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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무령왕과 공자 성에 대한 대화 


왕은 왕설을 보내 공자 성에게 다음과 같이 전하도록 하였다.

"과인이 호복을 입고 조회에 참석할 것이니 숙부께서도 입으시기 바라오. 집 안에서는 부모의 말씀에 따라야 하고 나라 안에서는 군주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것이 
고금의 공인된 행동원칙이오. 자식은 부모에게 반대해서는 안 되고 신하는 군주를 거역해서는 안 되는 것이 상하간의 통념이오. 지금 과인이 교지를 내려 복장을 바꾸어
입게 하였는데 숙부께서 입지 않으시면, 천하 사람들이 비난할까 두렵소. 나라를 다스리는 데 상도가 있으니 백성을 이롭게 함이 그 근본이며, 정사를 논하는 데 원칙이 있으니 곧 관철하고 집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오. 덕정을 펴려면 먼저 백성들을 이해시켜야 하며, 정령을 시행하려면 먼저 귀족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오. 지금 호복을 
입는 목적은 욕망을 만족시키고 마음을 즐겁게 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오. 일이란 완성되어 공적을 이룬 후에야 비로소 완벽한 것이라고 할 수 있소. 지금 과인은 숙부께서 정치의 상도에 위배할까 두려워 돕고자 하오. 아울러 과인이 듣기에 국익에 이로운 행위는 모두 정의로운 것이오. 귀척의 지지를 얻은 일은 그 명에가 손상될 리 없으니 바라건대 숙부의 성망을 빌려 호복 개혁의 성공을 이루고자 하오. 왕설을 시켜 숙부를 뵙도록 하오니 호복을 입어주시오." 


그러자 공자 성은 재배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신은 이미 대왕께서 호복을 입으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신은 재주도 없고 병들어 누워 있는 몸이라 조정에 나가 자주 진언을 드리지 못하였습니다. 대왕께서 기왕  저에게 물으시니 신이 감히 직언으로 회답함을 용서하시기 바라옵니다. 신이 듣건대 중국은 총명하고 예지 있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으로서 만물과 재화가 모이는 곳이며, 성현이 교화를 행한 곳입니다. 또한 인의가 베풀어진 곳이며, '시', '서'와 예약이 쓰이는 곳이고, 먼 곳의 사람들이 관광하고 학습하는 곳이고, 만이가 행위의 모범으로 삼는 곳이라고 합니다. 지금 왕께서는 이르 버리시고 먼 나라의 복장을 입으시니 이는 옛 성현의 교화를 개변하고 그 이룬 바를 포기하며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고 지식이 있는 선비들을 어쩔 줄 모르게 하는 것으로서 그 후과는 반드시 중국인을 고난에 빠뜨릴 것이 분명합니다. 대왕께서는 이 일을 신중히 고려하시기를 바랍니다." 

사자가 이 말을 왕에게 보고하자, 왕은 공자 성을 직접 찾아가 부탁하였다.

"복식이란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것이고 예의란 일을 순조롭게 처리하기 위한 것입니다. 성인은 상이한 정황에 근거하여 시와 때에 적절하게 맞추고 구체에서 출발하여 예법을 제정하기 때문에 모두가 백성에 이롭고 국가 역시 그 커다란 이익을 향유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몸에 문신을 하고 팔에 무늬를 아로 새기고 옷깃을 왼쪽으로 여미는 것은 구월 일대 백성들의 습관입니다. 이를 검게 물들이고 이마에 무니를 새기고 어피로 만든 모자를 쓰는것은 오나라의 풍습입니다.

그러므로 예법이나 복장은 같지 않으나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방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함에 변화가 있고 일이 다르기 때문에 예법도 바뀌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진실로 나라에 이익이 된다면 그 방법을 일치시킬 필요가 없으며, 정말로 일하는데 편리하다면 그 예법을 동일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여겼습니다. 유자는 한 스승으로 부터 가르침을 받지만 예법은 다른 바가 있고, 중국의 풍속은 서로 같으나 교화는 도리어 차이가 있습니다. 가난한 산골에서야 그저 편리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므로 사물 취사의 변화는 총명한 사람도 억지로 일치함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먼 곳과 가까운 곳의 의복에 대하여는 성인도 일치됨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기껏 한 구석만을 보는 오래된 유학은 궤변이 많습니다.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곧 제멋대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자기 의견과 달라도 비난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비로소 공정한 태도이며, 이로써 진선진미에 이를 수 있습니다. 지금 숙부께서 말씀하신 것은 일반적인 풍습 문제이고 내가 주장하는 바는 어떻게 풍속을 개혁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동쪽으로 황하와 락수가 있어 제나라, 중산국과 그 이익을 함께 향유하고 있으나 오히려 배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상산부터 대, 상당에 이르기까지 동쪽으로는 연나라 , 동호와의 변경이 있고 서쪽으로는 누번, 진나라 ,한나라와의 변경이 있지만, 지금 기병과 사수의 방비가 없습니다. 지금 복장을 바꾸어 말을 타고 활을 쏘는 것은 연나라와 삼호, 진나라, 한나라의 변경의 안전을 보위하고자 함입니다. 예전에 간자께서는 진양에서부터 상당에 이르는 요충지를 차단하지 않으셨고, 양자께서는 융을 병합하고 대를 점령하여 오랑캐 부족들을 물리치셨으니 이는 어리석은 자나 총명한 자나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과거에 중산국이 제나라의 강력한 병력을 믿고 우리 땅을 침범하여 짓밟았으며, 우리 백성을 약탈하고 물을 끌어대어 호를 포위하였는데, 만약 사직의 신령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지키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선왕께서는 이를 수치스럽게 여기셨으나, 이 원한은 아직 갚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기병과 사수로써 방비하면 가까이는 상당의 지형을 손쉽게 관찰 할 수 있고 멀리는 중산국의 원한을 갚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숙부께서는 풍속에 따르느라 간자, 양자 두 분의 뜻을 어기고 있으니 복장을 개변하였다는 말을 싫어하여 호의 수치를 망각하는 것은 과인이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그러자 공자 성은 재배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 신이 어리석어 왕의 깊은 뜻을 모르고 감히 세속의 견문을 아뢰었으니 이는 신의 잘못입니다. 지금 왕께서 간자, 양자의 유지를 계승하고 선왕의 뜻에 따른다고 하시니 신이 감히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며 다시 재배하고 머리를 조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