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장 이상적인 삶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임. 나는 물욕도 별로 없고 삶의 본질과 핵심에 가닿는 소박한 삶을 살고 싶음. 하지만 오두막 짓고 농사 지으며 살 자신은 없고, 그건 19세기 미국의 얘기고, 소로조차 2년쯤 살다가 숲에서 나왔음.





현실적으로 동경하게 되는 삶의 모델을 발견한 건 권여선의 소설 <이모>에서였음. 이 소설의 주인공 이모는 오십대고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대학도 못 가고 결혼도 못 하고 돈만 벌었는데 말년에 암에 걸려서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살겠다며 이렇게 살아감.





이모는 안산 외곽의 오래된 소형 아파트에서 혼자 살며, 1억은 아파트 보증금으로 남은 5천만 원으로는 그 돈이 떨어질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살겠다고 결심하고 2년간 매일 도서관에 오가며 책을 읽음. “간단히 아침을 만들어 먹고 씻고 열 시쯤 가방을 메고 도서관에 간다. 필기도구와 지갑, 열쇠가 든 가방에 보리차를 담은 물병을 챙긴다. (…) 도서관에 가면 일단 서가에서 책을 고르고 자리에 앉아 온종일 그 책만 읽는 게 그녀의 방식이었다. (…) 오후 두 시쯤 집에 돌아와 점심을 만들어 먹고 다시 도서관에 가서 문을 닫는 여섯 시까지 책을 읽는다. 책을 다 못 읽으면 대출해 가지고 와서 저녁을 만들어 먹고 잠들기 전까지 마저 읽는다.”





하지만 저건 벌어놓은 돈이 좀 있는 은퇴자가 아니라면 지속 가능성은 좀 불투명한 극단적인 방식이고, 실제 현실 가능성이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네이버 블로그에서 발견함.




그 블로거는 대학을 졸업한 20대 중후반 작가 지망생으로 추정되는데, 지방 소도시에서 반려견과 둘이 살고 있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남. 아침엔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평일 오전엔 4시간 동안 같은 도시에 사는 부모님 가게에서 일하며 생계를 해결함. 그리고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엔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또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씀. 주말엔 그 도시의 유일한 독립책방에서 열리는 독서모임에 나가고 매주 또래들과 글쓰기 모임도 하고 있음. 가끔 시립도서관과 독립책방에서 여는 작가와의 만남에 나가고 극장에서 영화를 봄. 심플하고 평화롭고 충만한 삶! 하지만 이것도 가업이 있거나 가게와 재산이 어느 정도 있는 부모님이 있어야 되는 거겠고, 반나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살 수 있는 건 역시 1~3년 이상은 어려운 게 현실이겠지..





나는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삶이 부러울지 궁금함. 인터넷서점 MD나 글 쓰는 전업 작가, 일간지의 문학 전문 기자, 동네 독립서점 주인, 책 보유량과 공간 규모에서 압도적으로 크고 아름다운 서재가 있는 전문직의 삶이 부러우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