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에 미남에
똑똑하고 앞날 창창한 청년이
그리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인생 꼴아박고 인간 실격! 됐다는 거였음.

엄청나게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삶이 곧 생존이거나
도박에 가산을 탕진한 것도 아니고
어디서 사생아 만들고 치정극에 휘말린 것도 아니고
사람을 죽이지도 않았고 뭐 높으신 분에게 밉보이지도 않았고

그런 소설 주인공들이 겪을만한
큰 사건을 겪지 않았음에도
(물론 이건 인간실격이 다자이의 인생사가 많이 반영된 글이아 그런 것이기도 함)

단지 도망치기만 했음에도 그렇게 된 것이
좀 오싹했던 것 같다.


가난하거나 불우하거나 못생기거나
그런 환경적 핸디캡이 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중간에 나오는 '두꺼비는 바위를 돌아간다'는 시처럼
회피하고 도망치기만 했는데
그게 언제나 주인공의 삶을 조금씩 파멸로 끌고 내려간 느낌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읽다보면 오히려 삶의 의지가 생기기도 함.
난 이렇게 살지 말아야겠다 싶어서.
환경이 어떻든 저렇게 도망만 치면 언젠가 나도 저렇게 되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됨.


한편으로는
세상이 뭔지도 아직 잘 모르겠고 사는게 무서운 젊은이의
계속 도망치고픈 심리를 잘 그려낸 것도 같음

인간실격 감상이나 리뷰를 찾아보면
종종 우울한 소설임에도 오히려 위로가 되거나 힘이 생겼다는 내용을 보게 되곤 하는데,
나는 아마 그 사람들도 비슷한 감상을 느꼈던게 아닌가 생각함.


갤에 인간실격 이야기 돌길래 걍 적어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