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2장 마지막 부분에 이런 대목이 나오는데
스테판 트로피모비치는 깜짝 놀랐다. 그가 약혼녀와 얘기를 좀 주고 받아야 하다니, 그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더듬거렸지만 바르바라는 짜증을 내며 되받아쳤다.
"아니, 왜요? 첫째, 아직은 아무 일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텐데..."
이부분이 감정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도저히 이해가 안가서 영문본을 찾아봤거든
Stepan Trofimovitch was surprised. He tried to falter that he could not do like that, that he must talk it over with his bride. But Varvara Petrovna flew at him in exasperation.
"What for? In the first place it may perhaps come to nothing."
영문본에서는 스테판이 신부(다샤)랑 먼저 이야기 해야 한다고 하자 바르바라가 뭣때문에? 아무일도 안일어 날수도 있을텐데(혼례 자체가 취소 될수도 있을텐데) 라고 해서 스테판이 벙찐 상황이라는게 단번에 이해가 가는데
러시아 원문을 몰라서 뭐라 확신을 못하겠는데 이거 한국어 번역본 상태가 좀 메롱한게 맞는건가?
"아니, 왜요? 첫째, 아직은 아무 일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텐데..." 이건 대체 무슨뜻으로 써논건지 몇번을 다시 읽어봐도 모르겠네. 앞으로도 없을거라니 무슨 일이???
의역 직역의 문제가 아닌게 "그가 약혼녀와 얘기를 좀 주고 받아야 하다니, 그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더듬거렸지만 바르바라는 짜증을 내며 되받아쳤다. "와 "He tried to falter that he could not do like that, that he must talk it over with his bride. But Varvara Petrovna flew at him in exasperation. "는 전혀 정반대의 뜻 아니야? "약혼녀와 얘기를 좀 주고 받아야 하다니, 그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건 스테판이 느끼기에 약혼녀와 이야기를 주고 받을수 없다는 뜻이고
"He tried to falter that he could not do like that, that he must talk it over with his bride." 이건 그는 그렇게 할수 없으며(모든걸 바르바라 손에 잠자코 맏기는 것), 그는 그의 신부(다샤)와 혼례에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은 번역이 완전 틀린거 같은데 내 문해력이 메롱인건가?
악령 이거 민음 판본이죠? 제가 지금 안 가지고 있는 게 아쉽군
네 맞아요. 하.. 번역본들은 책 읽다가 이런 부분 나올때마다 무슨의도로 번역한건지 물어보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네요. 이래서 제 3외국어 책은 영문본 한국어역본 둘다 사게 되는게 ㅋㅋㅋㅋ 베스트는 걍 러시아어를 배우는 거겠지만..
열린책들은 스쩨빤 뜨로피모비치는 깜짝 놀랐다. 그가 그것은 불가능하며 신부와 이야기해 봐야 한다고 더듬거리며 말하자, 바르바라 뻬뜨로브나는 그에게 벌컥 화를 내며 덤벼들었다. 「그건 왜요? 우선, 아직 아무일도 없고, 어쩌면 앞으로도 아무 일도 없을지도 모르는데…….」라고 되어있음
원문 자체가 모호하네요. 제가 옛날에 읽어서 맥락 파악이 정확하지 않은데, 원문만 보면 자기에게 약혼녀와 말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혹은 약혼녀와 말을 해봐야 한다 둘 다 가능한 듯해서 맥락을 보고 해석해야 하는 문장인 듯. 최소한의 의역을 섞어서 직역을 해보면 이렇습니다.
"스테판 트로피모비치는 놀랐다. 그는 더듬거리며 약혼녀와 이야기를 좀 주고받아야 하는 그런 일은 그에게는 정말 감당할 수 없는(невозможно) 일이라고 말하려 했으나, 바르바라 페트로브나는 짜증스럽게 일갈하였다. "그건 무엇 때문이죠(무엇 때문에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겠어요)? 첫째로, 아직 아무런 일도 없고, 아마도 앞으로도 아무런 일이 없을 텐데......“
앞 문단에 "만약 이야기를 할 필요가 생긴다면, 당신은 전날에 그녀와 얘기를 좀 하세요Накануне вы с нею переговорите, если надо будет"에, 동사인 '얘기를 좀 하다переговорить'가 있으므로 뒤에 스테판이 이야기하는 переговорить는 앞에 나온 переговорить를 가리킨다고 가정하고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Степан Трофимович был удивлен. Он заикнулся было, что невозможно же ему так, что надо же переговорить с невестой, но Варвара Петровна раздражительно на него накинулась: — Это зачем? Во-первых, ничего еще, может быть, и не будет..." 애초에 원문이 애매하긴 한데 앞 문단에 "필요하게 되거든 당신은 전날에 그녀와 얘기를 좀 하세요Накануне вы с нею переговорите, если надо будет"라는 문장에서 '얘기를 좀 하다переговорить'가 나오므로 개인적으로는 민음사판이 더 정확한 해석이라고 생각됩니
정리하자면 바르바나가 앞에서 "필요한 일이 생기면 전날에 약혼녀와 이야기를 좀 하라"고 하니 스테판은 그 대답으로 약혼녀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은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고, 그러자 바르바나가 그런 일은 생길 리가 없다, 괜한 걱정이다, 왜냐하면 아직 아무런 일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테니까..... 라고 하는 상황인 듯? 맥락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완전히 확신이 가지는 않네요.
