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도대체 무얼 읽는지 모르겠다 싶었는데.
스탈린에 대한 풍자극이라는 얘기를 떠올리고 나서야 조금씩 아다리가 맞으면서 웃기더라구요
아예 그런걸 모르고 봤으면 진짜 기괴한 반인반수 얘기를 읽었구나 싶고 말았을텐데요 ㅋㅋ
뒤에 작품 해설에서나 로쟈 선생님 해설글도 읽어 보고 불가꼬프가 지적하려 했던 인공적인 사상 이식이 아닌
자연스러운 이성의 발전을 강조하던 부분도 참 좋았지만 계속 눈이가던 부분은 샤리꼬프 혹은 스탈린에 대한 묘사였네요.
개에 이식된 뇌하수체의 원래 주인 이름이 러시아어로 추군킨, 즉 강철이라는 이름의 술 주정뱅이 였다는 점(스탈린의 아버지가 지독한 주정뱅이 였다죠)
초반부 부터 들개로 나뒹굴때 살아 남으려고 소시지에 아둥바둥 하면서도 고깃집 간판을 보고 용케 끼릴 문자를 배우는 점이나(신학교를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공산주의 사상을 어설프게(필리뽀비치의 질문에 얼버무리는 장면) 받아들이고는 필요에 의해 누군갈 탄압할때는 기막히게 사상을 들먹이는 장면
혹은 집산농장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들이나, 출신 성분에 대한 부끄러움을 토로하는 부분(아마도 스탈린이 그루지야 출신이었음을 의식한 듯한?) 등
첨 부터 프레임을 딱 정해놓고서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소설 전반에 흩어져 있는 아 이거는 왠지 이거는 누구를 꼬집는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제정시대 인텔리겐찌아 출신(둘다 황립대학을 나왔으니)의 레닌이나 트로츠키를 지적하는 듯한 필리뽀비치의 이중적인
태도도 눈에 띄었구요. 흠 여하간 다 읽고나서는 다른 작가의 소설이지만 보이노비치의 이반 촌킨... 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네요
준비조차 안된 혁명을 해서는 안될 사람들이 혁명을 했다는.. <병사 촌킨>은 피지배층의 주가 되었다면
개의 심장은 지배층을 보며 비웃는다는게 차이겠네요. 정리하자면 풍자 소설로는 정말 탁월한 작품이었습니다. ㅋㅋ
곧 gksrud님이 등장할 게시글입니다 - dc App
그렇게 신나게 스탈린을 풍자한 덕분에... 작가는 인생을 망쳤죠. 누가 봐도 스탈린을 자근자근 씹어댄 소설이었고, 그 이후 소비에트 공산당은 영원히 작가 불가코프를 용서하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스탈린 본인이 불가코프의 팬이어서 돌봐주려고 애썼는데도 불구하고... 이후 불가코프는 출판도 상연도 죽을 때까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버립니다
참 그래도 스탈린이 팬이어서 그런지 살아남긴 했었나보네요 다른 작가였으면 수용소 혹은 암살이었을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