문제-야구에서 4할 타자는 왜 사라졌는가?-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풀 하우스>의 주제는 단순하다. 생명의 진화 과정에서 어떻게 인류와 같은 복잡한 생물이 나올 수 있었는가, 라는 질문에 우리는 예전부터 진화는 어느 정도 진보를 함축하고 있다고 답하였고, 그것은 그럴듯한 대답이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려면 두 종류의 근거를 대야 할 텐데, 하나는 당연히 기존의 대답에 대한 반례이고, 또 하나는, 그렇다면 무엇이 이와 같은 현상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풀 하우스>에서 전자는 후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자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모델과 기존의 모델을 토대로 자료를 해석한 결과를 비교해야 하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모델은 무엇일까?



일단, 우리는 야구에서도 생명에서도 전체를 보는 데에 좀 더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 전제다. 어떤 특이한 변이에 집중하는 것은 결국 전체 분포와 그리 영향이 없고, 이것이 야구의 4할 문제나 진화의 진보 같은 허상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전체 분포를 통해 보자면, 이 분포는 어떤 한계가 없이는 균등하게 퍼질 상황에서 한쪽에 한계가 있을 경우 자연스럽게 반대쪽으로 좀 더 치우치게 된다. 그러나 이 경향성은 결코 분포 자체가 그쪽으로 기울어질 만한 동인이 있음을 함축하지 않고, 그저 반대쪽에 한계가 있기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분포-주정뱅이의 걸음걸이 분포-일뿐이다. (이 분포 자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생명에서 이러한 분포를 적용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요즘 나는 한 극단과 다른 극단을 대조하는 것보다는 극단과 중간을 대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비교이리라 자주 생각하고 있다. 20세기의 역사에서도 파시스트와 공산주의는 생각보다도 발을 함께 걸었고, 21세기의 극단주의자들 역시 말하는 바와는 달리 행동에 있어서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듯하다. (우리는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봐야 한다는 오랜 경구와 함께) 이런 점에서 <풀 하우스>는 책에서 의도한 것처럼 내게 뭔가 깊게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던져준다. 보통 사람들이란 무엇일까? 내가 누군가에게는 보통으로 보일까? <대중의 취향에 따귀를 때려라>라는 말처럼, 나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이러한 종류의 관심을 가진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