제 생각으로는 이 장면의 유머 포인트는 바르바나가 결혼을 다 알아서 해주겠다고 하는 와중에 '만약 필요한 일이 생기면 당신이 전날에 약혼녀와 이야기를 하라'고 이야기하자 수동적인 스테판은 딱 하나 그 이야기조차 자기는 못 하겠다고 하는 상황에 있는 듯싶네요.
애초에 원어가 러시아어인데 왜 영역본이랑 비교를 하는거?
영역본이랑 비교한이유ㅡ>러시아어를 못해서(내가 멍청해서) 그리고 영역본은 전세계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오역이 제일 적을것이라는 편향적인 믿음이 있어서. 미안합니다..
도끼가 원채 ㄷ럽게 쓰는데 그중에서도 악령은 특히 심각 ㅋㅋㅋ 써놓고 다시 확인안햇을것으로 생각됨
원문 번역해주신분 감사합니다.. 제 문해력이 메롱이었던 거군요 설명들어 논리적으로는 가닥이 살짝 잡히지만 러시아적 화법이라 그런건지 아직 확실히 납득이 안되네요. 영문본은 버리고 한역본에 충실하겠읍니다
원문에 미묘한 유머가 흐르고 있는데 그걸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듯싶네요 ㅋㅋ 바르바라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전날에 약혼녀와 이야기를 좀 하라"고 하는 게 일종의 호언장담형 유머(약혼에 대해 약혼녀와 트러블이 생기더라도 결혼 발표 전날에 이야기를 좀 하면 다 괜찮아질 거다)고, 스테판이 그 유머에 깜짝 놀라서 '나는 트러블이 생겨서 그렇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하는 게 또 유머인 듯합니다.
<바르바라가 결혼을 다 알아서 하겠다고 말함 -> 스테판이 그 말을 듣고 놀라서 약혼녀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대답함> 이게 상식적인 대화의 흐름일 텐데, 도끼가 유머러스하게 몇 번 꼰 듯.....
그래서 도끼가 유머러스하게 꼰 대화의 흐름은 <바르바라가 결혼을 다 알아서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와중에 약혼녀와 '만약 트러블이 생겨도' '바로 전날'에 대화 좀 하면 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함> -> <스테판이 이야기를 다 듣고 바르바라가 자기한테 '시킬 수도 있는' 단 한 가지 일, 즉 '만약 트러블이 생기면 바로 전날에 약혼녀와 대화 좀 해서 풀기'조차도 자기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고 소심하게 무서워함> -> <그 단 한 가지 일조차 못하겠다는 말에 바르바라가 어차피 그럴 일은 안 생길 것이라고 짜증을 냄> 이 정도가 되겠네요.
유머 포인트가 2개 있는데, 하나는 약혼녀와 뭔가 문제가 생겨도 약혼 발표 '전날'에 약혼녀와 이야기를 좀 하면 된다는 바르바라의 호언장담. 또 하나는 자기가 해야 하는 단 한 가지 일인 '약혼녀와 문제가 생기면 전날에 얘기 좀 하기'조차 자기는 감당할 수 없다는 스테판의 소심함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없을거라는 '일'은 예컨데 소심한 스테판이 해결해야할 트러블 같은것을 뜻하는거네요! 선생덕에 한역본에 믿음을 가지고읽을수 있겠습니다. 번역에 불신이 있으면 읽는게 즐겁지 않은데 정말감사해요
네 맞습니다! 스테판이 겁에 질려서 자기는 약혼녀와 문제가 생기면 대화로 풀 수 없을 거라고 걱정하니까, 바르바라가 어차피 그런 문제는 안 생길 거라고 스테판의 소심함에 짜증을 내는 장면입니다. 즐독하시길 바랍니다~~~