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의 미북정상회담, 흔들리는 압력노선
Q : 일본은 오랫동안 북한을 상대로 압력노선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수입수출 전면금지, 선박 입항금지 같은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그들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비난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해 각국에 작업을 했던 경위도 있지요. 한국 측의 설명을 듣고 일본도 대화노선으로 전환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셨는지요?
A : 저는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군사적인 압력은 북한에 먹히고 있다. 그러니 북한은 한국의 중재를 받아들인 것이라, 조금 더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그 직전까지 트위터에서 서로 격렬하게 서로를 매도하였음에도, 갑작스레 대화노선으로 방향을 틀었던 겁니다. 3월에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나겠다"고 명언한 걸 듣고 곧장 트럼프와 전화회담을 가졌습니다만, 트럼프의 머릿속은 이미 협상 모드로 전환해 있더군요.
Q : 4월 17일~18일 이틀간 미국 플로리다를 방문하셨고, 트럼프 씨의 별장에서 정상회담을 하셨습니다. 핵, 탄도 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불가역적인 폐기"를 목적으로 하는 방침에서 일치를 보았다고 전해지는데요.
A : 저는 트럼프에게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면 곤란하다. 미북정상회담을 하겠다면 납치문제 해결의 필요성도 충분히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의미하는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는 일미 공통의 목표로 충실히 실행되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사실 회담 전에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멤버로부터 "트럼프에게 충실히 CVID를 지켜달라고 미스터 아베가 대신 이야기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북미정상회담에 적극적인 마음이었던 트럼프가 미국 안전보장 팀의 주장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겠죠.
하지만 이때의 회담 때 트럼프는 내가 한 이야기에 "알겠다"곤 말하지 않았습니다. 커다란 딜을 앞두고 있는 지금, 내 등에다 짐을 얹지 말라, 그런 분위기였죠.
Q : 역사상 최초의 미북정상회담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일미 정상은 전화회담을 거듭해서 가진 후 6월 7일 워싱턴에서 다시 직접회담을 가졌지요. 빈번히 연락을 취한 것은 트럼프가 안이하게 타협하여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걸 걱정하셨기 때문입니까?
A : 일본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압력을 주도하는 정책을 어떻게든 트럼프가 취해주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갑작스레 토마호크가 꽂혀서 자기 목숨, 일가의 목숨이 날아가는 거다. 무력행사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건 미국밖에 없다."고 계속 트럼프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국제사회는 트럼프가 돌발적으로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타입이라고 경계하고 있었다 생각합니다만, 사실 정반대입니다. 그는 근본이 사업가라서 말이죠. 돈이 들어가는 일에는 신중했습니다. 돈 계산의 문제로 외교, 안보를 생각한 겁니다. 예를 들자면 "미한 합동군사훈련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매우 아깝다. 그만둬라."고 하는 식으로요.
미군이 2017년에 일본해 주변에다 항모타격대를 파견했을 때도 트럼프는 당초에 제게 "항모 1척을 이동시키는 데 얼마만한 돈이 드는지 알아? 나는 마음에 안 들어. 항모는 군항에 박혀있는 게 나아"라고 말했습니다. 분명 항모 타격집단은 항모 1척에 이지스함, 보급함 등의 수 척의 함정, 그리고 잠수함과 약 70기 정도의 항공집단으로 편성되는 만큼, 이들을 이동시키는 데는 상당한 경비가 깨지겠죠. 하지만 저는 "아니, 항모를 진주만, 샌디에이고, 요코스카 항구에다 방치해놓으면, 항모를 가질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항모 타격집단은 해양에서 활동하기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 아랍해, 미국의 전략적인 이익에 합치하는 곳에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지금은 그 장소가 일본해인 거죠." 라고 반론했더니 트럼프는 국가안전보장 담당 대통령 보좌관인 허버트 맥마스터에게 "맥마스터. 어떻게 생각하나."하고 묻더군요. 맥마스터가 "아베 씨가 말한 게 맞습니다."고 답하자 트럼프는 "나는 납득이 안 돼"라고 투덜거리면서 말하더군요. 어떻게든 그 상황을 수습하긴 했습니다만, 곤혹했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실은 트럼프가 군사행동에 소극적인 인물이다"는 걸 김정은이 알게 된다면, 압력은 씨가 먹히지 않게 됩니다. 그러므로 절대 외부에서 그걸 알아채지 못하게 해야 했습니다. "트럼프는 한번 마음먹으면 하는 인물이다"고 북한이 생각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미국의 안전보장 팀 역시도, 트럼프의 본성을 숨기기 위해 필사적이었습니다.
미북정상회담 전에 수시로 대화했던 건 CVID를 견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좀처럼 쉽지 않더군요. 4월 27일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김정은은 처음으로 판문점의 군사경계선을 넘어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이제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한국전쟁의 종전을 목표로 한다"고 하면서, 미북정상회담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트럼프에게 "문재인은 낙관이 지나칩니다"라고 말했습니다만,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미북회담 직전에 논점을 좁혀 들어갔습니다. 애초에 CVID는 세계가 공유하고 있는 기본적인 방침이니, 트럼프에게 요청하는 데서 빼자고. 일본의 입장은 납치문제 제기를 우선하는 쪽으로 결정했습니다.
저는 트럼프에게 "납치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북한을 지원하는 데 돈을 내라고 해도 일본은 돈을 낼 수 없다. 일북 국교정상화는 보통 국가들 간의 정상화화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일본은 세금을 써가면서 과거의 청산을 해줘야 한다.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면 지원은 무리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과거 한국이 한강의 기적이라 물리는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도, 1965년에 체결된 일한청구권협정과 경제협력협정에 따라 일본이 5억 달러를 원조했기 때문이다."고도 말했지요. 그러자 트럼프는 일본이 북한을 지원한다는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더군요.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과거 청산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