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한 바보는 당신에게 말하겠지요. 용감해져야 한다고. 하지만 내가 도움을 주거나 위로를 한답시고 당신에게 할 수 있을 법한 말은 어떤 것이든 밀크푸딩 같은 말뿐입니다. 무슨 뜻인지 알겠지요. 당신은 내 말뜻을 항상 알아들었으니까요. 당신과 함께한 삶은 아름다웠습니다. 내가 아름다웠다고 말하는 것은 비둘기들(doves)과 백합들(lilies), 벨벳(velvet), 가운데의 부드러운 분홍빛 'v'와 당신의 혀가 구부러지며 길게 끌듯 '1'을 발음하는 식을 뜻하는 겁니다. 우리가 함께한 삶은 두운이 맞았지요.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없기에 죽어갈 그 모든 작은 것들을 생각하면, 우리도 죽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쩌면 정말 죽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의 행복이 커져갈수록 마치 윤곽선이 녹아내리듯 그 가장자리는 점점 더 흐릿해져갔고, 이제는 다 녹아서 뒤섞여버렸습니다. 당신에 대한 사랑을 거두지 못했지만 내 안에서 무언가가 죽어버렸습니다. 당신의 모습이 안개 속에서 보이지 않아요…
이것은 전부 시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용기가 부족한 탓이지요. 변죽만 울려대는 시인보다 더 비겁한 것도 없습니다. 사정이 어떻게 된 것인지 당신도 짐작했겠지요. '다른 여자'라는 뻔하디뻔한 공식입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끔찍하게 불행합니다. 그 점만큼은 사실입니다. 거기 대해서는 더 할 얘기가 없을 것 같습니다.
사랑에 대해서 본질적으로 잘못된 점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친구 사이에서도 말다툼을 하고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고, 가까운 친척들 사이에서도 그렇지요. 하지만 사랑에 따라붙는 이런 격통, 이런 비애, 이런 숙명은 없습니다. 우정은 결코 이토록 불운한 모습이 아닙니다. 왜, 무엇이 문제일까요? 당신에 대한 사랑을 거둔 적은 없지만 흐릿해진 당신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계속 키스할 수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헤어져야 합니다. 헤어져야 합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이러한 신비스러운 배타성은 무엇일까요? 친구는 천 명이라도 가질 수 있지만, 연인은 한 명뿐입니다. 하렘은 이 문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나는 체조가 아니라 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아니면 내가 당신을 사랑하듯이 사백 명의 아내를 하나하나 다 사랑해주는 대단한 터키인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내가 '둘'이라고 말한다면 수를 헤아리기 시작한 것이고 끝이 없겠지요. 진정한 숫자는 오직 하나뿐입니다. 하나. 그리고 사랑은 확실히 이러한 유일무이성의 최고 주창자입니다.
안녕, 가엾은 내사랑 당신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고 당신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순수한 사랑이었다고, 이 또다른 열정은 육체의 희극에 불과하다고 당신을 설득하려 한다면 우스꽝스러울 테지요.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합니다. 나는 당신 곁에서 행복했었고 지금은 다른 사람곁에서 불행합니다. 그렇게 삶은 계속될 테지요.
- 서배스천 나이트의 진짜 인생 중
상황이 완전히 다른데도 왜인지 모르게 와닿는 것은
내가 책을 읽다 취한 것인지 그냥 인간관계를 하나 끊어낸 것에 감성이 차오른 건지
그래도 어딘가 위로가 되기에 나는 계속 나보코프를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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