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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오독 같긴 한데 읽을 때마다 지울 수 없는 어떤 느낌이 있다
먼저 베케트 소설에 등장한 것?들을 두 종류로 나눠보자, 존재와 비존재(또는 존재와 비존재의 사이 존재)로

베케트 소설 속 인?물들은 어떤 상태이든 인간성은 물론이고 존재로써의 특성을 잃어버린 인물들인데
이들이 읊조리는 헛소리엔 존재였던 시절의 과거가 스며있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존재의 기억이 두서없는 비존재적 지껄임에 반영되는 것이다
비존재인 그들에게 존재의 기억은 매우 혼란스럽고, 현재의 자신과 등치되지도 못한다
그들에겐 시간도 공간도 감각도 이성도 서사도 없다
그래서 그들에 의해 재구성되는 존재들의 이야기는 매우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

그런데 읽을수록 비존재들이 슬픔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베케트가 존재의 주요 심상으로 쓰는 몇 가지 표현이 있다
빛, 소리, 배설물, 여성과의 교제 또는 성적 관계
이것들은 현실에서 우리에게 물성과 감각이 있음을 증명해주는 대표적인 것들이다
시쳇말로 살아있음의 증거... 같은 것들
이것들은 비존재의 언어를 거쳐서 무질서한 감각의 파편처럼 튀어나온다
비존재인 그들은 이 어렴풋한 감각들을 재구성해보려 하지만 역시나 속절없이 흩어질 뿐이고...
이게 나한테는 무척 슬픈 느낌을 자아낸다

특히 빛과 여성에서 굉장히 슬픈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베케트가 필력이 좋아서 일렁이는 빛과 여성과의 정사에서 느낄 수 있는 아련한 감각을 너무 잘 표현한다;

그래서 베케트의 글은 깊고 허무하다
만약 사후세계란 게 있다면 베케트의 소설처럼 닳고 떨어진 기억들을 재구성하려는 비존재들의 공간이 아닐까 싶을 정도

다른 건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실패를 반복한다'는 감각은 확실히 있는 것 같고,
이게 세계대전 전후 인간의 실패와 어쩌고...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슬프다

너무 비약 같기도 하지만 읽을 때마다 이상한 기분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지금은 그게 어떤지 읽는 중

사실 읽다가 심심해서 새벽에 개소리 한 번 써봤음
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